몬트리올에서 간호사 일을 시작하면서 황송(?)하기까지 했던 것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한국 간호사 경력을 모두 인정해 주는 것이었다. 퀘벡 공공 의료의 특성상 면허를 취득한 전문직은 이전 경력을 인정해 주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과한 느낌의 단어일지 모르는 '황송하다'를 쓴 이유는 한국의 경우 이직 시에 이전 경력을 완전히, 객관적으로 인정받기 참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공무원, 보건교사 등이 될 경우는 이전에 일했던 병원 규모에 따라 차등 비율로 인정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의 간호사 경력 인정 부분이 외국처럼 개선된다면 지금처럼 많은 간호사들이 장롱면허 상태로 있지 않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다. 이 곳 중환자실에서 일하며 50세가 넘어서도 건강하게 일하고 있는 동료 간호사들을 볼 때면 한국과 캐나다의 간호 시스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얼마 전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에게 딱 한 가지 초능력을 가진다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싶은지 질문하는 동영상을 보았다. 나에게 초능력이 생긴다면 보건복지부 장관이 되어 간호사 처우 개선을 위한 법을 통과시키고 싶다. 언어적 스트레스를 극복하며 외국에서 일하는 한국 간호사들 중 한국의 간호 시스템이 외국처럼 된다면 모국어로 한국에서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으랴? 여러 가지 감정들이 뒤섞여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져 버렸다. 퀘벡 간호 시스템의 장, 단점에 대해서는 자세히 써 볼 기회가 또 있을 테니 본론으로 돌아간다.
아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대부분 1년에 한 번 꼴로 시급이 올랐다. 물론 그 시급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반영할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직원들은 불만을 늘어놓지만 말이다. 매년 4월이 회계 연도의 시작이다. 2020년 4월에는 COVID-19으로 인해 노조와 정부 간의 협상 테이블이 펼쳐지지 못했다. 그래서 동료들은 2021년에 2020년과 2021년 두 해의 시급 인상이 논의, 확정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면 많은 월급이 소급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일한 경력이 인정되어 시급이 정해지는 예를 들어 보겠다. 우선 계산되는 원칙을 원문 그대로 옮긴다.
Echelons 1 to 8 are semi-annual and 9 to 18 are annual
At the time of hiring, the Employer must request that the employee present a written attestation of previous experience and/or postgraduate training, emitted by the Employer where this experience was acquired and/or the teaching institution which offered the postgraduate courses.
예를 들어, 한국에서 풀타임 40시간 기준 6년을 근무한 간호사 (꼭 문서로 된 영문 경력증명서 필요)
첫 번째 조건에 따라 1-8단계까지는 6개월에 한 번, 그 후로는 1년에 한 번씩 echelon이 상승한다.
그래서 4년 경력은 6개월에 한 번, 나머지 2년 경력은 1년에 한 번씩 상승하므로 4X2+2=10
즉 echelon 10이지만 이 곳은 37.5시간을 풀타임으로 보기 때문에 40시간 풀타임인 한국의 경우를 증명하면 대부분 최소 11단계인 시간당 36.07$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퀘벡은 캐나다 타주에 비해 간호사의 시급이 가장 적다. 하지만 저축의 차원에서 월급을 생각해 본다면 물가나 세금 부분까지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나의 한 동료는 퀘벡에서 태어난 영어, 불어 바이링구어이고 그 언어적 장점을 살려 마흔이 될 때까지 여러 나라를 여행 다니며 간호사를 했다고 한다. 마흔이 넘으니 체력이 달려 고국으로 돌아왔다고 농담처럼 말했다. 그분은 두바이, 스위스, 미국을 거쳐 몬트리올에서 일하고 계신데 월급을 많이 주는 곳은 그만큼 물가가 높다는 것이 그 분의 결론이었다.
그 동료의 이야기는 여담이고, 영어와 불어를 둘 다 해야 하는 환경에서 경력 간호사로 인정받아 월급을 받는 일은 한없이 기쁜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공공의료라 해도 경영진은 우리에게 경력 간호사로서의 업무적인 성과를 기대하고 있음은 꼭 기억해야 한다. 세상에 어느 곳도 공짜로 돈을 주는 곳은 없다. 시급을 많이 받는 만족감 이면에 책임감을 함께 안고 있어야 한다. 그 양날의 검은 잘 다루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양날의 검을 잘 휘둘러야만 레퍼런스라는 귀중한 선물이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