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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정 Jan 10. 2021

하나면 하나지 둘이겠느냐?

몬트리올 병원 조직 시스템의 이해

몬트리올에서 간호사로 일을 처음 구할 때 여러 가지 소소한 주의사항들이 있겠으나 그것들은 시행착오나 경험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장 큰 주의사항 한 가지를 설명해 보겠다. 이 한 가지를 꼭 알고 있으면 계획을 세울 때나, 인터뷰에 실패했을 때에도 심리적으로 훨씬 안정적일 수 있을 것 같다. 




어렸을 때 좋아했던 TV 만화 '영심이'에서 '하나면 하나지 둘이겠느냐?'로 시작하는 노래가 있다. 이 구절로 몬트리올 병원 조직 시스템을 쉽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병원에 지원을 할 때 각각의 병원을 개별적으로 보지 말고 한 umbrealla system에 속해 있는 모든 병원을 하나로 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딱히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해 umbrella system이라고 표현해 보았다. 같은 CIUSSS(불어 약어, 몬트리올의 종합 병원을 구획별로 나눈 하나의 단위로 설명할 수 있겠다) 또는 McGill 병원들은 하나의 HR을 가지고 있다. 즉 그 산하에 수많은 병원들이 있으나 HR은 하나라는 것이다. 


나는 멋모르고 개별적인 병원을 하나로 생각했다. 나 같이 생각한 지원자는 경험 삼아 한 군데 병원을 지원해보고 떨어지면 같은 단위 내에 다른 병원에 지원해야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번 떨어지면 HR에 기록이 남고, 약 6개월간 심하게 말해 무슨 짓을 해도 입사가 안된다. 그 6개월 동안에는 친구 또는 소위 힘 있는 인맥을 통한 레퍼런스가 있어도 안 되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CIUSSS는 한 단위가 크고 각 단위 내에 정말 많은 병원들이 속해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CIUSSS Nord, Centre-Est, 그리고 Est-de-l'Île은 거의 불어 병원들만 있다. 불어를 잘하지 못하면 영어를 잘하는 것은 취직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구역이라고 볼 수 있다. CIUSSS Centre-Ouest-de-l'Île과 Ouest-de-l'Île 두 구역이 그나마 영어를 잘하는 간호사들이 비빌 언덕이 있는 곳이다. 이 두 구역에서는 영어를 쓰는 인구가 많기 때문에 영어와 불어를 둘 다 하는 간호사를 선호한다. 불어가 초보 단계라면 당연히 이 곳에서도 일을 구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나처럼 영어가 불어보다 훨씬 더 편하고 잘하는 한국 간호사들에게는 거의 이 두 구역 또는 맥길 산하 병원 중에서 일을 구하지 못하면 일을 구하기 힘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나는 늘 무엇이든 우선 도전해 보고 부족한 점을 깨우쳐 나가는 방식으로 살아왔다. 그래서 이 시스템에 대한 이해 없이 가장 가고 싶은 병원에 제일 먼저 덤볐다가 입사까지 시간도 오래 걸리고 '뭐가 문제일까' 자책하며 자존감이 엄청 떨어졌었다. 이 시스템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계획을 세우거나, 인터뷰에서 떨어졌을 때 심리적으로 훨씬 안정적인 상태로 계속 도전을 해 나갈 수 있을 듯하다.


내가 만약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가장 가고 싶은 병원을 제일 먼저가 아닌, 최후의 보루로 남겨 둘 것이다. 큰 단위 내에 있는 한 병원에 처음으로 이력서를 업로드하면 대부분 전화 인터뷰를 잡기 위해 연락이 오는 편이다. 나처럼 영어 병원을 목표로 잡은 간호사라면, 연습 삼아 인터뷰는 불어권 병원에서 해 보고 감을 잡은 후에 내가 목표로 하는 영어권 병원에 지원을 해보라는 말이다. 영어권 병원에 지원을 할 때, 불어로도 인터뷰가 진행되고 불어가 약한 경우 그 연습이 정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불어 병원에서 '도대체 이 지원자는 뭘 믿고 여기에 나타난 것일까?' 하는 따가운 눈총과 부끄러움을 경험할 수 있겠으나 어차피 경험으로 한 일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니 그리 마음 아플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시스템을 알고 있어도 '왠지 지원하면 될 것 같아'라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에 우선 도전해 보는 경향이 큰 것 같다. 그리고 여러 가지 요소가 맞아떨어져서 단번에 합격하는 경우도 많으니 도전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저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도전하는 것에는 감정적인 동요의 차이가 있을 것 같아 이 글을 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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