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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깡다 Mar 27. 2021

다이어트 식이강박_밥, 라면, 햄버거는 절대 안돼!


 14년 전 어느 날부터 '다이어트'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리기 시작했다. 지금처럼 다이어트에 관한 이론이 풍부하지도 않던 시절, 인터넷 기사나 뉴스에서는 '흰색 가루를 멀리해야 한다.'는 말이 종종 들렸다. 쌀, 설탕, 밀가루를 멀리해야한다는 말에 항상 금기시 되는 음식들이 따라 나왔다. 밥, 라면, 햄버거 등이 그 대상이였다. 당시 한창 성장할 시기였던 나는 밥, 라면, 햄버거 등 매체에서 '살이 찐다'는 음식들은 다 좋아했다. 한참 자라날 성장기에 다이어트 결심을 한 나는 밥, 라면, 햄버거 등 먹으면 살이 찐다는 음식들을 칼같이 끊었다. 음식에 대한 강박, 다이어트 식이강박이 그 때부터 시작되었을까.


 나는 중학생 때부터 밥을 거의 먹은 적이 없다. 한식 위주의 식사가 주를 이루다 보니 뭐든 먹으면 밥이 나오게 되는데 정말 많이 먹어봐야 한 두숟가락이였다. 밥이 따로 나오는 경우는 주변 눈치를 보느라 먹는 시늉만 하고 거의 먹지 않았다. 지금이야 '저탄고지'라던가, 다양한 식사 습관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눈치가 조금은 덜 보일지 몰라도, 그 당시에는 밥 먹을 때마다 정말 곤욕이였다. 제발 밥 먹으라는 엄마의 잔소리도 매번 이겨내야했고, 매일 있는 급식 시간에도 밥을 남기면서 친구들의 끊임없는 물음에 변명을 늘어놓아야 했다. 친구들과 하교 후 분식, 햄버거 등을 먹으러 가도 항상 '속이 안 좋다.'는 이유로 먹지 않곤 했다. 


 그렇게 강박적으로 몇몇 음식을 안 먹는 날이 계속 되던 어느 날, 가족들이 집에서 라면을 먹고 있었다. 그 날따라 너무 먹고 싶었다. 엄마에게 한 젓가락만 달라고 해서 먹었다. 먹으면서도 이상하게 계속 마음의 찝찝함같은게 있었다. '살찌는 음식인데 먹어도 되나..'라는 생각이 뿌리 깊이 박혀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한 두젓가락 얻어 먹은게 전부인데 그 다음 날 심하게 탈이 났다. 다른 날 비슷한 과정으로 먹게된 햄버거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 때부터 '아, 이제 정말 이런 음식은 나랑 안 맞는구나. 이제 절대 먹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찌저찌 식이 강박을 숨겨가며 대학 시절을 거쳐 직장인이 됐다. 친구들을 만나고 사회 생활을 하면서 내 식이 강박으로 인해 이런저런 문제들이 생겼다. 약속을 가거나 회식을 해도 내가 못먹는 것들이 많으니 곤욕이였다. 특히나 남편과 연애를 시작하면서 억지로 숨겨왔던 내 식이강박이 큰 문제가 되었다. 주말마다 남편을 만나서 안 먹던 살찌는 음식들을 먹기 시작하니 생각과 몸이 받아들이는 것이 달라 스스로 너무 힘들었다. 먹으면서도 ‘살찌면 어쩌지..’라는 무언의 죄책감이 끝이 없었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더이상 평생을 이렇게 살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이런 식이강박으로 인해 몸이 많이 상하기도 했고. 식이 강박을 극복하고자 안 먹던 음식을 마음 편히 먹기 시작했다. 남편이 끓인 라면을 나눠 먹기도 하고, 햄버거로 한 끼를 채우기도 한다. 국밥을 좋아해 자주 먹으면서 밥은 거의 손대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밥을 먹기 시작하며 밥이 이렇게 고소하고 달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 마치 어린 아기들이 밥을 처음 먹는 순간처럼.


 인생의 절반을 식이 강박과 함께 지내왔다. 살찌는 음식은 입에도 안대면서, 다이어트 식은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양보다 많이 먹으니 매일 속이 안좋고 탈이 났다. 살은 빠졌지만 속은 식이 강박으로 인한 독으로 채워졌다. 살찌는 음식과 살안찌는 음식, 그게 더이상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살찌는 음식을 적당히 먹으며 즐기는 것과 다이어트 식을 배터지게 먹어대며 괴로워하는 것. 무엇이 더 건강한 것일까. 


식사를 하기 전이나 무엇을 먹기 전에 먼저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는 습관적으로 반응하기보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알아내기 위한 시간이다. -심플하게 산다


  절대 먹으면 안되는 음식은 없다. 내 몸이 필요한만큼, 아니 어쩌면 그것보다는 좀 적게 먹으면 건강은 물론 자연스럽게 다이어트도 될 것이다. 먹어야할 것, 먹지 말아야할 것을 나누기 보다 내 몸이 필요로 하는 것, 내 몸이 원하는 것을 더하자. 거울 속 날씬한 몸보다 내 속 마음의 건강을 더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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