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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다 Nov 25. 2022

내 아이가 손목을 그었다 4

병원을 가야겠어

주말 동안 안정을 찾는 것 같아 보였던 아이는 방에서 또 아무도 모르게 손목을 그어댔다. 병원까지 가지는 않아도 되겠다고, 주말 동안 쉬면서 안정을 찾아간다고 생각했던 건 내 착각이었던 것이다.

아이가 등교하고 난 뒤 문자로 받은 근처 정신과 병원 목록을 다시 열어봤다. 포털사이트, 육아카페를 뒤지며 어디가 좋은지 고민했지만 내가  자세히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정신과는 너무 내밀한 곳이라 이러니 저러니 평가가 오픈되지 않았다. 자식의 일이라 지인에게 물을 수도 없었다. 그저 감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곰곰이 생각해서 나름의 기준을 세웠다.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알려준 곳이니 모두 정신과 전문의가 있고, 소아청소년 진료를 겸하는 곳이란 건 확실하다. 이 중에서 집에서 너무 멀지 않아서 다니기 쉬운 곳, 너무 가까워서 병원에 오가는 것을 친구들이 알게 되는 일이 없을 곳, 너무 크지 않은 곳으로 한 군데를 선택해서 전화를 걸었다.

병원은 예약이 가득 밀려서 2주는 있어야 초진 예약이 가능하다고 했다. 나는 전화기에 매달려서 애원했다. 제발요, 더 빠른 날짜는 안될까요, 애가 학교도 안 가고 자해를 해요, 너무 급해요. 다행히 병원에서 오전 시간대면 일주일 뒤에 빈자리가 하나 있다고 해줘서 예약을 하게 됐다.


아이가 괜찮아지면 예약 취소하면 돼.


아직도 내 마음 안에 아이를 정신과 병원에 데리고 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남아있었다. 그래도 무슨 일이 생기고 나서, 내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가서 후회하는 것보다는 무엇이라도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그 일주일 동안 아이는 사흘을 조퇴하고 집으로 돌아왔고, 학원을 모두 그만뒀으며, 핸드폰은 늘 꺼진 상태로 구석을 굴러다녔다.


피가 마르는 시간이 지나 아이 손을 잡고 찾아간 병원은 환하고 따뜻한 느낌이었다. 대기실에는 사람들이 빽빽이 앉아서 각자 조용히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평온해 보였다. 차라리 동네 내과 대기실에 있는 사람들이 더 이상해 보일 것 같았다.


길고 긴 검사 끝에 만난 의사는 아이가 중증 청소년 우울ADHD가 있다고 했다. 우울은 예상했던 문제이지만 ADHD는 생각도 못해봤던 내용이라 아이도 나도 당황했다.

의사는 검사지를 내밀면서 집중력과 언어 소통력이 평균보다 매우 낮은데 이것이 ADHD 증상 중에 하나라고 했다. 아이가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을 거라고 했다.

의사는 아이에게 말했다. 자해는 절대로 해서는 안돼. 자해는 중독이 돼. 네 몸에 상처가 나면 아픈 걸 잊기 위해서 도파민이라는 게 나와.  그럼 다음번에는 괴롭지 않아도 도파민을 나오게 하려고 자해를 하게 돼. 그게 중독이야. 넌 지금 아직 뇌가 성장하는 중이라서 그렇게 중독되는 습관이 뇌에 새겨지면 어른이 돼서 벗어나기 너무 어려워. 다시는 자해를 해서는 안돼.

그리고 아이가 엄마와 관계가 좋아서 다행이라고 했다. 검사에서 아이가 친구관계, 학교에 문제가 없고 엄마에게 지지를 많이 받고 있는 것이 나타나 있다고 했다. 아직 어리고 이런 증상들이 나타나고 바로 병원에 왔으니 호전도 빠를 거라고 했다.

상담이 마무리 지어질 때 즈음 아이에게 먼저 나가 있으라고 했다. 의사 선생님께 꼭 여쭤봐야 할 것이 있었다.


선생님, 우울증도 유전되나요? 제가 우울증으로 약을 먹은 적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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