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다 진행하던 워크숍도, 간간히 가지던 조촐한 선술집 술자리도, 가족 모임도, 친구들 연락도 모두 외면한 채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데
아무도 만나지 않는다는 게 이게, 너무 편한 거다.
사람을 만난다는 건 피곤한 일이다.
상대의 위치와 나에 대한 호감도를 계산해 만날 장소를 정하고,
나와 상대의 취향에 맞춰 함께 먹을 식당을 찾고, 식당에서 또 메뉴를 정하고,
상대가 지루해하지 않도록 적당한 이야깃거리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상대의 이야기에 맞추어 적절한 반응을 보여주고,
서로 집에 돌아가고 싶은 타이밍을 눈치껏 맞춰 마무리 멘트를 던지고,
귀가 후 “오늘 너무 좋았어! 잘 들어가고 조만간 또 보자!”라며 영혼 없는 확인 문자를 나눈다.
이 얼마나 신경 쓸 일이 많은가. 난 힘들다. 가능한 한 하기 싫다.
체력이 엄청 소모되는 일인데 다들 하는 걸 보면 내 체력이 유별나게 저질 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서로 의식적으로 안부를 묻는 건 반가운 일이다. 만나고 싶으면 만날 수도 있다. 오랜만에 연락이 된 사람은 보고 싶은 마음에 내가 찾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만나기 귀찮은 사람도 있다.
만나서 도움이 되는 인간이냐 아니냐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잣대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싫은 이유가 있다면 연락을 끊으면 될 일이지만, 연락을 끊는 것도 망설여진다.
그건 아직 그 사람을 만날 때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사람도 너무 자주 만나면 할 이야기가 없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까지 구질구질 꺼내게 된다. 가장 만만한 건 자리에 없는 누군가의 흉을 보는 거다. 보통 ‘가까워진다’라고 표현하지만, 나는 ‘점점 의미 없어진다’라고 표현한다. 의미 없어진 만남은 서로에게 아쉬움보다 피곤함을 남긴다.
아마도 사람마다 주기가 다를 것이다. 00은 세 달에 한 번 만나는 것이 적당하고, ㅁㅁ는 한 달에 한 번 같은 식으로. 상대와 내가 나눌 수 있는 화젯거리의 게이지가 100%로 충전되는 시점에 만나는 것이 제일 좋다(상대의 의견은 다를 수도 있으니 눈치껏 하자). 하지만 상대도 대충은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서로 안부 카톡을 날리면서 먼저 날짜는 잡지도 않는 것 아닌가. 날짜를 잡자는 상대의 말에 우리는 당황한다. 아직 게이지가 다 안 찼는데, 이 녀석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아, 청첩장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