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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규 Sep 10. 2021

Northern Ligjt - 발할라의 창백한 불빛

북위 60°의 스칸디나비아 밤하늘은 오딘이 지배한다.

용감하게 싸우다가 죽음을 맞이한 용사들이 버티고 서있는 발할라의 창백한 불빛이 하늘에 버티고 서서  성벽을 만든다.


코펜하겐을 박차 오른 비행기는 서에서 동으로 가로지르며 헬싱키를 거쳐 핀란드와 소련의 젊은이들이 한치의 땅을 뺏고 지키기 위해 수없이 죽었던 만넬하임선과 라도가 호수 북방을 지나 러시아로 들어간다.


러시아로 들어가도 굳건하게 지키고 선 발할라의 창백한 불빛은 조금만 더 가면 손에 닿을 것 같지만 다가갈수록 한 발짝 물러서며 더 높이 올라간다.


둥글게 성곽을 만들고 창백하게 버티고 선 불빛은, 가끔은 다가오는 침입자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서 고개를 내밀고 엿보기 위해 빛나는 커튼을 살짝 여는 것인지 순간순간 일렁이며 밝게 빛난다.


어느덧 비행기는 자정을 넘어 북위 63°를 넘어간다.


시간이 지나가며 발할라의 불빛은 잦아들고 저 멀리 북극 너머의 백야의 여명이 밝아온다.


이제 아르한겔스크와 십카르를 지나 혁명 지사들의 눈물이 서려있는 예카테린부르크를 지나자 교대하는 승무원들이 나만의 전망대에 들어오고 북극의 짧은 여름밤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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