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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규 Dec 29. 2021

빛과 어둠

방안을 비춰주던 조명이 꺼지자 어둠이 날개를 펼쳐 빛을 잡아먹는다.

하지만 어둠의 활갯짓도 잠시.

조금씩 빛은 스며들어와 사위를 밝히기 시작한다.


공간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하얀 리넨이 살짝 푸른빛을 내면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대신 밝은 조명이 빛날 때는 그 조명의 그림자에 가려 어둠 속 배경으로서만 존재하던 것들이 조화를 이루어 보인다.


어둠 속을 노려보는 화재감지기의 붉은 눈,

닫힌 객실 문의 바닥 쪽 틈을 비집고 들어온 복도의 노란빛,

암막커튼 틈을 이리저리 몸을 뒤틀어 들어온 바깥 거리의 가로등 빛.


이들이 어울려 어둠 속의 밝음을 만들어낸다.


어둠의 시간과 크기가 강할수록 밝음을 향한 열망과 감도 또한 커진다.


빛은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다.

어둠은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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