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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규 Feb 06. 2022

나의 장례식에 대한 소망

내가 죽으면,

1. 남은 가족들이 장례식장에서 울고 짜는 것보다는 웃고 떠들 수 있으면 좋겠다.


2. 가족들이 서로 간에 누가 더 효자니,  불효자니 싸우거나 누가 날 더 돌봤다고 싸우지 말고 "그동안 우리 다 고생했다. 아버지도 편하게 가셨다."라고 축제의 마무리장처럼 보내면 좋겠다.


3. 장례식장에 찾아오시는 조문객들 중 아들딸 관련 조문객은 몰라도 나를 보고 오는 조문객들에게는 부의금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4. 찾아오신 조문객들이 침통한 표정보다는 나하고 시원하게 작별해줬으면 좋겠다.


5. 밤 10시가 되면 조문을 그만 받고, 아침 9시가 되면 다시 받았으면 좋겠고, 그 시간 동안 모두가 쉬었으면 좋겠다.


6. 어차피 화장할 몸뚱이. 수의는 하지 말고 공군 정복이나 회사 제복을 입히고, 관은 제일 싼 것으로 했으면 좋겠다.


7. 장례지도사가 하자는 쓰잘 떼기 없는 제사들 다 관두고, 성당 신부님 한분, 교회 목사님 한분 모셔서 나 가는 길에 하느님께 잘 봐달라고 간구의 기도 올려주시면 고맙겠다.


8. 가는 길에 오랜 병치례에 가족들 고생시키지 말고 짧고 굵게 아프고 갔으면 좋겠다.


9. 이 세상 하직할 때 자식들에게 푼돈이라도 물려주고 갈 재산이 남았으면 좋겠다.


10. 떠나는 길에 가족들에게 많은 걸 해주지는 못했지만 열심히 살았고 사랑받고 존경받은 가장으로서 기억되면 좋겠다.


11. 직계가족이 아닌 한 장례 풍습이 어쩌고 저쩌고 예가 아니다 어쩌고 저쩌고 하는 분들은 다들 합심해서 내보내드리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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