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중 유럽전선에서 연합군은 막대한 폭격기 손실 때문에 항공기의 취약점 분석을 위해 폭격기의 피탄 부위를 조사했다.
그리고는 피탄이 집중된 부위를 보강하고자 했었다.
그때 미육군 항공대의 통계자문그룹의 일원이었던 콜롬비아 대학교의 Abraham Ward 교수가 반론을 제기했다.
"저 통계는 살아서 돌아온 비행기들의 통계가 아니냐? 거꾸로 생각해 봐라! 피탄이 집중되지 않은 기수 조종석과 엔진 부위에 피탄된 폭격기들은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 보강을 해야 할 부위는 기수 조종석과 엔진 부위이다."
이게 유명한 생존 편향(survivorship bias)의 오류이다.
두번째 그림.
현대 항공기 사고의 원인을 보면 기계 결함과 같은 항공기 자체의 요소는 별로 없고, CFIT나 공간상 정위 상실, 활주로 이탈같은 인적 요소가 대부분이다.
1950년대부터 2006년까지 발생한 1,843건의 항공 사고는 다음의 원인에 의한 것이다.
53%: 조종사의 과실
21%: 기계적인 결함
11%: 악천후
8%: 다른 인간적인 실수(항공관제 실수, 항공기의 과적, 잘못된 정비, 연료의 오염, 의사소통의 문제 등)
6%: 고의적인 사고(하이재킹, 폭발물 사고, 자살, 격추 등)
1%: 기타 이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조종사가 문제이다. 기계 결함에 의한 사고는 거의 없다. 항공기는 이제 사람이 조종하지 않아도 될만큼 완벽에 가까워졌다. 조종사없이 컴퓨터가 무인조종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라고 이야기한다.
이 사람들이 간과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있다.
첫번째, 항공기 사고의 발생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ICAO에서 발표되는 사고의 통계숫자는 정기항공 운송사업에 국한된 것이기는 하지만, 1945∼1972년간 30년이 못 되는 기간에 여객운송 실적(여객수×비행거리)은 약 70배로 증가한 반면, 항공사고로 인한 사망률(여객 kg당 사망자수)은 1/14로 감소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두번째, 항공기 사고의 발생이 현저히 줄어든 이유는 기계적 신뢰도의 향상 뿐만 아니라 조종사들의 안전관리 능력의 향상 또한 기여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기계적 신뢰도가 향상되었다는 것은 고장이 발생할 확률만 줄었다는 것이 아니라 고장이 발생해도 적절한 백업 장비와 대처방안의 수립과 숙달에 따라 사고없이 착륙할 확률도 높아졌다는 이야기이다. 인류는 시행오차를 통해 학습하고 개선한다. 즉, 피를 댓가로 치르고 발전한다는 이야기이다.
과거에 비해 조종사의 양성과 숙달에는 더욱 더 많은 학습능력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렇게 오랫 시간과 많은 학습과 훈련을 통해 양성된 조종사들의 기량을 유지하기 위한 공군/항공사의 기성 조종사 유지보수교육은 어마어마한 양과 비용이 든다.
아무리 기계적 신뢰도가 높고 정비를 잘받아도 기계는 고장이 나고, 적절한 훈련과 교육을 받은 숙련도 높은 조종사들이 대다수가 되었기 때문에 고장이 나거나 돌발상황이 닥쳐도 사고를 방지하고 안전생환하는 경우가 늘었다.
즉, 첫번째 그림의 생존편향의 오류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사고가 줄고, 그나마 발생하는 사고의 다수가 조종사 요소가 된 것에는 기술/정비의 발전과 함께 그 기계를 조종하는 조종사들의 능력이 향상되고, 사고가 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음에도 무사히 돌아와서 issue가 되지 못한 수많은 case가 있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빙산의 모습이 보잘 것 없다고, 작다고 해서 그 모습이 빙산의 실제 모습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