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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부처 Dec 25. 2024

가로수길

빠알갛고 노오랗게 산들이 물들어 갈 때쯤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드문드문한 우리 가게 앞 가로수길에서, 선선한 바람을 타고 빠알갛고 노오란 그것들이 하나, 또 하나 떨어지는 것을 하릴없이 보고 있었을 때였다.


수척해 보이는 얼굴로 하얀 원피스를 입은 한 여자가 손에 붕대를 감고 있는 꼬마를 데리고 가게로 들어왔다. 딱 봐도 동네 사람은 아니고, 이런 시골길에 관광을 왔을 리도 없었다. 하릴없던 차에 나는 이들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무엇을 살지 한참을 고민하던 여자는, 이것저것 사달라고 하는 꼬마와 실갱이하다 큼직 막한 오백 원짜리 맘모스 빵을 들고 왔다. 


작은 손지갑에서 오백 원 동전 하나를 쓱 꺼내어 내 앞에 두었다. 난 ‘마침 오백 원 동전이 딱 하나 있었나 보네’라고 생각하며 인사를 꾸벅하며 또 오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가게 앞 작은 평상 앞에 여자와 꼬마는 나란히 앉아 하나 둘 떨어지는 빠알간, 노오란 그것들을 보며 큼지막한 맘모스 빵을 나눠 먹고 있었다. 몇 입 넣지 않고 가만히 꼬마의 얼굴을 바라보던 여자는 아이에게 말했다.


“엄마, 잠깐 저 끝에 나무 보고 올랑께, 여기서 빵 묵고 있어라 잉”

“응” 


단조로운 목소리로 꼬마는 대답하고 빵을 입에 연신 집어넣었다. 심심한 장면이다 싶어 손에 다시 책을 들고 몇 페이지를 넘겼을 때 갑자기 꼬마가 후다닥 어디론가 달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 어딨어? 엄마?”


뒤따라 가게 앞으로 나와 주위를 둘러보니 엄마를 부르며 한쪽으로 뛰어가는 꼬마뿐 주변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엄마를 부르며 이쪽으로 저쪽으로 뛰어다니는 꼬마를 보며, 경찰을 불러야 하나? 잠시 가게에 데리고 있어야 하나란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저 멀리 나무 뒤에서 하얀 원피스가 다시 쏙 내비쳤다.


하얀 원피스의 그녀는 웃으며 성큼성큼 꼬마에게로, 꼬마는 울음을 터트리며 그녀에게로 달려갔다. 


‘무슨 장난을 애가 울 때까지 하고 난리람, 쯧‘ 하며 팔짱을 끼고 그들의 재회를 바라보았다. 


웃음을 띠면서 아이에게로 다가온 그녀는 이내 눈물을 펑펑 흘리며 말했다.

“엄마가 니 놀래켜 불라고 장난친건디, 뭐 이렇게 울고 난리대, 가만 앉아서 빵 먹고 있었으믄 될것인디“


빠알갛고 노오란, 그것들이 바람을 타고 하나 둘 내려오는 가로수길 한가운데서 주저앉아 엉엉 울던 꼬마는 엄마가 자길 두고 갔을 거라 생각해서 그렇게 슬피 울었을까. 하염없이 웃음 지으면서 장난이었다면서도 눈물 훔치던 그녀는 자신의 마음 한 켠이 들켜버려서라기보다는 보물 같은 아이에게 너무 짓궂은 장난을 한 자신이 너무 미안해서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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