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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이네집 Sep 25. 2020

짓눌린 마음을 햇살에 펼쳐 놓을 수 있다면

- ‘감정은 소중해’ <글·그림 린지 레그혼, 신민섭 편역>를 읽고

그림책 '감정은 소중해' <글·그림 린지 레그혼, 신민섭 편역/감수, 루크북스>


자기안의 감정을 가만히 바라본 적이 있나요? 저는 오늘 지금은 만나기 힘든 옛 친구가 나오는 꿈을 꾸며 일어나 묘한 느낌으로 하루를 시작했고, 주말 내내 집을 지켜서인지 몸이 찌뿌듯하고 기분이 어딘가 좋지 않았어요. 아침부터 오는 업무 문자에 압박감을 느꼈고, 새로 산 업무용 휴대전화기에 통화기록과 부재중 기록이 남지 않아 근심을 했어요. 점심시간에는 동료들과 도시락을 먹으며 소소한 기쁨을 나누었고, 지금은 다양한 감정들 중 현재 내가 가장 크게 느끼는 감정은 무엇일까 되짚어보며 이 글을 쓰고 있어요. 


'안녕! 난 프리실라야. 

난 친구가 많아.

모두 다 너와 똑같아. 

다 감정을 가지고 있단다. 

내 친구들을 만나 보러 가자.'


이렇게 시작하는 그림책은 12명의 친구들을 만나며 열두 가지 감정을 이야기 합니다. 


'얘는 셀리야. 

안녕! 셀리. 

셀리는 수줍음을 많이 타지.

새로운 친구를 만나서 수줍어하고 있어.  

 

너는 어떨 때 수줍어하니?'


친구들의 구체적인 상황과 감정을 표현하면서 네가 어떨 때 슬픈지, 화나는지, 들뜨는지, 행복한지, 안도감을 느끼는지, 자신만만하지, 실없게 행동하고 싶은지, 외로움을 느끼는지 묻습니다. 


내면에 일어나는 감정을 티내지 않는 것이 어른스럽고 장한 일이라고 여기는 환경에서 커왔습니다. 감정을 자연스레 인지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아직도 잘 모르고, 어색해 하곤 합니다. 제대로 화내는 법도 잘 모릅니다. 화나는 상황에서 내가 화를 내도될지 참고, 생각하다 화내야 하는 상황을 지나쳐버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억눌린 감정은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표출되기 마련이고, 억눌린 만큼 그림자가 되어, 내 어느 부분을 차지하게 됩니다. 


이 책은 ‘나 프리실라와 내 친구들이 다 모였네. 우리는 모두 감정을 소중하게 여기지.’ 라는 문구로 끝을 맺습니다. 살아가며 만나는 다양한 감정들이 저마다의 모습과 성격을 지닌 친구들처럼 자연스러운 우리의 일부임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느낀 슬픔, 행복, 화, 안도감, 외로움, 실망 등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함께 이야기 할 모임이 있다면 더 좋겠지요. 


우리가 느꼈던 감정에 대해 바라보고 표현하고 다시 감각해보는 시간은 눅눅하게 짓눌린 마음을 햇살에 펼쳐 놓는 것처럼 감정의 다른 결을 느끼게 하고, 그 감정을 가졌던 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다채로운 감정을 만나고, 자기 감정과 화해하고 친구가 될 때, 오롯하고 자유로운 나를 새로이 만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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