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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이네집 Sep 18. 2020

어지러운 세상에 아름드리 떡갈나무처럼

- ‘떡갈나무’ <앙드리엔 수테르 글, 엘리노르 슈미드 그림>를 읽고 


'떡갈나무'<앙드리엔 수테르 글, 엘리노르 슈미드 그림, 윤소영 역, 보림출판사>

코로나19 감염 증가에, 여름내 쏟아지던 폭우에, 연이어 강타하는 태풍들에, 고요함을 누리기 어려운 뉴스들이 이어진다. ‘한가하게 그림책이나(?) 보아도 될까.’하는 마음이 드는 나날이지만 일렁이는 마음을 잠재울 책은 무엇일지 고민하다 이 책을 잡았다.

 

열기와 습기에 마스크를 쓰기 어려운 여름날을 지나 어느새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공기가 느껴지고 가을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시간은 가고, 계절이 바뀌는구나.’ 한껏 높고 푸르러진 하늘이 어쩐지 뭉클하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떡갈나무에 관한 이야기다. 그림은 세밀화로 떡갈나무와 자연을 묘사하며, 떡갈나무의 이모저모를 보여준다. 




‘떡갈나무는 참나뭇과의 큰키나무입니다. 떡갈나무는 뿌리가 땅속 깊이 든든하게 뻗어 있어서 크게 자랄 수 있습니다.’라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떡갈나무가 ‘가장자리가 물결처럼 굽이치는 넒은 잎이 달린’ 활엽수이고, ‘수백 년 동안 사는’ 나무도 있을 만큼 오래 사는 나무라는 기초 정보부터, 나무가 뿌리로부터 빨아들인 양분을 물관을 통해 잎으로 올리고, 초록 잎은 광합성을 하고, 양분이 체관을 통해 가지와 뿌리로 내려가는 생장 과정도 알려준다. 


‘여름이 끝날 무렵, 잎겨드랑이와 가지 끝에는 구슬 모양의 작은 물건이 생깁니다. 이것을 눈이라고 해요 이듬해 봄에 잎이나 꽃이 나올 부분이에요.’ 새순이 돋는 자리도 짚어준다. 도토리가 여무는 모습, 해마다 밖으로 새 나이테가 생기고, 오래된 나이테는 더 이상 수액이 흐르지 않아, 목재로 쓰이게 된다고 설명한다. 계절의 흐름과 함께 떡갈나무의 생애와 다양한 모습을 표현한다.


한 자리에서 한 생을 보내는 나무이지만, 그 속에 얼마나 많은 태어남과 죽음이 있는지, 계절마다 어떤 새로운 모습을 하며 살아가는지 책장을 넘기며 색다른 위안을 받는다.

계절의 변화에 이 고단한 시기를 위로받는 것처럼 떡갈나무의 길고 긴 생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날 선 마음이 부드러워진다. 긴 호흡으로, 곧고 푸른 가지를 내뻗으며 열매 맺고, 단단히 뿌리내리는 떡갈나무처럼. 오늘의 시간을 살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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