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딸은 올해 3살이 되었고 신학기를 맞아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었다. 그리고 나 역시 주 1-3회 근무에서 새로운 곳에서의 풀타임으로 이직을 하였다(남편의 한의원에서 독립을 하였다). 처음으로 아기와 오래 떨어질 생각에 나는 걱정이 많았다. 아기가 엄마를 찾지는 않을까, 나와 떨어져서 얼마나 슬퍼할까, 새로운 공간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오랜 시간 걱정했다.
하지만 나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딸은 잘 적응하였다. 시간제 보육을 그래도 몇 달 한 덕분인지 새로운 어린이집에서 울지 않고 잘 적응하는 것 같았다. 헤어질 때 울어서 속상했지만 선생님의 말씀을 들어보면, 어린이집에 들어가자마자 울음이 뚝 그친다고 하였다. 선생님께서 이 정도면 적응을 잘하는 것이라고, 낮잠도 한 번 재워보자고 하였다.
우리 딸은 집에서 나와 잠을 잘 때 내 얼굴을 만지고 잔다. 애착인형이 따로 없고 내 볼을 만지다가 잠에 들기 때문에 나는 한쪽으로 오래 누워있어 어깨가 아프고 팔이 저리곤 하였다. 그래도 딸이 내 볼을 만지다가 스르륵 잠에 드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그런데 이제 어린이집에서 잠을 잔다면 우리 딸은 누구 얼굴을 만지고 자지. 애착인형을 만들어줘야 하나? 또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예상외로 잘 적응을 한 딸을 믿고, 딸에게 이불을 가리키며
- OO아, 너 이제 여기서 자야 해. 이거 OO이 이불이니까 어린이집에서 친구들도 코 자고 OO이도 이 이불 위에서 코 자렴.
열심히 말을 해줬다. 그랬더니 낮잠 시도 첫날 놀랍게도 딸은 그냥 이불에 누워서 뒹굴뒹굴 거리다가 잠을 잤다고 하였다. 어린이집 오티 때와 입학식 때 엄마인 내가 같이 있는데도, 다른 친구들은 하나도 안 우는 데도, 울 이유가 없는데, 엄청나게 울었던 이 아이가 이렇게 적응을 잘하다니. 선생님도 놀라는 눈치였다.
-OO이는 최고예요 어머니. 어린이집 적응을 정말 잘하고 있어요. 집에서도 많이 칭찬해 주세요. 혹시 집에서 변한 것은 없나요?
사실 조금 변하기는 했다. 우리 딸은 나와 있는 시간이 매우 매우 줄어든 것이 속상한지 밤이 되면 아빠(남편) 가라고 하며 나만 독점하려고 한다. 그 외에 떼가 아주 살짝 는 것 같기도 하지만 원래 떼쟁이라 눈에 띄는 변화는 없는 것 같다.
새로운 학기, 아기는 잘 적응하고 있는데 오히려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나다. 아이의 신학기와 함께 나의 새로운 직장에서의 생활이 아직은 어색하기만 하다. 나는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매일매일 설거지를 하고 분리수거를 하고 오늘 저녁은 또 뭐 먹지 고민하는 일상이었는데, 갑자기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하고 OO엄마 대신 내 이름으로 불리니까 너무 어색하다.
집안일도 손을 놓게 된다. 아니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빨래는 언제 했더라, 청소는 언제 했지, 밥솥의 보온 시간은 72시간은 기본으로 넘어간다. 그 와중에 남편이 빨래를 돌리고, 청소는 사람을 불렀고, 밥은 시어머니가 종종 음식을 해다 주신다. 모두 감사할 따름이다.
한 번은 퇴근하고 왔더니 남편이 내가 좋아하는 파스타와 스테이크를 해줬다. 그리고 어떤 날은 구절판을 해주며 힘내라고 한다(물론 그날은 남편이 쉬는 날이었다). 주말에 남편이 요리를 해주곤 했지만 이렇게 일하고 와서 받는 저녁상(?)은 기분이 정말 좋다. 왜 그럴까. 내가 전업주부일 때 남편 퇴근하고 오면 남편이 좋아하는 진미채반찬을 해주면 남편이 엄청나게 맛있게 먹는 기분이 이런 느낌이었나 보다.
아직 3월 중순이라 나는 여전히 더 적응이 필요하다. 저번에도 어린이집에 아기를 데려다주다가 서둘러서 아기가 넘어져 이마를 쿵 했고, 쉬는 날에는 아기와 놀이터에 갔다가 아기가 그네에서 떨어졌다. 분명 떨어지면 잡으려고 옆에 서있었는데 잠깐 딴생각을 한 사이 아기가 떨어졌다. 이럴 때는 자괴감이 든다. 내가 엄마가 맞는 걸까. 직장도- 엄마로서도 - 잘 적응을 하고 있는 걸까. 머릿속에서는 생각이 끊이질 않는다.
아기는 어린이집에서 잘 적응을 할 것이다.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나보다 더 잘 사회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잘 가르쳐줄 수 있는 멋진 선생님도 만났다. 나는 이것에 감사하면서 - 아기가 어린이집에서 여전히 운다면 나는 지금 직장 생활을 제대로 못할 수도 있었다 - 나의 적응 기간도 곧 끝날 것이라고 다짐해 본다.
그런데 우리 딸.. 그래도 본격적인 사회생활이 힘들었는지.. 콧물이 난다. 이런..
제발 아프지 말고, 아프더라도 조금만 아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