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곳에 머물던 희망을 새 땅에서 피워내는 퓨리오사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_2024__★:4/5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와 관련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매드맥스 사가의 장점은 자동차 액션과 디스토피아 세계관이 주는 시각적 충격이다.
개인적으로 이번에 개봉한 <퓨리오사>의 시각적 충격은 전작 <분노의 도로>만 못했지만, 액션 씬은 전작보다 훌륭한 부분이 있었고, 매드맥스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 '희망'을 가장 잘 다루었다 생각한다.
핵전쟁으로 망가진 세상 속, 디멘투스는 희망을 버리고 본능과 욕구만을 쫓으며 산다. 임모탄은 가짜 희망을 만들어 권력을 갖는다. 오직 주인공 퓨리오사 만이 희망다운 희망을 품고 있는데, 그녀의 희망은 녹색의 땅을 되찾는 것이고 그 과정엔 디멘투스를 향한 복수가 선행되었다.
영화의 시작과 끝은 추격 씬이라는 점에서 같지만, 초반엔 퓨리오사의 어머니 바사가 퓨리오사를 납치한 디멘트스 일당을 뒤쫓고, 끝엔 퓨리오사가 디멘투스를 뒤쫓는다. 퓨리오사는 디멘투스를 생포해 어머니의 안식을 실현하고 그녀만의 방식으로 복수한다. 목적을 향한 끈질김과 집념을 가진 퓨리오사라는 캐릭터는 때로는 맹목성을 띄기도 하고 꺼지지 않는 특징을 가진 '희망' 그 자체로 보였다.
퓨리오사가 늘 곁에 두는 씨앗은 복수와 희망을 상징하는 이중적인 오브제다. 무언가 결심할 때도, 큰 일을 앞두고 마음을 다잡을 때도 퓨리오사는 씨앗을 꺼내 입속에 넣고 생각에 잠겼다. 어린 시절 처참하게 살해당한 어머니를 생각하지 않았을까? 어머니가 건넨 유산이 씨앗이었다면, 어른이 된 퓨리오사가 복수를 마쳤을 때 씨앗은 나무로 자랐다. 씨앗이 디멘투스의 몸을 양분 삼아 나무로 자라난 설정은 폭력, 잔인함, 배신, 절망에서도 희망이 피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또 그 나무가 시타델에서 자란다는 건 세계관 내 시간 순서가 <퓨리오사> -> <분노의 도로> 점에서 <분노의 도로>의 결말과도 이어진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