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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봉석 Feb 03. 2021

대구가 IB학교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기만적이고 위험한 IB학교 홍보를 중단하고 IB학교 도입 철회해야

위 글은 2021년 2월 3일 전교조 대구지부 성명서로 필자가 쓴 초안을 바탕으로 한 글입니다.

<출처> 중앙일보 2월 1일 보도 사진 대구교육청 제공

 

<출처> 세계일보. 국제바칼로레아(IB) 본부 회장단이 경북대 사범대부설 고등학교를 방문해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대구교육청 제공

 지난 2월 1일 대구교육청은 경북대 사범대 부설중학교(이하 사대부중)과 경북대 사범대 부설초등학교(이하 사대부초)가 한글로 수업하는 IB교육 인증학교가 되었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진행했다. 수십 명의 교육청 관계자와 외부인이 참석한 이 행사에서 대구교육청은 두 학급을 대상으로 학교를 공개하고 IB교육을 자랑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를 위해 대구교육청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작년 7월에 후보학교 7개교를 대상으로 IBO 컨설팅단 방문을 받았으며, 12월에는 사대부중과 사대부초를 대상으로 인증학교 심사를 위한 평가 방문이 진행되었다. 결국 1월 21일에 사대부초가 IB학교 인증을 받았고, 1월 22일 사대부중이 IB학교 인증을 받았다. 그러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이하 전교조 대구지부)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대구교육청의 부적절한 IB학교 홍보를 비판하며, 현행 IB교육과정 도입계획 역시 중단하고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다.      

 

  첫째, 대구 지역 다른 대다수 초중고는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졸업식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상당수 초등학교는 1월 25일부터 개학했지만 대부분 원격수업 지침으로 인해 학생들은 등교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교육청이 수십 명의 외부인까지 초청해 IB학교 외부 공개를 실시하는 것은 방역 지침을 위반한 것이며, 부적절한 행위이다.      


  둘째, IB교육 특성상 IB학교는 학급당 학생수가 최소 20명 이하여야 하며, 학급당 15명 내외가 적정 인원이다. 반면 이날 공개된 사대부중은 전교생 수가 579명에 21학급 규모로 학급당 학생수가 27명에서 29명에 달한다. 또한 전체 교직원은 42명으로 모든 학생이 IB교육을 받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대한 해법은 교육청 보도자료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셋째, IB교육은 역량 중심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탐구활동, 토론, 논 서술형 평가 등의 다양한 교육활동을 시행하는 방식이다. 반면 작년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대한민국 대부분 학교에서 실험실습이나 토론, 탐구활동, 봉사활동, 동아리 활동 등은 중단되었다. 백신이 아직 보급되지 않은 올해도 방역 안전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이러한 IB교육이 방역 안전을 담보하면서 어떻게 가능할 것인지 대비책이 마련되지 않았다.     


넷째, 대구교육청은 국제학교와 다르게 한국어로 IB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였다. 그러나 이는 정확한 사실이 아니다. IBDP 6개 교과군 중 4개 교과군만 한글화가 되었을 뿐이고 2개 교과군은 여전히 영어로 진행된다. 따라서 영어 소통 능력을 일정 이상 갖춘 학생일수록 IB교육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학습능력이 다양한 학생 집단에 IB교육을 도입한다 하더라도 학습능력이 뛰어나거나 영어 사교육을 많이 받은 학생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IB학교는 제2의 외고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다섯째, 대입 체제에 종속된 우리나라 교육 특성상 IB교육은 수능 입시체제에 적합한 방식이 아니다. 그래서 IB교육은 수능 최저점을 보지 않는 수시 대입 준비를 목표로 한다. 또한 대입을 목표로 하는 IBDP(IB 고교과정)가 도입되지 않으면 초등 과정이나 중학 과정 역시 제대로 정착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대구교육청은 올해 3월 중으로 후보학교인 포산고, 대구외고, 경북대 사범대 부속고등학교(이하 사대부고)를 대상으로 IB학교 인증을 신청하고 6월까지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이들 학교 중 두 학교는 보통의 일반계고가 아니다. IB교육을 몇 년 전부터 시행한 경기외고 IB학급의 경우 대다수 학생이 국내 진학이 아닌 외국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 작년 경기외고 IB학급 졸업생 중 상당수는 외국대학에 진학하였다. 결국 포산고나 대구외고 IB학급을 경기외고 IB학급 모델처럼 만들겠다는 계획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반면 제주 표선고의 경우 한 학급이 아닌 학교 전체를 대상으로 IB교육을 도입한다.      

  우리는 토론 논술형 수업, 문제 해결 수업, 탐구활동 수업의 확산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교실수업 방식이 여러 학교에서 확산되고 정착하려는 것을 막기 위함도 아니다. 오히려 대구교육청의 IB교육 도입 방식이 전체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을 받게 하기 위함이 아닌 소수 특별한 학교를 만들고 학생 간 격차와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육들은 이미 특목고를 비롯한 소수 귀족 학교에서 시행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대구교육청이 자사고와 국제고 등 소수 귀족학교 폐지가 예정된 마당에 IB학교라는 새로운 귀족학교, 특권학교를 만드려 한다는 점에서 전교조 대구지부는 현재의 IB교육 도입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학교에 가고 싶어도 못 가는 학생들, 학교를 가더라도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토론은커녕 옆자리 친구들과 다정한 인사말 한마디 나누기 어려운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학교마다 수천만 원의 예산을 외국 기관에 납부해야 하는 IB교육 대신 대구교육청이 무엇을 우선 고민해야 하고 중요시해야 하는지 다시 검토하기를 요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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