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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봉석 Nov 27. 2020

꼭 만점을 받아야 할까?

만점 지상주의가 우리에게 남기는 것들

곧 기말고사 기간이다.   

  

  예전 학생 하나가 국어 공부를 어떻게 해야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지 물었다. 그 학생은 소위 모범생이다. 지난번 점수를 물으니 92점이란다. 그 점수도 훌륭한데 왜 굳이 100점을 받으려고 하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100점 받으면 기분 좋잖아요?’라고 답한다. 당연한 대답이다. 


  그런데 거기서 나는 학생이 원하는 답을 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적어도 한두 문제 정도 교사의 생각이나 의도와 다르게 판단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국어에서 100점보다 교사 생각과 다르게 작품의 주제를 바라본다거나 해석을 다르게 하는 능력이 더 중요할지 모르지.’ 학생은 당황했다.    


  국어 점수 100점이 그 학생의 언어능력이 완벽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수능이나 기말고사 같은 내신은 대부분 객관식 선택형 문제로 출제한다. 객관식 문항은 교사의 출제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비판적 사고보다는 암기식, 단순 지식이나 이를 응용한 문제 풀기를 요구하거나 이를 선택하는 ‘기술’이 중요한 경우가 많다. 교사의 해석에 이의를 달지 않고 교사의 의도나 눈치를 잘 보는 학생일수록 객관식 문항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확률이 높다. 알다시피 기존의 교과서나 학교교육과정은 이의를 제기하거나 비판적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능력보다 기존의 지식, 구조, 이데올로기를 답습하는 인간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둔다.    


  수능과 입시를 준비하는 교실에서 질문이 사라지는 건 당연하다. 간혹 질문을 던지는 경우는 학원에서 배운 내용과 다르다거나 교과서와 교사의 수업 내용이 다를 때 정도인 경우가 많다. 어릴 때 자기 의견을 표명하는데 활발하던 아이들은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점점 교사가 던져주는 지식을 받아쓰고 암기하는데 바쁘거나, 이마저도 포기하고 엎드리는 학생들은 늘어난다.     


  등급 매기기 경쟁에서 승리한 모범 학생들은 일종의 혜택을 받고 우대를 받는다. 일부 엘리트들은 이런 결과가 자신의 노력에 의한 것이며, 이로 인해 얻게 되는 부와 권력이 당연한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등급 나누기, 서열화 경쟁은 처음부터 공정한 게임이 아니다. 요즘은 ‘개천에서 용 나기’가 불가능한 시대라고 한다. 결국 등급 나누기 경쟁에서 승리했다는 것은 가정, 지역, 계층적 차별에 따른 불평등한 차별과 혜택의 결과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지금도 여전히 학교교육에서 수업이나 배움, 성장보다는 ‘수능’이 중심이다. 고등학교가 어제부터 전면 원격수업에 들어갔단다. 12월 초에 치러질 수능 때문이다. 나도 여전히 객관식 기말고사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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