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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봉석 Sep 26. 2020

대구교육청 정책에 대해

대구국제고, IB교육과정, 다품교육을 중심으로

1. 강은희식 대구교육,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학생의 미래역량을 기르겠습니다’, ‘한 학생도 놓치지 않고 다 품겠습니다’, ‘학교의 자율성을 존중하겠습니다’, ‘따뜻한 교육공동체를 만들겠습니다’. 올해 대구교육청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 명시된 비전 내용이다. 그럴싸한 표현이지만 대구교육이 실제 그러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비판적 시선을 거두기 쉽지 않다. 그동안 대구교육청이 전교조나 학비노조 등 진보적 사회노동단체와 적대적 갈등 관계를 지속해 왔고, 학생인권이나 민주적 학교자치에 대해 외면했던 것을 감안하면 곧이곧대로 믿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구교육청이 추구하는 교육정책이 실제 그러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학교의 자율성 확보를 위해 제대로 노력하고 있는지, 소통의 교육공동체를 위해 진정성을 보이고 있는지 살펴보는 일은 중요하다. 여기서는 대구교육청이 추진하는 대구국제고 문제와 IB교육과정 도입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려 한다.


2. 흐름에 역행하는 대구국제고 건립. 누구를 위한 일인가?    

       < 공사가 진행 중인 대구국제고 조감도>

 2021년 3월 개교 예정인 대구국제고는 북구 도남지구 내에 연만적 2만 2615㎡, 지하 1층 지상 6층에 전교생 360명 규모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여기에는 국제회의실, 다목적 공연장, 중층 도서실, 커뮤니티 스트리트, 전교생 수용 기숙사 등 일반고에서 보기 힘든 초호화 시설이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작년 교육부가 고교학점제 도입을 이유로 국제고를 비롯해 특목고, 자사고를 2025년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360억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4년 만에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도 대구교육청은 어찌 된 일인지 국제고 건립을 강행하기로 결정한다. 전교생 대상 기숙사 같은 경우는 일반고로 전환되면 쓸모없는 시설이 되지만 이에 대한 대비책이나 대안도 아직 없는 상태다. 귀족 학교라는 비판에도 대구교육청은 독단적이고 독선적으로 국제고 건립을 강행한다.    


  자사고, 국제고, 특목고 폐지는 전교조를 비롯한 진보 교육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던 사안이다. 이명박 정권 시절 고교 다양화를 명분으로 각종 특목고, 자사고, 국제고를 확대했지만 일반고를 황폐화시키고 고교 서열화를 심화시킨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최근 서울교육청은 국제중까지 폐지를 결정했지만 대구교육청은 오히려 정반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구교육청은 국제고의 특화된 교육프로그램이 고교학점제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이는 모순된 발언이다. 이른바 고교학점제는 일반고 역량 강화와 고교 서열화 해소를 전제로 한 정책이다. 그래서 교육부도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명분으로 국제고, 자사고 폐지를 결정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구교육청의 대구국제고 건립 강행은 과거 입시교육체제에 대한 향수와 퇴행적 입시 교육에 미련을 놓지 못한 아집의 결과일 수밖에 없다.


3. 대구교육청이 IB교육과정을 도입하려는 진짜 이유는?


  강은희 교육감은 미래 사회를 대비하고 창의융합 사고 역량을 키운다는 명분으로 2018년부터 IB교육과정 도입을 추진했다. IB교육과정 도입 3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대구에 정식으로 인증을 받은 학교는 아직 없다. 2021년 IB 교육이 시작된다 하더라도 2024년 졸업생 배출이 가능하다.(IBDP는 인증을 받아야만 IB 교육이 가능하다.) 그마저도 올해 IB한글화 작업이 마무리되고, IBDP(고교 과정)를 인증도 올해 마무리된다는 가정 하에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19 사태로  IB한글화 작업과 IB학교 인증 절차가 지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교육청의 이런 계획은 예측대로 진행되기 어려워 보인다.    


  IB교육과정은 원래 외국 주재 상사원이나 외교관 자녀를 대상으로 개발된 국제학교용 교육프로그램이었다. 스위스에 본부를 둔 IBO(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가 1960년대부터 IB를 운영하기 시작했지만 프랑스 바칼로레아, 독일의 아비투어(Abitur) 같은 유럽 각국의 입시 제도를 참고해 지금의 IB교육과정이 완성된 것이다. 국제학교용이다 보니 IB수업에 사용되는 언어도 영어, 스페인어 같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언어로 한정되었다.   


  문제는 IB가 앞서 말한 것처럼 외교관 자녀같이 중산층 자녀를 고려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기에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학업 수준이나 학습량, 과제의 수준이 비교적 높다는 데 있다. 외국 사례에 보면 IB학교 학생들의 중도 탈락이나 낙제 비율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그런 이유로 IB교육과정이 일반고 학생들에게 적합하냐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IB 도입 찬성론자들은 미국 일부 고교에서도 IB 프로그램을 도입한 사례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하다는 주장을 편다. 그러나 IB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서도 토론 수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교사의 수업 재량권이 폭넓게 인정되는 미국 사례를 우리 현실과 동등하게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을 제기할 수 있다. 한편 제주교육청은 농어촌 지역 일반고를 IB학교로 운영해 이러한 비판을 피하려 했다. 거기에 대구와 제주교육청은 2019년 IB교육과정 6과목 중 4과목을 한글화 하기로 추진하면서 영어 중심 교육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려 하였다.

   또한 기존의 IB학교들이 IBO에 매년 1000만 원 정도의 회비를 내야 하고 학생들은 평가시마다 90만 원 정도의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등 막대한 비용을 요구한다. 거기에 영어로 수업해야 하니 국내에서 IB교육을 시행하는 기존 학교들은 모두 경기외고나 브랭섬홀 아시아(국제학교, 이 학교는 연간 학비가 1억 정도) 같은 귀족학교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IB 도입 찬성론자들은 IB가 기존 객관식 수능으로 인한 문제점 등 공교육의 다양한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보았다. 거기에 절대평가 도입 문제, 교사의 교재 선택권 문제(교과서 자율발행제),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제시했다. 다만 막대한 비용이 소모된다는 점을 고려해 우선 일부 학교에 IB학교를 시범 도입하고 장기적으로 KB교육과정(한국형 바칼로레아)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대구교육청의 IB 교육과정 도입 또한 이러한 의도와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을까?

  우선 대구교육청은 포산고, 대구외고 등을 IB후보학교로 지정했다. 이들 학교는 대구에서도 학업 수준이 비교적 높은 학교들이다. 이 학교들을 IB학교로 지정한 것 자체가 일반고 역량 강화나  입시 위주 교육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있다. IB 교육을 대비하는 사교육업체나 학원들은 IB가 외국 명문대학에 유리하다는 장점을 내세운다. 대구교육청도 외국 명문대학 진학 등 입시 성과를 먼저 염두에 둔 것이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또한 대구교육청이 IB교육과정이 추구하는 가치나 방향을 이해했다면 매년 일제고사를 강행하지도, 국정교과서 반대 교사에 대한 행정처분 철회 요구도 거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구교육청의 IB교육과정 도입이 현 공교육의 위기 극복이나 창의성 교육, 미래교육 도입 문제보다 입시 성과를 먼저 고려했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4. 한 아이도 놓치지 않는 대구교육?    


  대구 뿐 아니라 많은 교육청에서 ‘한 아이도 놓치지 않는 교육’을 슬로건으로 내세운다. 대구의 경우에는 기초학력보장 정책, 맞춤형 진로진학 교육, 대입내비게이션, 직업계고 취업역량 강화, 수요자 중심 방과후학교, 영재교육 내실화, 초등돌봄 확대 같은 정책들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런 내용들을 검토하면 강은희식 ‘다품교육’이 어떤 관점을 가지고 무엇을 추구하는지 가늠할 수 있다.    


  위에 나열된 정책들은 주로 학생들의 수업이나 진로, 진학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초학력 보장 정책이나 맞춤형 진로교육은 학생들의 학업이나 상급 학교 진학을 염두에 둔 정책이고, 수요자 중심 방과후학교나 영재교육 역시 입시와 밀접한 관련을 지닌다. 그런 점에서 강은희 교육감과 대구교육청이 말하는 ‘다품’은 ‘학업’이나 ‘진학’에서 소외된 학생들이 없도록 하겠다는 말로 해석이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강은희식 ‘다품’은 치열한 입시 경쟁을 해소하는 방향이 아니라 입시 경쟁에 낙오되는 학생을 줄이겠다는 방향으로 설계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다품’ 교육은 청소년 소외와 폭력 문제, 친구를 경쟁 상대로만 보면서 생기는 배타적이고 고립된 사회 관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오히려 학업와 진학에 초점을 두는 정책이 학업 경쟁에서 낙오된 다수 학생을 배제시키는, ‘다품’이 아닌 ‘다 포기’로 갈 위험성까지 내포한다. 또한 학업과 입시 중시 교육 정책이 위계적이고 억압적 학교 문화를 강화하고 유지시킨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결국 강은희식 ‘다품’교육은 창의성과 다양성을 키우는 미래지향적 교육 역량 강화와는 거리가 멀다.   

 

< 교육청 출입문을 막고 있는 직원의 모습. ‘다 품’는 것이 아니라 ‘다 배제’,‘다 통제’를 보여주는 상징적 모습이다. >


  2018년 대구지역 스쿨미투는 학교 안의 일상화된 폭력과 차별, 억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하생들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교육청은 형식적으로 대처하면서 이러한 목소리는 묻히고 말았다. 2019년 지문인식 학교출입시스템 설치 논란이나 2020년 학교 안전도어시스템 설치 강행은 학생들을 ‘다 품’는 것이 아닌 ‘다 가둠’에 목적을 둔 것이다. 학생 인권과 학교자치가 전제되지 않는 ‘다품’은 결국 학생들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방향으로 가고 만다.


위 글은 전교조대구지부 이슈 소식지 8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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