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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봉석 Sep 07. 2020

지필평가와 교사 교육권

교사의 교육권은 보장될 수 있을까?

 지난주 중간고사 실시 여부로 우리 학교 교장, 교감과 연이어 설전을 했다. 내가 국어과 부장이기 때문이다. 국어과에서는 협의 결과 기말고사 하나와 수행 평가만 치기로 합의했었다.

교장과 교감은
  1) 영어, 수학 치는 데 국어도 쳤으면 좋겠다. 정 안되면 중 3이라도 안 되겠는가?
  2) 학부모들 민원이 오지 않을지 걱정이다.
  3) 한 번이라도 시험을 더 치면 학력 격차를 줄이고 학생들 공부를 더 시킬 수 있지 않겠는가?
  4) 지금 상황에 시험을 한 번만 치는 것이라 불안하다고 했다.
 
나는
  1) 이 의견은 교과 협의를 통해 결정된 것이다. 체육 전공 교장이, 사회 전공  교감이 국어 수업과 평가를 함부로 바꿀 수 없다고 했다. 또 교과부장을 통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교사를 따로 불러 설득 작업하지 말라고 했다. 비민주적이고 여론을 왜곡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2) 1학기에도 기말과 수행만 했지만 어떤 문제도 없었다. 만약 민원이 온다 해도 합법적 절차와 법적 근거, 교육청 지침에 의해 진행되었다고 설명해주면 될 일이다. 교육 중심이 아닌 민원 중심으로 학교를 운영하지 말아야 한다.

  3) 국영수 세 과목이 같이 중간고사를 쳐야 한다는 것은 기존 관행에 얽매인 편견이다. 교육청 지침이나 개정 교육과정 어디에도 근거가 없다. 작년 사대부중은 아예 지필을 치지 않았다. 평가의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4) 교육청 지침은 지필이 아니라 과정중심평가를 더 해달라는 것이다. 학교 측 요구는 교육청 요구 방향과 맞지 않다. 이 부분은 교육청 장학사에게 직접 확인했고, 교육청 공문에도 명기되어 있다.

  5) 지필평가 위주의 수업이 학력 격차를 더 유발한다. 분반 수업으로 인해 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는 상태에서 객관식 시험만 중시하는 건 비교육적이다. 국어 작품의 주제나 감상을 객관식으로 묻는 것도 국어 교육목표와 거리가 멀고 전근대적 교육 산물이다.

  6) 수행평가도 하기 때문에 평가를 한 번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과정중심평가가 학생들의 학습활동을 고양하고 학력 격차를 완화하는데 더 도움이 된다.

  교장은 한번 더 교과(특히 중3)에서 고민해주길 부탁하긴 했다. 하지만 나는 교장 요구가 우선이 아닌 실제 수업을 하고 학생들과 만나는 선생님들의 의견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다시 메시지로 교사의 고유 권한인 수업권과 평가권을 관리자가 간섭하는 건 교육권(교권) 침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오늘 교장, 교감 요구대로 결국 중간고사를 치기로 했다. 다른 국어 선생님들이 심적으로 너무 부담된다며 학교 측 요구대로 평가방식을 바꾸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다른 교과에서는 이미 학교 관리자 요구대로 시험 문제를 출제하고 있는데 국어만 중간고사를 안 치는 모양새가 부담스럽기도 했을 것이다.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어떤 방식으로 평가할 것인지 주체가 되어야 할 교사가 교육적 목적이 아닌 외부 요구에 의해 왜곡되는 일이 우리 학교에만 있는 일은 아니고 하루 이틀도 아니다. 나는 다만 이번 일을 통해 학교 관리자와 동료들이 우리 고유의 권한을 좀 더 인지하고 행사하길 바랬다. 아쉽지만 이번 일이 학교가 변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자기 위안으로 넘어 가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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