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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봉석 Jul 17. 2020

석면 – 여전히 안전하지 못한 학교

1급 발암물질인 석면 - 석면은 학교 담장을 가리지 않는다.

아래 글은 필자가 2018년 대구 석면 안전 연대회의 활동을 하면서 대구교육청에서 발제한 토론문 일부를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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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학교 안 공사 - 석면은 천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림 1  학기 중 공사 중인 화장실 차단 벽, 복도 공간의 절반을 차지했다. 2018년 8월 말>


○ 올해 8월 중순 3주간의 짧은 여름 방학을 끝내고 학교에 돌아와 보니 난리도 아니다. 올해 학교에서 시행한 공사만 하더라도 화장실 개선공사, 급식시설 개선공사, 방송실 현대화 공사, 컴퓨터실 설치공사, 교실 내 간이벽 철거 공사 등이다. 그중 여름 방학 동안 마무리된 공사는 교실 간이벽 제거 공사 하나뿐이다. 나머지는 개학 이후에도 공사가 이어졌거나, 현재도 진행 중이다.


○ 지어진 지 이십여 년 다 되어가는 건물이니 각종 시설이 노후화되었을 것이고, 당연히 시설개선공사가 필요하다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문제는 방학뿐 아니라 수업이 진행 중인 학기 중에서 각종 공사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도 화장실 공사로 인해 학교 화장실 8개 중에서 절반은 사용 불가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의 위생 관리에도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림 2  석면이 포함된 건축 자재들>


○ 석면 자재가 불연성이다 보니 2014년 석면안전관리법 시행 이전 건물들에 석면이 폭넓게 사용되었다. 당연히 석면이 포함된 자재는 천장재 말고도 여러 군데 포함되어 있다. 석면이 포함된 시설물 철거 시 방학 중 실시가 원칙이지만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교사나 학생은 많지 않다. 또한 석면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위험한지, 우리 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학부모, 학생들도 많지 않다. 더구나 2018년 교육청 주요 사업계획을 보면 급식시설개선 공사나 화장실 개선공사 등은 석면 철거 사업과 별도로 분리되어 있다. 위에서 제시된 학교 공사 상황들은 방학 중 실시하라는 석면 제거 매뉴얼을 모두 어긴 셈이 된다. 더구나 대부분 학교의 석면 보고서에는 천장재 이외의 다른 자재에 포함된 석면 정보가 조사되어 있지 않다.


<그림 3  화장실 공사장 입구에 ‘학생 출입금지’ 팻말은 있지만 문을 언제든 열 수 있어 학생들이 얼마든지 출입할 여지가 있다. 문을 열면 저렇게 공사 자재와 폐자재 등이 보인다


○ 게다가 앞서 말한 급식시설 공사로 학생들은 교실 급식을 하고 있다. 화장실 공사가 진행 중인 복도 바로 옆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밥과 반찬을 받아먹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수업이 진행 중인 일과시간에도 공사 인부들이 계속 다니고 있고, 간혹 공사 소음까지 교실로 들린다. 몇몇 학생들은 화장실 공사 차단벽을 너머 매퀘한 냄새가 난다며 두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화장실 내부 철거 공사를 하는 날에는 바로 앞 교실은 다른 특별교실로 옮겼지만 다른 반은 특별실 부족으로 그러한 배려조차 받지 못했다.


○ 공사비가 500만 원이 넘는 경우, 원칙적으로 교육청에서 입찰과 공사 진행을 담당하도록 되어 있다. 문제는 학교 측에서 구체적인 공사 진행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시설공사 업체에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보통 교육청 알림 공문에는 어떤 공사를 올해 실시한다는 정보 정도만 제공될 뿐, 구체적인 작업 시기를 알기 어렵다.
  

<그림 4  학기 중 사용 중인 화장실 건물 천장이 모두 이런 식으로 천막을 이용해 막아 놓았다. 수많은 학생들과 교사들이 미세 먼지나 오물 등의 오염 위험에 노출된 셈이다.>

  

<그림 5  학교 뒤편 주차장 건물에 공사 후 나온 폐자재가 저렇게 놓여 있다.>




2. 석면 가루는 담장을 가리지 않는다.

    

<그림 6  한창 재개발 공사가 진행 중인 대구 지역 한 초등학교 모습. 2018년 3월>


○ 현행 학교 시설 내 석면 해체는 최소한 규정이 있고 매뉴얼이라도 있다. 그러나 학교 인근에서 진행되는 재건축이나 재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석면이나 미세 먼지 문제까지 감안하면 상황은 심각하다. 최근 서울의 한 유치원 건물의 붕괴 사례에서 보듯이 재개발이나 공사 진행 시 발생할 수 있는 석면 문제에 대한 학교 안전 대응책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그림 7 높게 쌓인 폐건축자재 먼지 가루가 언제라도 학교 창문을 들어올 기세이다.  오래된 건축물에는 대부분 석면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 <사진 6>와 <사진 7>은 올해 학교 인근에서 진행 중인 재건축과 재개발 공사가 학교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짐작하게 해 준다. 철거되는 건물들은 대부분은 오래된 건물이라 당연히 석면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지자체와 교육당국, 시공업체 측은 공사 진행에 대한 어떠한 정보가 학부모들이나 학생들에게 제공되지 않았다. 석면 가루 유입 방지를 위한 대책도 전무하다시피 했다. 기껏해야 가림막을 세워놓은 수준이지만 이 또한 교실로 유입되는 미세먼지와 석면가루를 제대로 차단하지 못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막상 개학하고 나서야 상황을 파악했고, 뒤늦게 학교 측과 공사업체, 지자체에 뒤늦은 항의와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미 학교 안으로 상당한 양의 미세 가루 등이 유입된 이후였다.



 

<그림 8 학교 석면 제거 시에는 비닐 보양을 해 비산 방지를 하지만 학교 바로 옆 폐자재는 천막조차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다.


<그림 9  학부모들의 항의에도 지차체와 학교는 미온적으로 대처했다. 결국 학부모들이 직접 마스크를 배부하고, 학교를 청소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 이 학교의 경우 주변이 순차적으로 재개발 사업이 예정되어 있어서 앞으로도 미세먼지나 석면 문제, 공사 중 소음 문제 등으로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 이미 학부모들이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고 공사를 일시 중지시킨 기간 중에서 공사 업체들이 새벽에 몰래 작업을 한다는 민원까지 제기되었다. 반면 구청 측에서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았다. 학교 관리자는 오히려 학부모들의 이러한 민원과 요구를 덮거나 학부모들의 항의 현수막을 제거하기까지 했다. 학생들과 교직원에 대한 석면 등의 건강과 안전 위협 문제는 심각했지만 유관 기관들의 대응은 부실했고, 유기적 협조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학교 관리자는 상황을 덮기에 급급했다.


3. 신속한 공사가 아닌 안전한 공사가 중요하다.


○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많은 학교에서 석면 공사 문제점이 매년 지적되었다. 물론 교육청에서는 한정된 인력과 예산을 가지고 많은 학교의 석면을 제거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안다. 그러나 문제가 노출되었다면 빠른 진행보다 안전하고 철저한 석면 철거를 위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논의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안전이다. 따라서 천장뿐만 아니라 석면이 포함될 수 있는 다양한 자재에 대한 정보를 교육당국이 정확하게 파악하고 반드시 방학 중에 실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여전히 교장이나 교감, 행정실장이 석면 문제에 대해 문외한인 경우가 많고, 시설 관리 행정인력이 석면 안전교육을 진행하는 데 있어 형식적인 경우가 많다. 석면 철거 예산뿐 아니라 학교 안전 관리인력 확충과 전문가 양성, 학교 인근 재개발 사업 등과 관련한 유관기관과의 실효성 있는 대응체계 등의 근본적인 대책이나 방안을 고민할 필요성이 있다.


○ 지난 석면 안전 연대회의 활동 과정에서 주위에서 심심찮게 들었던 말은 ‘왜 학교를 공개해서 시끄럽게 하느냐/ 학교 이미지를 실추시킨다 / 열심히 일한 사람들의 어려움이나 고생을 몰라 준다’ 등이다. 현장 교사의 한 사람으로 한정된 인력과 조건 속에 많은 실적과 결과를 요구하는 교육청이나 학교의 구조적 어려움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힘들다고 해서 노출된 문제를 덮는 방식은 더 큰 문제와 부작용을 유발한다. 폐쇄적인 집단 문화 속에서 ‘좋은 게 좋은 것’, ‘조용히 해결’하는 게 나은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 조직은 결코 더 발전할 수 없을 것이다. 투명한 공개와 논의, 더 많은 참여가 사람 사이의 신뢰를 회복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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