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그리구 알아보니, 수습 기간 급여 90%는 1년 이상 계약인 경우에만 가능하더라구요~ 그래서 최저시급 맞춰서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알바를 고용하면서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 중 하나가 수습 기간 이란 제도이다. 이것을 악용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고용주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 수습 기간을 두는 것이다.
난 초보 사장이고, 사람을 면접 보고 뽑는다는 것에 적지 않은 부담을 가지는 사람이다. 이렇게 작은 가게에 면접을 보러 와줘서 고마움이 우선이지만, 때론 집에 보내야 하는 학생들도 있는 법이다. 그럴 때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수습 기간을 두는 것이다. 나의 경우, 2주의 수습 기간을 두고, 그동안은 급여의 10%를 감하고 지급해 왔다.
1년 반 운영하는 동안 5명의 알바를 만났고, 그중 가장 무서웠던 알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지난봄(겨울에는 문을 닫고, 봄에 다시 오픈함). 자전거 대여점이 다시 문을 열어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하였다. 평일 알바가 필요했고, 평일 낮 시간 알바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고생하는 중이었다. 온다고 했던 사람도 전화를 받지 않고 잠적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이가 아파서 입원을 해야 했고, 매장을 닫아놓기엔 오시는 손님들께 죄송스러운 마음에 알바 구하는 것이 급하던 중이었다. 그때 서울 외대를 다닌다는 한 여학생이, 그것도 이곳 자전거를 이용해본 손님이, 알바를 지원했다. 난 그저 너무 고마웠고, 똑똑한 학생이니 내가 없어도 잘할 것이란 기대도 하며 고용을 하였다.
출근 이튿날. 다음과 같은 문자가 온 것이다.
”사장님, 그리구 알아보니, 수습 기간 급여 90%는 1년 이상 계약인 경우에만 가능하더라구요~ 그래서 최저시급 맞춰서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할 것 같습니다!”, “할 것 같아요.”도 아닌 ”같습니다 “에 느낌표라니...
나는 그 느낌표가 왠지 무서웠다.
하지만, 난 이미 병원에 발이 묶여있었고, 코로나로 병원 밖을 나가기도, 다시 들어오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그리고, 나도 몰랐던 사실이었기에 ‘내가 몰랐다. 100프로 지급하겠다’라고 마무리하였다.
그리고, 3일 뒤 또다시 기겁할 것 같은 문자가 왔다.
”근데 날씨에 따라 근무시간이나 일수가 유동적인 게 다소 불편하네요. 어느 정도의 월 임금은 채워서 받고 싶어서, 이 부분 고려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주 15시간 이상은 근무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주말에 바쁘시다고 하니, 주말 제외 하루 이상은 쉬었으면 좋겠어요! 주말은 연장근무도 가능하구요. 회신 기다리겠습니다~“
”날씨에 따른 근무 변동 여부는 사전 고지한 사항이니 이해하신 걸로 알게요. 주말 근무 여부는 확정 아니었는데 오해했나 봐요. 일단은 주말에 나와서 일 배우라는 뜻이었는데... 근무 시간은 나중에 조율해요 “라는 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2주간의 입원 치료가 끝나고 매장으로 돌아와 보니, 알바는 토익 공부를 하고 있었다.
테이블 위의 서류는 모두 치운 채, 자신의 책이 올려져 있는 것이 전혀 부끄럽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매장에는 2주라는 시간이 쌓여있는 듯 청소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
모든 대여 물품은 청소 후 소독을 해야 한다는 나의 원칙은 ”손님 응대 우선“이라는 알바의 원칙으로 바뀌어있었고, 손님이 없는 시간은 자유 시간이며, 자유 시간에는 본인의 공부를 해도 된다는 원리가 성립한 것처럼 보였다.
그래, 내가 없는 동안 매장을 지켜준 것만 해도 어디냐 싶어서 싫은 티를 최대한 자제하며, 청소하라고 일렀다. (특히 캠핑용품이 청소되지않고 대여되고 있었다는 것에 깜짝 놀라 다시 꺼내 청소하라고 일러두었다.) 그때만 제대로 했어도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진 않았겠지....
주말이 되어 조용하던 평일에 비해 손님이 몰려왔다. 자전거 대여와 함께 캠핑 용품을 같이 대여하고 있는데. 오픈 준비하려고 캠핑 용품을 펼치는 순간 쓰레기들이 함께 나왔다.
나와 주말 알바는 모든 물품들을 다시 꺼내어서 청소하기에 바빴다.
그동안 그 친구는 무얼 한 거지...?
주말 알바는 본인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한다는 생각에 화를 내며, 평일 알바를 ”도둑“이라고 표현했다. 일을 하지 않고 남의 돈을 받는 것은 거지 아니면 도둑이 맞는 것 같다.
난 평일 알바의 토익시험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전화로 해고 통고를 하였다. 당황해했지만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날 또 문자가 왔다.
”그리고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는데, 오늘은 일정이 많아서 내일 중으로 정리해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뭘 정리해서 보낸다는 것이지? 부당 해고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이번에야말로 난 정말 화가 났다. 그동안의 두통이 최고조를 찌르는 것 같았다. 바로 전화를 하면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녹음 버튼을 눌렀다.
요지는 대략 이러했다.
1. 일방적으로 갑자기 해고 통보해서 당황스럽다.
2. 이곳에서 일한다고 다른 알바 자리 기회와 다른 공부 기회를 정리했다. 그것들을 못 하게 된 것이 아깝다.
3. 청소가 아니라 손님 응대가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4. 사장님이 돌아오고 자신이 압박받는 상황에 놓여 심적으로 힘들었다.
5. 이튿날에는 토익 책을 올려놓긴 했지만, 불쾌하신 것 같아 보지는 않았다.
그럼, 해고가 일방적이지. 쌍방이면서 합의에 의한 해고도 있는가....
~씨가 일 한건 내가 더 당황스럽다.
청소는 기본인데. 특히 이 코로나 시국에. 청소와 소독이 안 되어 있는 것을 당신은 돈 주고 이용하고 싶은가... 등등으로 대꾸해 주었다.
토익책을 올려는 놓았지만, 보지는 않았다고 강조하고 말하는 것에는 정말이지 할 말을 잃었다. 그래서, 그러면, 올려만 놓으면 괜찮은 건가?
어쨌든 그동안 일한 것을 정산하기로 하고,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는 뜻을 비추며 통화를 마무리 지 었다. 그리고 2주간의 두통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