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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정 Jul 07. 2021

거기서도 사랑받을 거예요.^^

사랑스러웠던 알바

나도 사장님 눈치 보며 알바하던 시절이 있었다. 일을 못해서 잘렸던 경험도 있고, 잘한다며 정직원 제의를 받은 적도, 옆 매장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던 적도 있다. 

나는 사랑스러웠던 알바였을까....?

소망하길, 내가 있던 곳에서 시급보다 더 가치 있는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나는 사장님이 되었다. 

작은 규모이지만 자전거 대여점을 운영하고 있고, 시간제로 나의 일을 도와주는 알바를 고용하고 있다.  


작년 두 번째 알바를 봄에 고용하여 여름과 가을을 보내고 있었다. (첫 번째 알바 고등학생은 너무 어려서 3일째 집으로 돌려보냈다.)

11월이 되니 손님들이 약속이나 하신 듯 발길을 뚝 끊었다. 

아! 겨울이 오고 있구나. 

자전거 대여 업체 특성상 봄부터 가을까지 운영을 하고, 겨울에는 예약 손님이 있을 때만 문을 연다. 

나는 알바에게 우리는 곧 문을 닫을 것이니 일이 계속 필요하다면 다른 곳을 알아보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봄에 다시 오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 

이사를 갈 계획이어서 이사 갈 곳 근처에서 알바자리를 구할 것이라 했다. 

그리고 다음 주, 면접 본 곳에서 바로 나오라고 했단다. 이렇게나 빨리...

난 1달의 여유를 준 것인데...

아쉽긴 했지만, 또 부르는 곳이 있을 때 보내줘야 했기에 잘 가라고 했다. 

"다현 씨는 거기서도 사랑받을 거예요"라는 말과 함께...



정말이지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명절에 김 선물상자를 건네니, 복지가 최고라고 했다.


"이곳에 뼈를 묻겠습니다. "

전동 킥보드에 전기자전거 충전기를 잘못 꼽아 불이 난 다음날. 죄송하다며 한 말이다. 간호학과 졸업하고 좋은 병원 들어가야지, 무슨 여기다 뼈를 묻냐며 그 말에 웃었었다.  

그날은 대여점 운영을 시작한 이래 가장 바쁜 날이었는데, 미안한 마음에 나를 부르지도 못하고 혼자서 끙끙대며 그 많은 손님을 다 응대했다. 왜 나를 안 불렀냐는 물음에 가만히 있던 그 속마음을 생각하면 아직도 웃음이 난다. 


그 아이의 친구들이 놀러 오면 자전거 타고 오라며 내어주거나, 텐트 용품을 빌려주어 놀다 오라 하곤 했었다. 

"감사합니다" 하고 씩씩한 대답이 돌아오면 절로 기분이 좋았다.   


"제가 이 손님 전기자전거로 꼬셨어요."

라며 생글거리던 그 얼굴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일반 자전거 대여가 1시간에 5천 원이면, 전기자전거는 1시간 대여료가 1만 5천 원이었기에 매상 차이가 상당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와서 새 알바를 뽑자니 그 친구가 생각나고 보고 싶었다.

귀찮은 옛날 일하던 곳 사장이란 생각이 들진 않을까 고민하면서 조심스레 문자를 보냈다. 

"다현 씨, 잘 지내고 있나요? 날씨 좋아졌는데 놀러 한번 와요. ^^"

"앗 사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잘 지내고 있었어요!:) 사장님께서도 잘 지내고 계셨나요? 이제 날도 많이 풀리고 저도 시험기간만 지나가면 꼭 한번 뵈러 갈게요."

안 와도 그만이지만, 이렇게 문자 답만이라도 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캠핑용품을 반납하는 손님들 사이로

"사장님~~~"

하는 반가운 눈빛과 목소리가 들어왔다. 

"아! 다현 씨... 오랜만이에요. 이건 왜 돈 주고 빌렸어요. 온다고 했음 내가 그냥 줬지..."

친구들이 먼저 빌리고, 자신은 뒤에 합류한 것이란다. 난 너무 반갑고, 고마웠다. 

내가 어린 시절에 '일이 끝난 뒤 다시 찾은 곳이 있었나?'를 생각하니, 다시 한번 나를 찾아줘서 너무나 고마웠다.  내가 조금은 좋은 사장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 어떤 알바가 좋은 알바일까?

나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 난 그저 일하는 게 좋았고, 내가 있던 곳이 잘되면 신났었던 철부지였던 것 같다. 특히 상품을 설명하거나 설문지 리서치 같은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일들을 할 때 더 신이 났었다. 평소 성격은 그리 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못하니 그걸 일로 풀어서 만족했던 것 같다. 일을 하면서 나의 가치가 얼마이고 내 시간을 쓴 만큼 돈을 받는다는 그런 계산은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즈음 내가 만나는 알바생들의 생각은 좀 다른 것 같다. 

자신은 너무나 소중하고, 소중한 자신이 일하니, 그 대가는 너무나 당연하고, 오히려 고용주의 요구에 부당하다란 생각을 하는 이도 상당수인 것 같다. 

하지만, 난 현재의 시급이 너무 높아 시계를 쳐다보며 알바를 고용해야 하는 영세사업자다. 매장의 지출에서 인건비가 대부분인 그런 곳이다. 내가 종일 매장에 있으면 지출도 줄어들겠지만, 그럴 수는 없으니 남의 손을 빌려야 하는 그런 곳이다. 

갑이지만, 직원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을 위치의 사장이어서 내가 고용한 시간에 어디까지 일을 시켜야 합당할까를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내가 요구한 일들을 반박 없이 해주고, 매장의 매출을 자신의 가게인 것처럼 고민해주는 직원에겐 절로 고마운 마음이 생긴다.  

시계가 약속한 시간이 되기가 무섭게 매장을 나서고, 해야 할 일이지만 정확한 오더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고, 손님이 없어서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란 생각을 가진 직원이 있다. 

시간이 되어서도 손에 잡은 일을 마무리 짓고 있고,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제가 할게요"하면서 손을 덜어주며, 바쁘고 힘들지만 자신이 일하는 곳이 장사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진 직원이 있다. 

당신이 고용주라면 어느 직원을 선호하겠는가...

일 잘하는 직원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겪어보고서 알았다. 알아서 잘하는, 내 일같이 하는 직원은 없다. 자신의 일이 아니니까 당연한 것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를 감안하고 보았을 때 자신의 일인 것처럼 생각하려고 애쓰는 사람이 있다. 맡은 일에서 진심인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런 알바에게,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거기서도, 어디에서도 사랑받을 거예요." 

#사랑받는알바 #사랑받는직원 #사랑받기위해태어난사람 #초보사장 #나는초보사장 #시간제알바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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