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넥슨재단 이송하 사업팀장에게 넥슨의 진심을 묻다.
초등학교에서 영어 교육이 의무화된 지 20년이 지난 2025년 올해, 2022년 개정 교육 과정에 따라 코딩 교육이 의무화되었다. 2015년 개정 교육 과정에 비해 코딩 수업 시간이 초등학교 기준 34시간으로 2배 늘어났고 커리큘럼도 확대되었다. 기존 실과수업 시간에 진행하던 디지털 교육이 강화되고 학교 자율 시간을 활용해 프로그래밍은 물론 AI 등 신기술에 대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넥슨재단은 코딩이 기본 소양이 된 시대, 교육 현장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코딩 교육 의무화로 인해 무엇이 달라졌을까? 코딩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코딩 생태계를 이루는 관계자들을 만나 코딩 교육의 현실, 전망, 목적 등 코딩 교육에 대한 모든 것을 물어보는 기획 'OO에게 코딩 교육을 묻다'을 기획하고 인터뷰를 이어가고 있다.
<기획> 00에게 코딩 교육을 묻다
① 이재호 경인교대 교수에게 컴퓨팅사고력을 묻다 : 제 꿈은 개발자가 아닌데, 코딩을 배워야 하나요?
② 초등교사 이정원에게 코딩 교육을 묻다 :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디지털 교육 격차는?
③ 김진호 NYPC 출제위원장에게 AI 시대의 코딩을 묻다 : AI만 있으면 저도 개발자가 될 수 있을까요?
④ 헬로메이플 신민석 총괄디렉터에게 코딩 교육 플랫폼을 묻다. : 게임 개발자가 꿈꾸는 코딩 교육은?
⑤ 넥슨재단 이송하 사업팀장에게 코딩 교육 플랫폼을 묻다 : 코딩 교육이 왜 사회공헌인가요?
넥슨재단은 하이파이브 챌린지부터, 헬로메이플, BIKO, NYPC까지 단계별로 체계적인 코딩 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게임회사 넥슨이 코딩 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코딩 교육은 왜 사회공헌일까? 하이파이브 챌린지와 헬로메이플을 담당하는 넥슨재단 이송하 사업팀장에게 코딩 교육 사업을 통해 넥슨재단이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 물어보기로 했다. 넥슨재단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코딩 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지금 시대의 학생들을 만나고 있을까?
넥슨재단은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이 시대의 새로운 언어인 '코딩'을 통해서 더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다양한 코딩 교육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코딩을 ‘새로운 언어’라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우리가 영어를 배울 때도 처음부터 긴 문장을 구사하는 것이 아니라, 알파벳과 그 각각의 소리를 익히고, 단어나 짧은 문장을 만들어보면서 언어와 친해지고 익숙해지는 것처럼, 코딩 교육 역시 학생들마다 다른 연령이나 학습 역량 등을 고려하여 차근차근 배울 수 있도록 단계별로 사업을 설계하고 운영하고 있어요. 하이파이브 챌린지로 컴퓨팅 사고력을 키우고, 이를 기반으로 헬로메이플을 통해 블록코딩을 익히며 코딩과 친해지고요, BIKO를 통해 텍스트 코딩을 훈련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코딩에 특별한 관심이 생긴 학생들을 대상으로 NYPC를 진행하고 있지요.
‘재미’와 ‘기술’이라는 가치로 성장한 회사가 넥슨이니까요! 넥슨은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게임을 만들면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지, 또 재미 속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는지를 누구보다 많이 고민했고 또 잘 알고 있는 회사입니다. 여기에, 그간 축적된 기술력과 사랑받는 IP까지 풍부하게 가지고 있죠. 이런 자산을 교육에 접목했을 때 그 효과는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한마디로 코딩 교육 사업은 넥슨의 DNA를 살린 사회공헌이라고 생각해요.
저희의 목표는 단순히 ‘코드를 잘 다루는 기술자’를 길러 내고자 하는 것이 아니에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어떤 꿈을 꾸는지와 상관없이, 앞으로의 세대가 살아갈 환경 속에는 늘 디지털 기술이 함께할 것이고, 특히 요즘처럼 AI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시대에는 이 기술들을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다루는 것이 더욱 중요하니까요. 그런 것들을 접하고 배울 기회가 모두에게 주어져야 하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미있게, 그래서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헬로메이플 사례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헬로메이플은 출시된 지 1년이 넘어가면서 단순히 코딩 교육 툴이 아니라, 재미있는 수업 도구로 활용되며 교육 현장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디지털 네이티브인 학생들에게 통하는 수업 도구인 셈인데요.
KERIS와 함께한 게임 활용 교육 교사연구회 연구에서, 일반 강의식 수업과 헬로메이플을 활용한 수업의 만족도를 비교해 본 적이 있습니다. 한 가지 예시로 ‘법의 이해’라는 단원에서 20% 였던 '불만족' 응답이 사실상 사라지고, ‘매우 만족’ 응답이 두 배 이상 증가하는 등 수업의 만족도가 크게 향상하는 결과를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재미있다’는 수준을 넘어서, 아이들이 어렵거나 추상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개념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만족할 수 있는 경험으로 전환시켰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넥슨이 가지고 있는 재미와 기술의 힘을 통해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을 도울 수 있다는 걸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죠.
코딩 교육이 의무 교육 과정에 포함될 만큼 중요성이 커졌지만, 현실적으로는 지역이나 가정환경에 따라 학습의 기회가 달라 교육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코딩의 경우 부모님 세대에 없었던 교육이라 부모님의 인식에 따른 격차가 큰 편이에요. 반복해 말씀드리지만, 코딩 교육은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교육이 아니라, 사고력이나 문제해결 능력, 협업 능력과 같이 미래 사회의 핵심 역량을 기르는 교육입니다. 지금 시대에 이러한 역량의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고, 궁극적으로 사회적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아이들이 배경이나 여건에 관계없이, 교실 안에서만큼은 동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위해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공교육 현장과의 협업입니다. 코딩 교육이 특정 지역이나 환경에 따라 기회의 차이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교육청과의 협력하고 있고요, 전국 교육청과 순차적으로 협약을 맺는 방식으로, 공교육 체계 안에서 안정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코딩 교육 사교육은 여전히 오프라인 교육에 치중되어 있고,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넥슨재단은 헬로메이플과 BIKO 등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온라인에서도 코딩을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합니다. 특히 코딩을 처음 접하는 어린이들에게는 헬로메이플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학원에 가지 않더라도 컴퓨터를 켜면 코딩을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놀이터가 마련되어 있는 셈이니까요. 정말 말 그대로 놀이터처럼 아이들이 쉽게 들락거릴 수 있도록 허들을 낮췄어요. 캐릭터가 귀여워서 관심을 갖고, 아바타를 만들며 흥미를 느끼고… 하는 식으로 일단 플랫폼에 익숙해지고 나면, 이후 더 많은 도전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공교육 현장’이라고 하는 이 현장이 지역별로, 지역 안에서도 학교별로 환경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하이파이브 챌린지 사업을 진행할 때 저희가 교구(브릭)와 커리큘럼만 마련하면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고 생각했지만, 큰 오산이었습니다. 교육청별로 집중하는 교육 정책이나, 핵심 사업이 다르기 때문에 사업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가 다를 수밖에 없었죠.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하여 교육청 장학사들과 소통하고, 교실에서 필요로 하는 의견에 귀 기울이며 계속해서 조율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라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하이파이브 챌린지를 통해 이런 어려움을 알게 된 것도 재단 입장에서는 큰 자산이 되기도 했습니다. 헬로메이플 사업을 전개할 때, 우리가 프로그램만 잘 만든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별로 인터넷 환경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나, 학교 별로 강사를 운영하는 방식이나 컴퓨터실 이용 양상이 다르다는 점 등을 두루 고려하며 논의해 대책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현직 교사들로 이루어진 네트워크입니다. 넥슨재단이 컴퓨팅교사협회(ATC)와 긴밀하게 협업하면서 계속해서 선생님들과의 밀접한 스킨십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 학창 시절에 메이플스토리가 한창 유행이었어요. PC방에 가면 모니터가 온통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 헤네시스 맵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헬로메이플 론칭 후 한 초등학교로 참관 수업을 갔던 날, 컴퓨터실의 모니터 모든 화면에 같은 화면이 떠 있는 것을 봤을 때 정말 감개무량했어요. 그 순간 마치 시간이 이어진 것 같은 묘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저를 비롯한 예전 학생들이 단순히 게임을 즐기고 소비하던 세대였다면, 이제는 같은 IP를 활용해서 직접 배우고, 창작하는 세대로 바뀌고 있다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저희가 만든 도구가 단순한 재미 이상으로 배움과 성장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걸 실감했던 아주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부럽기도 했어요.
그리고 인천교육청이 주최한 우수 수업 사례 나눔회가 기억이 납니다. 2년 동안 두 번 참석하면서 감동적인 순간이 많았습니다. 교실에서 가장 조용한, 또는 표현이 적거나 심지어는 함구증을 겪고 있던 아이가 브릭을 가지고 ‘하이파이브 챌린지’ 수업을 할 때 자신의 생각을 쉽게 표현했다는 이야기를 여러 선생님이 해 주셨어요. 선생님들께서 그 순간의 감격을 이야기하면서 눈물짓기도 하고, 발표를 듣던 다른 선생님들도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면서 서로 공감하던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저희는 코딩 기술자 양성이 아니라, 코딩을 매개로 어린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교류하며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는데요, 그 성과를 엿볼 수 있었던 벅찬 순간이었습니다.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는 속도를 체감하고 있다 보니, 아이들이 지금 배우는 방식이 과연 5년 뒤, 심지어는 1년 뒤에도 유효할지 예상을 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준비하는 교육이 과연 충분할까 하는 불안이 따라오기도 합니다. 담당자로서 생각이 많아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히 믿고 있는 것은, 앞으로는 단순히 기술을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는지가 훨씬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특히나 AI가 빠른 속도로 보편화되고 있는 지금, 이런 기술을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책임감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코딩 교육 플랫폼 안에 이런 리터러시 역량이나 콘텐츠들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헬로메이플 역시, 새로운 블럭이나 콘텐츠 출시와 같은 기본적인 기능 개선과 별개로, AI 리터러시와 관련된 콘텐츠들을 계속해 개발해서 보충해 나가고자 합니다.
더불어 넥슨재단은 코딩 교육 사업을 통해 ‘협업의 구조’를 제공해 왔습니다. 하이파이브 챌린지나 헬로메이플 모두 혼자서만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거나, 혼자 만든 결과물을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발전시키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어요. 이런 경험이 앞으로 더없이 소중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AI가 일상에 깊이 들어올수록, 인간이 결국 발휘해야 하는 역량은 협업 그리고 소통일 테니까요.
넥슨재단은 아이들이 기술을 배우는 동시에, 서로 협력하고 생각을 나누는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크고 작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결과에 연연해 하기보다는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언젠가 뉴스에서 봤던 슈퍼포도나무 이야기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무려 한 그루 포도나무에서 4,500송이의 포도가 열리게 한 농부의 비결은, 첫 번째로 포도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 나무로부터 멀리 물을 주어 나무의 자생력과 생존력을 키웠고, 두 번째로는 일반적으로 하는 가지치기를 하지 않고 간섭하지 않으면서 나무 스스로 줄기와 가지를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는 거였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재단의 코딩교육 사업을 통해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넥슨재단에서 운영하는 코딩 교육은 아이들에게 정답을 강요하거나, 획일적인 문제풀이 과정을 따르도록 제시하지 않습니다. 대신 아이들이 스스로 탐색하고 도전하면서, 각자의 문제와 답을 정의하고 찾아갈 수 있도록, 그리고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도록 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포도나무처럼 스스로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자유롭게 가지를 뻗어나가면서 어떤 환경에서도 당당하게 자라나는 힘을 가졌으면 합니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단순히 코딩을 잘하는 학생, 엔지니어를 넘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나가고, 더 나아가서는 사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주체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