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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만 있으면 저도 개발자가 될 수 있을까요?

③ 김진호 NYPC 출제위원장에게 AI를 묻다

<기획> 00에게 코딩 교육을 묻다

③ 김진호 NYPC 출제위원장에게 AI 시대의 코딩을 묻다

: AI만 있으면 저도 개발자가 될 수 있을까요?


초등학교에서 영어 교육이 의무화된 지 20년이 지난 2025년 올해, 2022년 개정 교육 과정에 따라 코딩 교육이 의무화되었다. 2015년 개정 교육 과정에 비해 코딩 수업 시간이 초등학교 기준 34시간으로 2배 늘어났고 커리큘럼도 확대되었다. 기존 실과수업 시간에 진행하던 디지털 교육이 강화되고 학교 자율 시간을 활용해 프로그래밍은 물론 AI 등 신기술에 대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지난 시간 이재호 경인교대 컴퓨터교육과 교수를 만나 컴퓨팅 사고력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했고, 이정원 파주초등학교 교사에게 공교육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세 번째 질문을 하기 위해 NYPC(넥슨청소년프로그래밍챌린지) 출제 위원장이자 넥슨코리아 인텔리전스랩스 알고리즘연구팀 김진호 팀장을 만났다. 김진호 팀장은 2012년부터 개발자로 일하고 있으며, 2018년 넥슨에 입사해 작년까지는 카트라이더 개발팀에서 일했다. 3년 전부터는 NYPC 출제 위원장으로 청소년들과 만나고 있다.



<기획> 00에게 코딩 교육을 묻다

① 이재호 경인교대 교수에게 컴퓨팅사고력을 묻다 : 제 꿈은 개발자가 아닌데, 코딩을 배워야 하나요?

② 초등교사 이정원에게 코딩 교육을 묻다 :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디지털 교육 격차는?

③ 김진호 NYPC 출제위원장에게 AI 시대의 코딩을 묻다 : AI만 있으면 저도 개발자가 될 수 있을까요?

④ 헬로메이플 신민석 총괄디렉터에게 코딩 교육 플랫폼을 묻다. : 게임 개발자가 꿈꾸는 코딩 교육은?

⑤ 넥슨재단 이송하 사업팀장에게 코딩 교육 플랫폼을 묻다 : 코딩 교육이 왜 사회공헌인가요?



AI가 코딩을 대신해 준다고 하는 시대, 요즘 개발자는 일 할 때 AI를 얼마나 활용할까? AI 시대에 코딩을 잘하려면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 개발자가 아닌 나도 업무에 AI를 활용해 볼 수 있을까? 현직 개발자인 김진호 팀장은 우리의 눈높이에 맞게 쉽고 친절하게 AI와 코딩, 그리고 개발자의 일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김진호 팀장이 줄곧 강조한 것은, 지금은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이 필요한 시대이며 AI 활용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질문을 잘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AI에게 질문을 잘하기 위해선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





어린 시절 꿈이 개발자였나요?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집 앞에 있는 컴퓨터 학원에 다녔어요. 선생님 추천으로 프로그래밍 대회에 나가 보는 등 여러 경험을 하며 점점 코딩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어요. 적성에도 잘 맞았고요. 어릴 때부터 게임을 좋아해서 학원에서 텍스트로 단순한 게임을 만들어 보며 놀곤 했거든요 지금처럼 그래픽이 화려하고 이런 건 아니었지만요. 뭔가 즐길 수 있는 형태는 다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그때는 단순히 좋아하는 수준이었고, 본격적으로 게임 개발자가 되겠다고 생각한 것은 병역 특례를 통해 게임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부터였어요.


게임 개발자들은 대부분 게임을 좋아하나요?

게임 개발 업무도 종류가 아주 다양해요. 게임을 좋아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역할들도 있어요. 하지만 유저들과 직접 맞닿아 있는 부분을 다루는 개발자라면 아무래도 게임을 좋아하고,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입니다. 다른 개발이 효율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게임 개발은 유저들의 재미가 가장 중요하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개발자 스스로 게임을 즐길 수 있어야 하죠.


개발자는 무슨 일을 하는 직업일까요?

사람들은 보통 개발자라고 하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코딩하는 사람을 떠올리죠. 그런데 실제로 개발자가 하는 업무를 들여다보면,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고 설계하는 일이 대부분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코딩은 그 고민과 설계가 끝났을 때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작업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그래서 코딩을 배우면 컴퓨팅 사고력이 키워진다고 하는군요!

‘컴퓨팅 사고력’의 정의를 찾아봤더니 어려운 문제가 던져졌을 때 이 문제를 작은 단위로 쪼개고 이 사이에서 패턴을 찾아서 반복 가능한 방식으로 해결하는 능력이라고 하더라고요. 컴퓨터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과 같죠. 개발뿐 아니라 다른 모든 업무들을 할 때 이러한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한 번에 접근이 쉽지 않은 어려운 일을 만날 경우, 이 일을 어떻게 잘 쪼개서 하나하나 풀어갈지 판단하며 해결하는 일이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요즘 모든 일에 AI 활용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잖아요. AI가 어떻게 동작하는지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해졌어요. 컴퓨팅 사고력이 좋아지면 AI를 좀 더 잘 다룰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실제로 개발할 때 AI를 많이 활용하나요?

AI와 함께 하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되게 훌륭한 보조 도구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일단 문서 작성이나 회의록 작성 같은 일을 AI에게 맡기면 그만큼 업무 시간이 단축되죠. 덕분에 개발 속도가 빨라졌어요. 실제 개발 과정에서도 도움을 많이 받고 있고요. 다만 AI가 내놓은 답을 무조건 맞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간혹 있어요. 하지만 AI는 질문자의 의도까지 파악하고 있는 게 아니거든요, 질문자의 수준 이상으로는 답이 안 나와요. 내가 설명한 만큼, 딱 거기까지만 답을 해 줘요. 그래서 질문을 잘해야 하는데 그게 어려워요. 또한 AI의 답변을 보고, 내 의도를 잘 반영한 결과인 지 판단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런 한계 때문에 AI로 인해 업무 효율성이나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단순하게 말하긴 어려워요.


문과적 상상력으로 질문 하나 드리면, 예전에는 여행할 때 종이 지도 보고 다녔는데 지금은 지도 어플을 보고 다니잖아요. 어플을 보고 가면 이동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행이 더 풍성해졌다거나 더 많은 경험을 하게 되었거나 한 것 같진 않아요. AI를 활용한 개발도 그렇게 볼 수 있을까요?

지도가 없으면 옆길로 새기도 하고, 예상하지 못한 경험도 하고, 내가 의도하지 않은 뭔가를 찾아내고 새로운 걸 발견하기도 하죠. 하지만 지도 어플을 보고 다니면 그런 경험은 못하지만 목적지까지 빨리 효율적으로 갈 수 있어요. AI와 함께 개발을 하다 보면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쪽으로 가는 건 쉽지 않아요. 내가 아는 범위 안에서만 방향성이 흘러간다는 한계가 있죠. 계속 말씀드리지만, 그래서 질문을 잘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아는 범위 안에서 계속 돌게 돼요.


질문을 잘하기 위해선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요?

기본 교양이 풍부해지면 좋은 질문을 하는데 도움이 돼요. 인문학적 지식이 많아야 똑같은 걸 설명할 때도 훨씬 더 다양하고 풍부하게 설명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저도 예전에는 기술 관련 책을 주로 봤다면 최근에는 일부러 인문학 서적을 보려고 해요. 그리고 기술적인 변화가 엄청 빠른 시기예요. 블로그나 유튜브 등을 통한 최신 트렌드 공부도 꾸준히 필요하죠. 예전에도 개발자는 공부를 계속해야 했는데, 요즘은 그 속도가 더 빨라졌어요.



AI를 활용해 누구나 개발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올까요?

예전에는 혼자서 게임을 개발한다는 게 쉽지 않았어요. 게임이란 기획, 디자인, 사운드, 프로그래밍 이런 것들의 종합 결과물이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챗 GPT가 글도 써주고, 그걸 토대로 이야기 플롯도 만들 수 있고, 그 내용을 영상으로 만들어주는 AI도 있고 사운드도 제작할 수 있죠. 코딩 도구로 코딩도 어느 정도 가능해져서 1인 개발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개발해서 출시되는 게임들도 있대요.

하지만 사실, 모두가 1인 개발 게임을 만들기는 어렵고요. 다만 일상에서 내가 불편한 것들을 해결하는 정도의 개발은 가능해요. 가령 저는 가족들과 함께 동네 구립 도서관에 종종 가거든요. 가족 카드로 책을 대출할 때도 있고, 제 카드로 책을 빌릴 때도 있는데, 어느 카드로 어느 도서관에서 대출했는지 일일이 홈페이지에 로그인해서 확인하는 게 번거롭더라고요. 그럴 때 누구 카드로 어느 도서관에서 빌렸는지, 대출 기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등등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죠. 그런 걸 만들 때 저는 일부러 제가 직접 코딩을 안 하고 AI에게 맡겨봐요. 이런 걸 제작할 거고, 홈페이지 로그인을 어떻게 해야 하고, 등등을 설명하면서 AI와의 대화를 통해서 만들어봤었는데, 생각보다 금방 만들 수 있었어요.


코딩을 해본 적 없는 사람도 가능해요?

“나는 코딩을 해 본 적도 없고, 아무것도 모르니까, 어떤 명령어를 입력해야 하는 지부터 차근차근 알려달라”라고 하면, 또 그거에 맞게 알려줘요. 질문을 잘하시면 돼요.



곧 10회 NYPC(넥슨 청소년 프로그래밍 챌린지)가 시작됩니다. NYPC는 코딩을 잘하는 친구들만 참여할 수 있나요?

NYPC에서는 게임 관련 문제를 많이 출제하고 있고, 문제를 게임처럼 내기도 해요. 실제로 NYPC 예선에서는 코딩을 하나도 못해도 주어진 게임을 잘 풀어서 제출하면 통과할 수도 있어요. 아무래도 텍스트 코딩이 난이도가 있어서 코딩을 어렵게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게임 형태의 문제를 제공해서 코딩을 못하더라도 예선을 통과할 수 있도록 해서 허들을 낮추는 거죠. 그 과정에서 ‘코딩을 배우면 이 문제를 좀 더 쉽게 풀 수 있다고?’하며 관심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더 많은 학생들이 도전해 봤으면 좋겠어요.

그 외에도 NYPC는 코딩을 더 많은 학생들이 재미있게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작년 여름에는 NYPC 역대 수상자들인 알럼나이 분들이 제주도에 있는 중, 고등학교에 가서 코딩 수업을 했어요. 메이플스토리 데이터를 활용해서 가공해 보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고, 학생들이 무척 흥미로워했어요. 안 되는 게 있으면 물어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더라고요. 딱딱한 문제를 푸는 것보다 관심 있는 문제를 해결해 보면 확실히 재밌거든요. 가령 메이플스토리를 하는 유저라면 나의 캐릭터가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 찾아보는 거죠. 그런 식으로 재밌게 코딩을 접하다 보면 스스로 풀고 싶은 문제를 찾아낼 수도 있어요.


마지막으로 개발자가 꿈인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먼저, 내가 정말 만들고 싶은 게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좋겠어요. 단순히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도 괜찮지만, 만들고 싶은 게 있을 때 배움의 속도도, 깊이도 훨씬 빨라지거든요. 그리고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에 따라 배워야 할 것도 달라지기 때문에, 그 방향을 아는 게 중요해요. 또 하나는 기본기를 튼튼히 쌓는 것이에요. 요즘은 AI 도구를 활용해 쉽게 시작할 수도 있지만, 그런 도구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결국 기초가 바탕이 되어야 해요. 기본부터 차근차근 쌓아야 멀리 갈 수 있습니다.





김진호 NYPC 출제위원장은 게임을 통해 어린 시절 처음 컴퓨터에 흥미를 가졌고 컴퓨터 학원에 다니며 자연스럽게 코딩을 알게 되었으며, 컴퓨터공학과에 입학 후 게임 회사의 개발자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더 많은 학생들이 NYPC에 도전해 봤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어린이들은 보고 들으며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것을 토대로 꿈을 꾼다. 모두가 개발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꿈을 꿀 기회는 마땅히 주어져야 한다.


넥슨재단과 헬로메이플(HelloMaple)은 더 많은 어린이들이 디지털 교육 격차 없이 코딩을 접하고 경험할 수 있기를, 컴퓨팅사고력을 키워 더 큰 꿈을 꾸는 토대를 만들 수 있기를 바라며 무료 코딩교육 플랫폼 ‘헬로메이플’을 만들고 운영하고 있다. 헬로메이플은 더 많은 어린이들이 코딩을 재미있게 접할 수 있도록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학생들과 함께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넥슨재단은 헬로메이플 신민석 디렉터를 찾아가 ‘<기획> 00에게 코딩 교육을 묻다’ 시리즈 네 번째 질문을 던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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