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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단법인 넥슨재단 May 25. 2022

"장애인식 교육을 받은후 아이들은 마법처럼 달라져요."

‘한국 난청인 교육협회' 이지은 이사장 인터뷰 (하)

‘메이플스토리'는 ‘넥슨재단', ‘사랑의달팽이'와 함께 청각장애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사회공헌 사업 '돌의 정령의 나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2018년 서비스 15주년을 맞아 청각장애 어린이들의 수술 및 재활 치료를 지원하기 위한 ‘핑크빈의 나눔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열다섯 명의 청각장애 어린이들의 인공달팽이관 수술과 언어 재활 치료를 지원한 바 있는 '메이플스토리'는 이후 지원 사업의 사각지대인 '외부장치' 지원의 필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수술 후의 청각장애 어린이들의 생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먼저 ‘인공 달팽이관’ 수술 후 시간이 지나, 노후 되거나 고장 난 ‘외부 장치’ 교체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메이플스토리’ 사용자인 용사들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젝트로 게임 내에서 ‘행복이 쌓였담' 모자 아이템 1만 개가 판매될 때마다 1명의 청각장애 아동에게 외부 장치 교체를 지원한다. 5월 19일 캠페인 시작 2시간 만에 준비된 수량 20만 개가 모두 소진되어 총 20명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언어 재활 치료 교구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인공 달팽이관 수술을 한 후에 반드시 필요한 재활 치료를 가정에서도 조금 더 쉽고 재미있게 진행할 수 있도록 ‘메이플스토리’ IP를 활용한 재활 치료 교구를 개발할 예정이다. 더불어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한 애니메이션도 제작하는 등 ‘메이플스토리'는 장기적 관점에서 청각장애 어린이 및 청소년의 생활을 지원하며 장애 인식 개선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




사업을 시작하며 넥슨재단은 ‘한국 난청인 교육협회' 이지은 이사장을 만나 ‘인공 달팽이관 (인공 와우)’에 대해 듣고, ‘인공와우'와 함께 생활하며 겪는 어려움과 청각장애에 대한 편견,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의 필요성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청각장애 아이의 부모이기도 한 이지은 이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청각장애에 대해 조금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 난청인 교육협회' 이지은 이사장 인터뷰 (상)에서 이어지는 인터뷰입니다.



‘인공와우’를 착용하고 학교 생활 할 때 생기는 어려운 점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인공와우’에 대한 인식의 부재에서 오는 문제들이 정말 많아요. 안경처럼 흔한 것이 아니다보니 교사들도 잘 모르세요. 교실에서 수업을 들을 때 아이들의 상태에 따라 fm 송수신기, 멀티미디어 허브, 소보로(자막 기기) 등 여러가지 보조 공학 기기를 사용하기도 해요. 하지만 이걸 어떻게 사용해야 되는 지 특수교사들 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학년 바뀔 때마다 부모님들이 직접 학교에 가서 설명하고 있어요. 저희 협회에 이해 교육을 부탁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리고 언어 재활이 잘 되지 않은 이들의 경우 특수학교로 전학을 에둘러 권하는 경우도 있어요. 모두 청각장애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발생하는 문제이고요.

또 의사 소통 문제로 인해서 친구들과 좋은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갖기도 하고, 그리고 듣기의 결함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학습 부진으로 인해 자존감이 떨어지기도 하고요, 학교에서 지원이 없을 경우 원활한 학교 생활이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등교를 하지 못해 원격으로 수업을 받을 때 청각장애 친구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었다고 들었어요.

‘인공와우'를 통해 듣는 경우, 기계에서 나오는 음향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해요. 제가 3학년 때 수술 받았던 친구 말씀드렸죠. 엄마 아빠의 목소리가 달라서 펑펑 울었던 그 친구는 원래 소리를 듣던 친구고, 열심히 공부를 하고 학교 생활도 잘하던 친구였는데, 원격 수업을 하면서 내가 이 정도로 안 들렸었구나 하는 걸 처음 알게 된 거에요. 충격과 스트레스 때문에 몸에 마비가 왔어요. 그때 그 아이의 부모님도 아이의 상태를 제대로 알게 된 거예요.

그리고 자막이 없으면 이해를 못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하지만 자동으로 제공되는 자막은 정확도가 7-80% 정도여서 재활이 잘 된 친구들은 자막을 보고 걸러 들을 수가 있지만 재활이 잘 되지 않아서 자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친구들은 학업에도 문제가 생기고 선생님의 질문에 답변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 많이 발생 되죠. 아직 개선되어야할 부분이 많아요.


청각장애 이해 교육 활동은 어떤 것들을 하고 계신가요?

처음 저희 협회에서 청각장애 이해 교육을 시작한 이유는, 인공와우에 대한 인식조차 없던 20년 전에 우리 아이들이 따돌림을 많이 당했어요. “너 이거 떼면 진짜 안 들려?” 하면서 외부 장치를 떼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친구들도 있었고, 밟는 친구도 있었어요. 정말 안 들리는거냐고 놀림도 많이 당했고요. 그래서 청각장애 전문가 선생님들에게 부탁해서 학생들 대상으로 이해 교육을 하게 되었고요. 지금은 많은 아이들이 인공와우 이식을 받게 되면서 저희 협회에서 강사를 배출하게 됐어요. 청각장애 아이들에 대해 깊이 공감할 수 있어야 더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전달할 수가 있어서 대부분 부모님들이 강사를 하세요.

또한 청각장애 어린이들이 견학을 가거나 수영 등 교육을 받는 경우 그 장소에 아이들보다 먼저 가서 관련된 분들에게 청각장애 이해 교육을 진행합니다. 비장애 친구들하고 똑같이 교육을 하면 저희 아이들은 들을 수 없고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다는 걸 미리 알리고, 인지 시키는 거죠.


아이들은 정말 순수해요. 장애를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아요. 어른들이 편견을 심어주고 있는 거예요.



청각장애 이해 교육을 했을 때 아이들 반응은 어때요?

아이들은 정말 순수해요. 장애를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아요. 어른들이 편견을 심어주고 있는 거예요.

인공와우를 한 아이와 함께 5세부터 7세까지 3년동안 어린이집에서 생활한 친구들이 있어요. 그들에게는 ‘인공와우'가 전혀 이상한 기계가 아니에요. 인공와우에서 불이 깜빡거리면 “선생님, 친구 배터리 다 되서 소리 안 들려요” 먼저 얘기해줄 정도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더라고요. 그런데 이때 만약 부모님이 “너네 반에 장애인 있어.” 이렇게 반응을 해버리면 아이들은 그때부터 ‘내 친구가 장애인이구나’라는 인식을 하기 시작하는거죠. 특히 그런 이야기를 할 때 부모님들의 말투나 표정 때문에 ‘장애인이 이상한 건가?’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만난 친구들이 있어요. 그 아이들에게는 한번도 청각장애 이해 교육을 시켜준 적이 없어요. 그런데 자주 만나니까 너무 자연스러운거죠. 이 기계를 빼면 얘는 소리가 안 들린다는 걸 아무도 알려준 적 없는데도 잘 알아요. 가령 수영장에서는 인공와우를 빼니까 안 들리는 걸 알고 챙겨줘요. 이런 상황들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더라고요.


장애 이해 교육은 모든 교육과 똑같아요. 반복 학습이 중요하고요. 편견이 생기기 전, 어린 시절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청각장애 이해 수업을 진행하면 아이들은 수업 후에 정말 마법처럼 달라지는 모습이 눈에 보여요. 이런 식으로 장애를 주변에서 실제로 접하거나 또는 교육을 통해서 장애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는 시간이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청각장애 어린이들의 반응도 좋은가요?

청각장애 당사자들도 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아요. 왜냐면 본인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듣게 되는 거 잖아요. 종종 “우리 아이 인공와우 착용한 거 공개 안 했으니까 말씀하지 마세요.” 하시는 부모님들도 계세요. 그런 아이들도요, 교육이 끝나고 나면 조용히 제 자리로 와서 자기 인공와우를 보여줘요. 자기 와우 있다고. 그리고 또 한 친구는 보청기 착용한 친구였는데 알아보는 거 싫어한다고 해서 제가 일부러 교육 중에 언급 안 했어요. 눈도 안 마주치고요. 그 아이가 교육 끝나고 나서 조용히 다가와 툭툭 치더니 가방에서 보청기를 꺼내는 거에요. 숨기려고만 하던 아이들이 교육 후 자신의 장애에 대해 드러내는 거죠. 그렇게 청각장애 아이들과 친구들 모두 변화가 생겨요. 교육을 하면 교사분들도 뒤에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듣고 있어요. ‘학생 대상 교육이지만 교사인 나도 너무 많은 걸 알게 되었다’는 반응이 많아요.


모든 학생들이 교육을 접하기는 어려우니까 대중매체 같은 데 자연스럽게 나오면 가장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접하는 게 제일 중요할 것 같네요.

한국에서는 장애인을 접하기가 어려워서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 같기도 해요. 1년에 한번, 분기에 한번 교육을 간다고 해도 모든 학생들이 교육을 접하기는 어려우니까 대중매체 같은 데 자연스럽게 나오면 가장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우리 대중매체에 ‘인공와우'가 나온 적이 있나요.

EBS ‘할 수 있다고!’ 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거기서 인공와우를 착용한 청각장애 어린이를 소개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KT에서 “내 귀에는 삐삐가 있어요"라는 광고도 짧게 진행한 적이 있어요. 광고 나가던 시기에 ‘인공와우' 들고 학교에 교육 가니까 “삐삐다 삐삐” 이렇게 반갑게 반응하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그만큼 노출이 중요해요. 인공 와우 착용한 사람들이 TV에도 나오고 캐릭터로도 등장하고요. 올해 처음으로 ‘인공와우'를 한 청각장애인이 교과서에 등장했어요.


EBS ‘할 수 있다고!’ 연기 꿈나무 주아 이야기


KT 광고 “내 귀에는 삐삐가 있어요"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동요 삽화로 인공와우를 착용한 어린이가 등장한다. (21초)


저조차도 몰랐던 이야기가 너무 많네요.

그렇죠.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1학년이 되었어요.’라는 책을 3월 한달 동안 배워요. 거기에 학교 생활에 대한 안내, 규칙 등이 나와있거든요. 충남 교육청에서 전국 최초로 이 책에 인공와우를 착용한 청각장애 친구를 삽화로 넣었어요. 너무 감사해서 교과서 만든 분들에게 고맙다고 연락을 했어요. 이 친구들은 1학년 때 자연스럽게 청각장애를 접하게 되는 거 잖아요. 실제로 “여기 그림에 OO이가 착용하고 있는 거 있다!”라고 반응하기도 하더라고요. 이런 게 정말 중요하거든요.


충남교육청 '1학년이 되었어요'에 등장한 인공와우. 휠체어도 찾아볼 수 있다.


캐나다 인형 회사 lottie에서는 장애 친구들 인형을 만들기도 했어요. 인공와우를 착용한 인형, 얼굴에 반점이 있는 인형 등 아주 다양해요. 너무 갖고 싶어서 직구로 어렵게 구했어요. 이런 것들이 좀더 대중화되고, 쉽게 구할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장애에 대해 알게 되고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다양한 모습의 인형


https://www.toylikeme.org/lottie-mia-doll-with-cochlear-implant/?maxPosts=12



‘메이플스토리’에서는 언어 재활 치료 교구를 개발하는 것과 더불어 게임IP 활용해 장애 인식 개선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예정이에요.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애니메이션이 여기저기 정말 많이 노출이 됐으면 좋겠어요.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청인 3천 명을 대상으로 검사를 한 적이 있었어요. 17% 정도가 조기 난청 가능성을 보였다고 하더라고요. 요즘에는 이어폰을 많이 착용하고, 여러가지 소음에 많이 노출이 되어 있고 스트레스도 많다 보니까 젊은 나이에 보청기를 착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어요. 난청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어요. 인공와우나 보청기도 안경처럼 누구나 착용할 수 있는 기기로 인식되어지는 그러한 날이 올 수 있게끔 많은 홍보를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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