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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단법인 넥슨재단 May 31. 2022

인공 달팽이관 수술 후
언어 치료가 필요한 이유

‘청각장애 전문 치료사’ 장선아 소리의원 소리재활센터장 인터뷰

메이플스토리 '돌의 정령의 나눔 프로젝트'

'메이플스토리'는 ‘넥슨재단', ‘사랑의달팽이'와 함께 청각장애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사회공헌 사업 '돌의 정령의 나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메이플스토리'는 2018년 서비스 15주년을 맞아 청각장애 어린이들의 수술 및 재활 치료를 지원하기 위한 ‘핑크빈의 나눔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열다섯 명의 청각장애 어린이들의 인공달팽이관 수술과 언어 재활 치료를 지원한 바 있다. 청각장애 지원 사업의 사각지대인 '외부장치' 지원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수술 후의 청각장애 어린이들의 생활에 관심을 가지고 다시 시작된 '돌의 정령의 나눔 프로젝트'는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우선 ‘인공 달팽이관’ 수술 후 시간이 지나, 노후되거나 고장 난 ‘외부 장치’ 교체를 지원하는 프로젝트. ‘메이플스토리’ 사용자인 용사들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젝트로 ‘메이플스토리' 게임 내에서 ‘행복이 쌓였담' 모자 아이템 1만 개가 판매될 때마다 1명의 청각장애 아동에게 외부 장치 교체를 지원한다. 5월 19일 캠페인 시작 2시간 만에 준비된 수량 20만 개가 모두 소진되어 총 20명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되었다.

또 다른 하나는 언어 재활 치료 교구 개발. 인공 달팽이관 수술을 한 후에 반드시 필요한 재활 치료를 가정에서도 조금 더 쉽고 재미있게 진행할 수 있도록 ‘메이플스토리’ IP를 활용한 재활 치료 교구를 개발하고, 더불어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한 애니메이션도 제작하는 등 ‘메이플스토리'는 장기적 관점에서 청각장애 어린이 및 청소년의 생활을 지원하고자 한다




'돌의 정령의 나눔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넥슨재단은 청각장애 전문 언어치료사이며 1급 언어재활사이기도 한 장선아 센터장을 만나 인공 달팽이관 수술 후 언어 치료가 왜 필요한 지에 대해 듣는 시간을 가졌다. 수십 년 간 청각장애인의 언어재활에 헌신해온 장선아 센터장의 전문적인 설명을 통해 우리는 청각장애에 대해 더 이해할 수 있었고, 언어 재활 치료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장선아 센터장님. 소개 부탁드릴게요

저는 국내 최초의 청각장애 전문 언어 치료사 (Auditory Verbal Therapist) 장선아입니다. 미국 청각장애 전문 언어 치료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전 세계에 천명 정도 있고요. 국내에는 4명 있습니다. 일본과 중국에는 아직 한 명도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1급 언어재활사이고 전문 청능사이며 청각사입니다. 청각재활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교수로 재직했었으며, 지금은 소리의원 소리재활센터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사랑의달팽이’ 자문위원이기도 합니다.


✍ 인공달팽이관(인공와우) 수술이란? 달팽이관에 가느다란 전극선을 삽입하여 소리신호를 전기신호로 바꾸어 듣게 하는 수술. 신생아 난청검사를 통해 난청을 확진받은 아동들은 생후 12개월경, 그 외 난청 판정을 받은 분들은 필요한 시기에 인공달팽이관 수술을 받게 된다.


대부분 사람들이 청각장애와 ‘인공와우’에 대해 잘 모릅니다. 마치 귀를 손으로 막았다 뗀 것처럼 수술만 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들릴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인공 달팽이관 (인공와우) 수술 후 언어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뇌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되실 것 같아요.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뇌는 발달을 시작해요.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과 같은 오감이 주로 하는 일이 바깥에서부터 오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일이에요. 오감을 통해 외부 정보를 받아서 뇌로 전달을 하게 되죠. 이 오감 중에서, 엄마 배속에서부터 작동하는 감각은 청각뿐입니다. 그런데 선천적으로 청각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경우는 배 속에서부터 청각 자극이 없는 거죠. 자극이 없으니까 ‘청각’이라는 감각이 존재하는지 뇌가 모르잖아요. 소리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뇌가 구성되기 시작해요. 그렇게 태어나서 보고, 먹고, 냄새 맡고, 만지고 하면서 다양한 자극을 받아들이다 보면 청각의 자리가 점점 없어집니다.

인공달팽이관 수술을 한 뒤 태어나서 처음 소리를 듣는다고 상상해보세요. 가령 두 살 때 처음 소리를 들었어요. 2년 동안 소리를 다 듣던 아이가 귀를 막았다가 떼는 거랑 완전히 다른 이야기죠. 이게 소리라는 거고. 여기에 뜻이 있고. 이걸 쓸 수 있고. 이게 있으면 말할 수 있고. 하는 것들을 훈련하는데 시간이 한참 걸려요. 뇌에 자리부터 만들어야 해요. 아이들 같은 경우는 적어도 3년은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만 자리가 잡혀요.


후천적으로 청각을 상실한 성인들은 귀를 막았다 뗀 거랑 비슷할 수 있어요. 청각을 상실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말이죠. ‘인공와우’라는 기계로 듣다 보니 원래 듣던 소리를 그대로 들려주지 못하지만 그래도 바로 듣고 말을 이해해요. 선천적인 경우뿐 아니라 후천적인 경우도 오래 못 들으면 그 감각이 점점 사라져요. 태어나서 잘 듣고 잘 말하다가 스무 살에 갑자기 듣지 못하게 된 후 30년을 그대로 살다가 50살에 수술하는 경우에도 그 시간 동안 뇌가 또 변해서 치료에 시간이 많이 걸려요. 뇌가 알고 있던 감각을 다 잊어버리게 돼요.


이게 소리라는 거고. 여기에 뜻이 있고. 이걸 쓸 수 있고. 이게 있으면 말할 수 있고. 하는 것들을 훈련하는데 시간이 한참 걸려요. 뇌에 자리부터 만들어야 해요. 아이들 같은 경우는 적어도 3년은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만 자리가 잡혀요.


조기 언어 치료가 중요하겠군요.

이 그래프를 보시면 좀 더 정확히 이해하실 수 있어요. 1998년에 과학적 연구로 밝혀진 내용이에요. 청각장애로 태어난 아이들이 6개월 이 전에 진단을 받고 치료를 진행하면 거의 정상 비슷하게 발달 가능해요. 그런데 시간이 지체될수록 그 차이가 커지죠.


1998년 Yoshinaga-Itano et al.


빠른 진단과 훈련이 필요하겠네요.

네 정말 빨라야 해요. 하지만 아기를 낳고 키우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에요. 처음 아기가 태어나면 먹이고 재우는 데도 정신이 없어요. 그때는 청각장애 아기뿐 아니라 어떤 아기도 말하는 시기가 아니잖아요. 정상 아이랑 똑같이 우니까 안 들리는 걸 발견을 잘 못하세요. 그래서 시기를 놓치게 되죠. 예전에는 만 3세까지 아이가 하나도 못 들은 채로 왔어요. 그때부터 치료하면 효과가 떨어져요. 뇌가 이미 자리를 잡아서 뇌를 비집고 소리를 갖다 넣는 일이 힘들죠.


청각장애 전문 언어 치료사가 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해 주세요.

청각장애 전문 언어치료사는 6개월도 안된 아기를 치료한다고 위에서 말씀드렸는데요. 사실 6개월짜리 아기 데리고 무슨 훈련을 하겠어요. 훈련이 제한적이에요. 또 아기들은 쉽게 피곤해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훈련을 하면 건강에 안 좋을 수 있어서 컨디션에 맞춰서 치료가 짧게 진행돼요. 그래서 평상시에 생활 속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부모 교육을 잘하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여러 가지 이유로 늦게 언어치료가 시작되기도 하는데요, 늦게 치료를 시작해도 부모가 적극적으로 하면 일찍 발견한 아이들만큼 발달할 수 있어요. 아래 그래프는 6개월 이후에 치료를 시작해도 부모가 함께 적극적으로 언어치료에 임하면, 6개월 이전에 치료를 시작한 아이들만큼 수행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예요.


2000년. Moeller


아이의 언어 발달에 부모의 참여 정도는 아주 결정적입니다. 그래서 청각 장애 전문 언어 치료사가 해야 되는 가장 중요한 일이 부모 교육입니다. 초기 부모 교육이 잘 이루어지면, 이후 몇 년에 걸쳐 계속 진행되는 언어치료 과정이 보다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늦게 치료를 시작해도 부모가 적극적으로 교육에 참여하면 일찍 발견한 아이들만큼 발달할 수 있어요.



가정에서 교육이 중요하겠네요.

청각은 감각이라는 말씀드렸죠. 감각 장애예요. 감각은 24시간 켜놔야 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아이가 말이 좀 느려요. 그러면 부모가 집에서 말을 가르치죠. “엄마 따라 해 봐” “이거는 사과야” “이거는 물이야. 물 어디 있어? 네가 물이라는 소리를 들었구나.” 이렇게 가르치죠. 하지만 24시간 가르칠 수 있는 부모는 없어요. 하루 30분 정도 훈련하는 게 대부분이에요. 다른 일상생활을 해야 하니까요. 일반적인 언어치료는 이렇게 진행돼요. 또 다른 예로, 발음이 나쁜 조음장애 같은 경우는 반복해서 발음을 고쳐주는 훈련을 해요. 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진행해야 해요. 왜냐면 계속 지적을 받고 훈련하면 아이들에게 교육 효과보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줄 수 받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청각은 잠자는 시간 빼고 나머지 시간 동안 계속 가동해야 돼요. 이게 무슨 의미냐면, 훈련하는 시간 외에도 소리는 계속 들리잖아요. 밥 먹으면서도 듣고 티브이 소리도 듣고 학교 가서 친구들 말도 듣고요. 계속 소리에 노출된 상태예요. 그러니까 부모는 24시간 초긴장 상태로 애가 기계(보청기나 인공와우)를 잘 착용하고 있나? 기계가 잘 작동하나? 소리가 잘 들려서 아이가 말을 잘 배우고 있나? 살펴야 해요. 그리고 훈련하는 시간도 다른 언어치료보다 더 길어요. 왜냐하면 뇌에 청각이라는 감각을 넣는 것부터 진행해야 하니까요. 시간이 많이 필요해요.


그래서 많은 시간을 부모님이 아이들하고 함께 해야 되고 더 많은 것들을 챙겨야 돼요. 가령 인공와우 외부 장치에 먼지 같은 게 붙으면 안 들려요. 말을 잘하는 아이는 “엄마 귀가 잘 안 들려요.”라고 말을 할 수 있겠죠. 그런데 말을 못 하는 아이는 잘 몰라요. 자기가 듣고 있는 지금 이 상태가 잘 들리는 건지 아닌지 체크가 어려워요. 이런 것까지 챙겨야 하니까 부모님들이 하실 일이 정말 많고 힘들어요. 24시간 예민하게 살펴야 하죠.


저는 공기와 물에 비교를 하곤 해요. 시각장애가 공기 같아서 사라지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면, 청각 장애는 물과 같아서 어느 정도 부족할 땐 괜찮은 것처럼 느껴져요. 하지만 완전히 상실되고 나면 회복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그전에 관리를 잘해줘야 돼요. 인공와우 수술한 지 시간이 많이 지난 성인들도 계속 훈련이 필요해요. 하지만 수술한 지 10년, 15년 되면 훈련을 잘 안 하려고 하죠.


청각장애인들이 대부분 언어 치료를 받고 있나요?

네 요즘은 상황이 많이 좋아졌어요. 제가 청각장애 임상을 처음 시작한 게 1995년이에요. 30년 전이네요. 청각장애인들이 눈치가 빨라요. 그래서 잘 안 들리는 게 티가 잘 나지 않아요. 그래서 훈련을 많이 안 하기도 했어요. 요즘에는 많은 분들이 언어 치료의 중요성을 알고 계시는 것 같아요.


처음 인공와우 수술이 개발되던 시기에는 수술 후에 아이들을 바로 집으로 보냈어요. 소리를 해석하기 어렵다는 걸 잘 몰라서 듣다 보면 문제없이 말할 수 있을 거라고 여긴 거죠. 그 당시에는 수술도 만 3세 넘어서 했어요. 어떤 아이가 수술하고 3년 있다가 다시 병원에 왔는데, 아이가 말을 하나도 못 하는 거예요. 소리를 제대로 해석할 수 있게 해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그때 알았어요. 청각장애 언어 치료가 그 이후에 급속도로 발달했죠.


인공와우 수술만 받고 언어 치료를 안 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거죠?

네 이제는 없어요.



인공와우 수술은 미성년자의 경우 두 번 보험이 적용이 된다고 알고 있어요. 언어 치료도 지원되는 부분이 있나요?

‘언어치료 바우처’라는 게 있어요. 그 대상이 되는 분들이 지원을 받고요, 또 지자체마다 지원되는 프로그램들이 있어요. 그것들을 부모님들이 찾아서 신청해야 하죠. 언어치료는 의료 보험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지원을 받지 못하면 부담이 커서 자비로 하시는 분들은 많지 않고요. 대부분 국가 지원이나 태아 보험으로 치료비를 감당하고 있어요.


인공와우 수술은 언제부터 가능한가요?

유럽에서는 4개월에 수술하는 경우도 있어요. 우리나라는 지금 생후 6개월에 수술하는 아기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보통은 만 1세 때 인공와우 수술을 받아요. 1세 이후에는 언제든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1살에 수술받고 바로 언어 치료를 시작해서 언어 치료를 제대로 받고 부모님들도 가정에서 치료를 같이 진행을 한다면 이게 가장 성공적인 재활 사례라고 할 수 있겠네요.

지금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일반적인 사례가 그렇고요. 사실은 6개월 이전에 치료가 시작되면 가장 좋죠. 요즘은 태어나자마자 신생아 난청 선별 검사를 합니다. 인공와우를 할 만큼 청각이 나쁜 경우는 사실 청각장애인들 중에서도 10% 정도에 불과해요. 전체 인구의 10% 정도가 언어장애가 있고요. 언어장애인 중에 4%가 청각장애인이에요. 그중에서 10%가 농인이고요. 아이가 어디에 속하는지 검사를 하게 되는 거죠. 생후 3개월 이내에 확진이 돼요. 확진 후 재활을 시작하죠. 어느 정도 들리는 상태인지를 알고, 그에 맞게 수술 전에 미리 교육을 진행하면 좋죠. 뇌가 가장 말랑말랑하고 잘 발달될 때잖아요. 정말 작은 소리로도 아이들은 발달해요. 훈련을 한 상태에서 인공와우 수술을 하면 수술 후 재활이 훨씬 빨라져요. 뇌에 길을 미리 내놓는다고 생각하면 될 거예요.


부모들이 사실 청각장애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안 들리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맞습니다. 청각장애가 그런 어려움이 있어요. 자기가 겪은 일이 아니라서 부모가 이해할 수 없어요. 내 아이니까 나 같을 거라고 생각하기가 쉬워요. 농인으로 태어나는 아이의 90% 이상이 청인 부모를 갖고 있어요. 예전에는 이것 때문에 가족 문제가 심각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교육이 잘돼서 좋아졌어요.


혹시 마지막으로 더 하시고 싶은 이야기 있나요?

너무 어린 아기를 힘들게 하는 것 같아서, 수술 후에도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아요. 좀 사용해보고 문제 생기면 올게요. 하시죠. 하지만 발달의 황금기는 정말 중요하거든요. ‘메이플스토리’에서 교구 만들어주신다고 하니까 아이들한테 더 쉽고 재미있게 교육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 많은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언어치료를 진행하실 수도 있겠죠. 그 역할을 ‘메이플스토리’가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인공와우'와 함께 생활하며 겪는 어려움과 청각장애에 대한 편견,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의 필요성 등에 대한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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