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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고양이 Nov 01. 2021

Communication skills

TPO에 맞게 차려입는 것과 같다

TPO에 맞게 차려 입는 연습


척을 잘해야 한다. 소통을 잘 하기 위해선. 괜찮은 척, 이해하는 척, 알고 있는 척, 모르고 있는 척. 처음에는 어렵지만 타고난 센스가 부족하다면 연습으로 메꿀 수 있다. 옷을 잘 입는것과 마찬가지다. 특별한 감각을 타고난 사람도 있지만, 누구나 조금의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면 상황과 장소에 맞는 차림정도는 갖출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능숙해지면 자신만의 스타일을 첨가해 매력지수를 높일 수도 있는 것이다.


완전한 이해와 공감을 믿는가? 내가 전하려고 하는 내용을 상대가 얼마나 흡수했는지 또는 나는 상대의 마음을 얼마나 그대로 받아들였는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교수가 아니며 기습으로 퀴즈테스트를 시작할 수 없다. 대화 중간에 ‘여기서 잠깐, 발화자의 ‘답답하다’라는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라고 확인할 수 없고, 글의 마지막에 복습 질문을 덧붙여 독자가 얼마나 충일하게 나의 글을 읽었는지 시험해 볼 수 없다.


완벽한 소통은 확인해 볼 수 없을뿐더러 언제나 가능하지도 않다. 각자는 각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기가 볼 수 있는 만큼만 보게 되고 들을 수 있는 만큼만 듣고 느낀다. 감정의 스펙트럼이 허용하는 범위까지 만을 소화할 수 있으며 그 스펙트럼을 동일하게 공유하는 사람은 없다. 때문에 눈 앞의 상대와 원활한 소통이 이뤄져 서로 무언가 같은 것을 나누어 가졌다고 느껴도 그것은 찰나의 우연, 또는 착각이기 쉽다. 


허나, 우리는 그 우연과 착각을 진심과 진실이라 믿으며 살아간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때로는 거짓임을 알면서도 기꺼이 말이다. 그곳엔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선물 같은 감동과, 이해하고 이해 받는다는 데에서 오는 안도감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사회적으로 기능하며 살아가도록 설계된 인간은 타인과의 소통에 필연적인 갈증을 느낀다. 혼자가 편하다는 고독한 사람들 마저도 아주 외로워지면 글을 쓴다. 아무도 볼 수 없는 일기장이라는 곳에, 사실은 누군가 봐주기를 바라며 독자를 상정해 일기를 쓴다. 결국엔 누구나 소통을 바란다. 


때문에 우리에게는 ‘척하기의 기술’이 필요하다. 우연과 찰나의 순간을 더욱 풍성하고 아름답게, 더 자주 발생시켜 근원적인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말이다. 소통을 잘하는 기술을 다름이 아니라 소통하는 척하기를 잘하는 것으로 바꾸어 말할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필요한 양분을 얻고 또 제공하며 서로에 의해 구원받는다. 


척하기의 기술의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하면 ‘잘 듣고 있는 척’이다. 다른 사람이 말을 하고 있는 동안에, 자신에게 말 할 차례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지 않고 상대가 하는 제대로 흡수하는 것. 여기에 성공하는 비율은 많지 않다. 그것은 첫째로, 사람은 누구나 남의 입에서 나온 말보다 자신의 입에서 나온 말을 귀로 듣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며 둘째, 자신 안에 세상을 담는 그릇, 즉 편견이 존재하는 이상 남의 말이나 글을 있는 그대로 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듣고 있는 척’을 잘 하는 것만으로 반 이상은 성공한 소통이다. 


적당한 스탠스를 골라서 꺼내 보일 줄 아는 것은 조금 더 고급 기술이다. 소통의 구체적인 지점으로 들어갈수록 이런 디테일한 부분이 중요하다. 때에 따라서는 알고 있던 사실을 몰랐던 척해야 하고, 잘 몰라도 적당히 아는 체 꾸밀 줄도 알아야 한다. 모른다고 계속 모른다고 말해버리면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없고 필요한 만큼 상대를 만족시키기도 힘들다. 너무 솔직해서는 소통을 잘하기 어렵다. 조금의 꾸밈없이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드러내도 상대와 부딪히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소통의 순간에 손톱깎이로 손톱을 다듬듯 말과 문장을 다듬어 상대를 할퀴지 않을 방법을 찾는 게 이롭다. 


가장 난이도 있으나 때에 따라 유용한 것이 ‘괜찮은 척’이다. 괜찮은 척은 소통의 기술 중에서 자신에게 돌아오는 유용함 보다 상대에게 주는 이득이 더 큰, 어떻게 보면 손해인 기술일 수 있다. 그럼에도 괜찮지 않음을 티 내지 말아야하는 상황과 장소와 상대가 있다. 괜찮아 보임으로써 사람들 사이에서 튕겨 나오지 않고 동화되며,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하고 연결의 감각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척하기 기술은 서로 잘 할수록 좋다. 저 사람이 내 얘기를 잘 듣고 있군, 생각되어야 더 자신의 말에 힘을 주며 이어갈 수 있다. 그렇게 상대에게 이해 받았는 안도감과 만족감이 채워지면 상대에게도 척하기의 기술을 발휘해줄 마음의 여유가 생겨 선순환이 이뤄진다. 


때와 장소와 상황에 맞는 옷을 갖춰 입는 것은 처음에는 신경 써 준비해야 하는 일이나 익숙해질수록 쉽고, 즐거워진다. 소통의 기술을 구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연습할수록 자연스러워지며, 즐길 수 있게 된다. 여러가지 기술을 섬세하게 구사할수록 우연과 찰나의 아름다운 순간은 풍성해진다. 보이지 않는 기류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은 자신에게도 상대에게도 무척이나 소중하다. 그러니 부디, 잘 챙겨 입고 다니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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