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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 Oct 23. 2023

잘 나가는 그녀의 커뮤니티

3. 처음으로 나와 대화하다

 돈 때문에 하겠다는 마음이 앞서서였을까. 영화라는 테마를 잡았다. 육아를 하면서 나는 아이와 영화를 참 많이 즐겨 보았고 육아 추천 영화라는 아이템으로 시작하여 최신영화 후기까지 올리고 싶어졌다. 그런데 5개즘 올리고 나니 게으름이 나를 뭉개기 시작했다. 몇 편을 쓰기 위해 최신 영화를 보러 다니고, 더 빨리 정보를 올리기 위해 다른 원고보다 서둘러서 쓰곤 했다. 시간 투자가 생각보다 너무 많이 되었다. 떠도는 정보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없었고 막상 쓰면 너무 공을 들이다 보니 초반부터 지쳤다. 쓰면서 고민이 생겼다.

 조금 더 빨리 수익이 자리 잡을 길은 없을까 자꾸 눈이 돌아갔다. 더 간단하고 쉬워 보이는 길을 택한 카카오뷰는 바른 선택 같았다. 샘은 무료강의를 부러 여시면서 시장이 넓어질 것이며, 누구나 쉽게 접근하기에 어렵지 않음을 강조하셨다. 수익구조도 자세히 알려주셔서 마음이 동하기 시작했다. 방이 느는 건 그만큼 신경과 관심줄 일이 늘어난다는 뜻인 줄 모르고 덥썩 들어갔다. 


 내 채널을 만들고 열심히 업데이트를 서둘렀다. 카카오뷰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의 응원에 힘입어 구독자를 채우고 서로 독려하며 그 시장에 발을 넣었다. 서로 힘을 내자 응원하다보니 꾸준히 정보를 올릴 수 있었고, 만들수록 자꾸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지하철을 타고 잠시 이동을 하는 동안에도 컨텐츠는 하나씩 탄생했다. 하지만 카카오뷰의 제목을 너무 섣불리 정한 걸 나중에 알았다. 난 계속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구겨지는 내가 내 눈에 들어 오기 시작했다. 정말 묻고 싶다. 내 주변의 지인을 포함하여 다른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 얼마나 대화를 나누고 살까. 

 나는 자신과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거절한 기억도 별로 없다. 

어려서부터 엄한 엄마와 다정한 아빠 밑에서 자랐고, 세상은 착하게 살아야 하고, 배려와 양보하는 것, 많이 베풀어야 한다는 것도 교육으로 익혔다. 젊을 때 엄마의 뜻을 거스르는 연애를 한 적은 있었지만. 결국 부모님의 뜻을 거스르기 어려줘 엄마가 선택한 학과를 갔고 결혼 상대자도 엄마가 허락한 사람과 하였다. 

 세상의 이치와 도리에 맞게 살려고 정작 나를 손해 보고, 피해를 입어 가면서 그게 미덕이라고 생각했다. 나를 옥죄고 살았던 시간, 남들에게 거절 못하는 마음이 내 마음 속에는 얼마나 쌓였을지 가늠할 수 없다. 


 뭔가 삶에서 답답함이 느껴질 때 내 방식은 간단했다. 바로 쇼핑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저기서부터 저기까지 다 주세요 식의 쇼핑을 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내 수준에 맞게 하였다. 내 물건을 미친 듯 사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철에 필요한 옷, 남편의 운동복, 그러면서 차 한잔 은은히 즐기는 게 나의 힐링이었다. 산뜻한 운동복을 사거나 떨어진 화장품을 사고, 서점에 들러서 책을 잔뜩 들고 오는 게 나의 쇼핑이었다.  

 혼자 쇼핑을 할 때, 나는 누구보다 자유로웠다. 내가 못하고 쌓이는 내 속의 말들도 그냥 풀렸다고 믿었다. 그렇지만 나는 계속 미루었던 거다. 

  나를 찬찬히 돌아볼 시간이 나에겐 필요했단 걸. 수백명이 모여있는 커다란 공간에 가서야 나는 깨달았다.   

 참 신기한 경험이었다. 사람이 많은 커뮤니티에 들어가니 꺽꺽 울먹이며 출구를 찾고 싶은 내 자신이 보였다. 세월이 쌓이는 내 얼굴과 지친 마음, 피곤한 손과 발가락을 들여다 보았다. 처음이었다. 

나는 나를 위해 살기로 했고, 실천하려고 하나하나 정리에 들어갔다. 내 기상 시간을 돌아보고, 하루를 정리하고, 시간을 쪼개며 살기로 했다. 차라리 내 단점을 더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다 갈아 엎자 마음을 먹었다. 이제부터는 시간을 알차게 쓰고 내 인생에 득이 되는 일에만 머리를 굴리겠다고 다짐했다. 늦은 시간까지 피곤해도 무료 강의를 단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 생각했다. 다 내 걸로 만들거야. 내 의지는 활화산을 능가했다. 

 처음으로 엄마가 집에서 줌강의를 빠져듣다니! 가족들은 저녁을 빨리 해결해 주었고, 가족들에게 강의를 들어야 한다는 걸 귀에 딱지가 앉도록 강조했다. 자연스럽게 따라달라고 말하며 애교를 부리고 목소리에 힘을 주며 세차게 외쳤다. 가족들도 어영부영 내 결연한 의지에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렇게 하니, 분위기가 잡혀갔다. 드디어 나를 위해 모든 것을 모였다. 준비가 끝났다. 쑥쓰럽지만 내 마음을 친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하루를 보내면 강의를 정리하듯 내 마음에게 다시 들려주었다. 그리고 열심히 들은 나를 칭찬했다. 그렇게 나는 나를 끊임없이 품어 안고 다둑거리며 응원했다. 빼곡하게 정리한 노트가 쌓여갈수록 기분이 뿌듯하고, 당장 무엇 하나 이루어진 것이 없다해도 그것만으로 꿀잠이 솔솔 왔다. 이렇게 나느갱년기도 밀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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