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작가 Oct 23. 2023

잘 나가는 그녀의 커뮤니티

2. 학교가 필요했다. 뭘 배우고 싶은지도 모르면서

어렴풋이 나는 학교가 필요했나보다. 뭘 배우고 싶은지도 모르면서.

첫 날 커뮤니티에 들어가자마자 정신없이 돌아갔다. 확실히 온라인 세상은 오프라인과는 전혀 다른 편리성이 존재했다. 수백명에게 모두 눈 맟춰 인사하지 않아도 간단하게 인사창을 달면 되는 거였고, 댓글도 의무 사항이 아니어서 내 일상과 상황에 맞출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었다. 가장 혜자로운 건(난 개인적으로 참 이 표현을 좋아하는데) 무료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것. 그것 또한 너무 당연한 흐름처럼 보여서 편승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냥 열심히 무료 강의를 듣고 내 것으로만 만들면 될 일이었다. 간사하기도 하지. 무료라는 말에 내 눈에 반짝이더니 이미 스케쥴에 일정을 적고 있었다. 


 나는 새벽 기상이 누구보다도 힘든 사람이었다.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첫 무료강의 주제는 내 관심이 끌고 호들갑을 떨게 만들었다. 몇 년째 방치중인 블로그. 아직 미루고 미루던 블로그에 대한 강의였다. 알고보니 커뮤니티의 수장인 샘께서는 이미 블로그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의 베스트셀러 저자였다. 그것도 모르고 얼결에 이끌려 들어가서야 알다니 나도 참 대책이 없었지. 

 직업이 프리랜서이고, 수입을 만드는 일에 관심을 안 둘 수 없던 차. 블로그 강의만 들으면 당장 내 통장에 얼마씩 꽂힐 것 같은 상상을 하면서 기분이 들떴다. 새벽 강의, 어쩌다 하루니까 일찍 일어나 보자 싶어서 마음을 먹었다. 나 이렇게 속물이었나 싶을 정도로 그제야 방치하고 있던 내 블로그에 불을 활활 지피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새벽에 가까스로 눈을 떴다. 잠결인 채로 줌에 들어갔다.  반짝이는 눈으로 강의에 귀를 쫑긋할 준비를 마친 여러 분들이 보였다. 그 블로그 강의를 시작으로 왕초보방이 생겼고, 나는 홀린 듯이 그 방에 또 들어갔다. 강의를 들으면서 나처럼 늦게 시작하는 사람의 초이는 무엇이어야 하는지 조금씩 감이 왔다. 아, 전혀 모르지만 간단하게 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카카오뷰로 먼저 시작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했다. 조금씩 올리고 인증을 해 보겠다는 생각에 덥썩 들어갔다. 

 지금 나는 여러 개의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늘 방은 신중하게 들어가야 한다. 무책임하게 하다 말게 아니라면 말이다. 초반에는 조금 활동을 하다가 결국 희미하게 잊어버리게 될 거라면 아예 시작도 하지 않는 편을 택하라. 

  여러 개의 커뮤니티에 들어가려는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 찾다가 다 좋아보이면 더 선택하기 어려울 테니까 그런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알고보면 나, 은근히 선택 장애였다. 양 손에 사과를 들고 과감하게 하나를 버릴 수 없는 겁보 쫄보였다. 

 학습에 대한 열망은 있었다. 무엇을 위한 학습인지가 필요했다. 그래서 블로그 글을 써봐야겠다는 작은 목표를 잡게 만들어주는 아카데미 같은 곳이 나는 서서히 맘에 들기 시작했다. 


우리의 성과 중 80%는 20%의 행동에서 비롯된다는 파레토 법칙을 나는 참 좋아한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나를 안심시킨다. 그래 난 행동만 하면 다 끝낼 수 있어 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면 마음이 나름 편하다. 인정은 하고 들어가야겠다. 그래, 나는 실천 속도가 참으로 느리다. 억지로 해야하는 일이면 미친 책임감을 발휘하며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만 내 스스로의 의자가 달린 일은 참 속도가 더디다. 그래서 늘 마감 때 되야 발등에 불이 떨어진다. 

 모든 성과는 그저 막연하게 열심히 하는, 기계적으로 행하는 80%의 시간 투자와 노력이 아닌 명확한 목적성을 가지고 올바르게 행한 임팩트 있는 20%의 행동에서 비롯된다고 하지만, 난 시간 노력 투자도 부족했고, 명확한 목적성도 없었다.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다. 하지만 달라지자. 나는 커뮤니티에 들어와서 분위기에 적응을 하는내내 나를 토닥일수밖에 없었다.  


 내가 들어간 커뮤니티의 성격을 따지자면 학교였다. 멤버들은 모두 배우는 학생이었다. 나 또한 학생이었다. 신기한 점은 대부분 기상 시간이 매우 일렀다. 미라클 모닝이라는 말은 이 분들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았다. 나도 해야 하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알람을 맞춰 볼까도 고민했다. 하지만 그 분위기에 전혀 동참할 수 없었다. 글을 쓰다 보면 늦어지기가 일쑤인 내 하루 사이클로는 미라클 모닝을 실천할 수 없었다. 

 미라클 모닝을 두고서 생각이 많아졌다. 이 분위기를 모두 따라야 할까. 나는 누구에게 물어보지 않고, 그냥 내 흐름대로 따라가기로 했다. 자연스레 새벽에 하는 모든 강의와 이벤트는 모두 놓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되돌아보지 않으면 돼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밀리의 서재에서 새벽 기상에 대한 책을 찾아 읽고 있었다. 읽으면서 감동도 받고, 고민을 하였다. 하지만 자신은 없었다. 아침잠에 목숨을 거는 게 어느 누가 보면 참 안타깝고 부질없어 보일 거란 걸 알았지만 나는 내 속도대로 가면 되는 거니까 그냥 자연스럽게 따라가 보기로 하였다.

 사실 출간 작가라고 해도 불안한 수입인 건 맞았고, 늘 열심히 버는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도 한두해 쌓여서 벌써 십여년이 넘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수입 파이프라인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컸다. 블로그로 당장 돈을 벌겠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출간을 하였으니 작가 블로드도 활성화를 시켜야 할 것 같은 조급함과 블로그가 아무래도 대세인 것을 감안하여 볼 때 늦었지만 해야할 것 같은 마음이 컸다. 

  블로그로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보니 난 그동안 도대체 뭘 하면서 인생을 살았는지 한심스러웠다. 그렇다고 허송세월 한 건 아닌 것 같은데 글을 쓴다고 하는 사람이 그 쉬운 블로그 트렌드를 왜 모르는 척 하고 살았을까 후회가 밀려왔다. 

 블로그에 대한 책을 보면 볼수록 희망과 용기보다 더 진출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뭔가 색다른 플랫폼이 나에게 더욱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즈음, 티스토리를 알게 되었다. 애드센스 승인을 받았다고 축하하는 사람들과, 노력해서 해낸 사람들을 보니 뭔가 멋진 일인 것 같았고, 또 다른 글쓰기의 형태인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컨셉과도 맞았고, 아이템도 떠올랐다. 열심히만 하면 에드센스 승인을 받고 통장에 돈이 바로바로 늘어나는 숫자가 둥둥 떠다녔다. 또, 나는 호기롭게 티스토리를 열심히 쓰기 시작했다. 참, 쉽게 변했다. 이랬다 저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