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작가 Oct 23. 2023

잘 나가는 그녀의 커뮤니티

1. 주위에 천리마 같은 인재가 있다면

 “눈앞에 천리마가 있어도 좋은 감정사가 없으면 알아보지 못한다.”라고 <<여씨춘추>>에 실려 있다. 내 주변에 천리마와 같은 인재를 버려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언제나 살펴볼 일이다. 캬, 이런 명언이 또 있나 싶었다. 그래, 오늘도 나는 고전을 읽었다. 현대물도 많지만 이상하게 고전에 더 끌린다. 그만큼 나이를 먹는다는 뜻일 테지. 옛말에 모든 이치가 담겨있다는 말은 진짜 할머니, 할아버지만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읽을수록 감탄이 나온다. 역시 고전! 자꾸 옛것에 익숙해져가는 나 자신을 보면 도대체 그 심리는 무엇인지 궁금할 때가 있다. 나는 진정 나이를 온몸으로 거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살며시 되묻곤 한다. 두렵다. 그리고 싫다. 이젠 아프고 병들고 사계절도 못 느낄 만큼 걷는 게 두려운 나이가 될 것이라는 게 점점 더 싫어진다. 혼자의 시간이 많을수록 그런 생각이 더 깊어지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겉으로 안그런 척 우아를 떨기엔 뭐든 꽁꽁 숨길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 그래, 난 50이다. 


 내 주변에 천리마 같은 인재는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처음 보아선 몰랐다. 하지만 내 나이 때 내가 한 걸 생각하며 그녀를 생각하니 추진력에, 아이디어도 넘쳐났다. 나는 라떼 어쩌고 하면서 과거를 되뇌어 보지만 젊은 때부터 진취적인 생각을 하고 발 빠르게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배우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존경스러웠다. 

 어느 날의 일이었다. 오래전부터 왕성하게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동생과 톡을 나누고 있었다.  내 출간에 응원을 많이 불어넣어 준 사람이었고, 믿음이 컸고, 좋은 마음도 컸다. 수년을 보았지만 추진력과 실행력으로는 누구에게 뒤쳐지지 않는 사람이었다. 나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다가 브랜딩에 대해 관심이 생긴다는 말을 꺼냈고, 모든 걸 나를 알려야 일이 술술 풀릴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대화를 나누었다. 동생은 듣자마자 자기가 있는 커뮤니티에서 충분히 그런 니즈를 해결하고 좋은 인사이트도 많이 얻을 거라고 하였다. 똘똘한 동생의 추천이라지만 나에겐 갑자기 분위기 커뮤니티였다! 


황당하고 내가 그걸 도대체 왜 해야 하지? 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참여하는 것에 대해 공감이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 때 있지 않나. 너무 생뚱 맞으면 더 곱씹어 보게 되는 묘한 마음. 나는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수십 번도 더 고민했다. 한술 더떠서 그 동생은 그 커뮤니티가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곳이며, 출간을 한 경력으로 들어가서 활동하기에 아주 괜찮을 것이라며 나를 뚝심 있게 데리고 들어가 커뮤니티의 리더에게 소개를 연결해 주었다. 

 처음 만나는 리더의 느낌은 아주 형식적인 느낌이었으나. 거기서 친절하면 또 뭐해 라며 큰 기대는 안했다. 이런 저런 손해와 오해를 받으며 사람에 대한 마음을 비우던 차였으니까. 리더가 이 정도 카리스마는 있어야지 하는 쪽으로 마음이 살짝 기울었다. 그렇게 커뮤니티의 멤버가 되었다.  

 난 글쓰기를 기웃거리다 8년 만에 정식 출간한 늦깎이 작가였다. 백프로 창작은 아니었고, 실용서와 학습을 겸비한 글쓰기 책이었다. 둘째와 나눈 글쓰기 과정을 인스타에 담았고, 100일의 순간과 과정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세상에 첫 선을 보였다. 일 년이 지난 지금 2쇄를 찍은 책이 되었지만 출간을 하고 나처럼 머리가 복잡했을 사람이 있었을까 싶다. 


 책이 인쇄에 넘어가자마자 난 이상하게 초조해졌다. 출간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불안감이 스멀스멀 밀려오기 시작했다. 출간하면 바로 날개 돋힌 듯 팔릴 거야. 베스트셀러가 되고 몇 만부 작가가 되고. 하지만 그런 드라마는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나라는 작은 개인이 뭘 할 수 있는지 잘 몰라서 그저 애타에 인스타에 조금씩 내 책을 알리기 시작했다. 좋아요는 생각보다 적고 계정도 원래 뒤죽박죽이어서 내가 봐도 한숨이 나왔다. 이렇게 대책없이 책만 덩그러니 세상에 내 놓는 작가가 또 있을까 싶었다. 베스트셀러는 대형 출판사의 마케팅 작품이라며, 카더라 통신에 의존하기에 내 마음은 쪼그라들었다. 모든 건 꿈이었다. 착착 인생이 알아서 가질 줄 알았지만 이렇게나 인생살이를 쉽게 보았다니 실망스러웠다. 


 출간을 하고 강의를 몇 번 섰다. 엄마들과 현장에서 만나고 국제도서전에서도 독자들을 만나다 보니 이 책이 어떤 부분에서 장점이 있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사진을 정신없이 찍고 편집도 못 한 사진을 인스타에 도배했다. 국적 없는 인스타에 불쑥불쑥 올린 책 사진은 정말 따로국밥이 따로 없었다. 뭔가 공격적으로 밀어 붙이고 싶은 건 마음뿐이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고, 방향성을 찾고 싶었다. 

 잠들기 전 거울을 보는데 칙칙하고 지친 얼굴을 한 내가 보였다. 삐죽 솟은 흰 머리가 나를 조롱하며 까딱까딱 대는 것 같았다. 나는 그 감정을 어떻게 풀 수 없었고, 결국 또 글이라는 도구에 나를 숨겼다. 브런치에 글을 쓸 땐 이상하게 맘이 편해서, 자유롭게 해소했다. 한편을 쓰고나니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 그리고 이성도 돌아왔다. 지친 나에게 힘과 위로를 줄 대상이 나라는 건 그때는 몰랐지만, 거울 속 내가 다시 웃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씨익 웃어보였다. 그리고 나직하게 읍조렸다.

그래, 커뮤니티야!

  어느 누군가는 열심히 찾겠지. 광고에 넘어가서일 수도 있지. 누군가에게 끌려들어왔다가 대박을 낚는 경우도 있겠고. 나는 아마 마지막에 가까운 사례이지 않을까. 대부분 그렇게 성장하고 발전하는 사람을 나는 지금껏 쏟아지게 많이 보고 있으니까. 결국 나는 누군가가 내밀어준 뜨거운 손이 시작이었다. 주변에 내밀어 주는 손이 있다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기회이다. 잡아야 하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