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개랑 달라서 한 달에 5~6만원이면 충분해요."
고양이 키우는 분께 들은 말이었다. 와이프도 저 말로 나를 설득했다.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5~6만원은 무슨. 배 이상이 들었다. 물론 아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끼지 않은 건 모두 필요한 용품이라 그렇다.
생활 : 화장실, 화장실 모래, 밥그릇, 물그릇, 숨숨집
편의 : 정수기, 사막화 방지 매트, 이동장
음식 : 사료, 영양제, 치석 방지 사료, 각종 간식(츄르, 참치, 마약캔디 등)
활동 : 다양한 스크래쳐, 캣폴, 각종 장난감, 윈도 해먹
청결 : 칫솔, 치약, 치아 전용 물티슈, 발톱 깎기, 클리퍼, 귀 소독제(면봉 포함)
많다. 고양이 용품이 미역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샀고, 지금도 사고 있고, 앞으로도 사야 한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했던 나였는데. 이제는 될대로 되라는 심정이다.
그랬다. 나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했다. 내 공간이 생기고 나서 그래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복잡한 게 싫었다. 생각도, 생활도 단순하길 원했다. 그리고 결혼을 했다. 함께 산다는 건 양보가 필요한 일이었다. 내 미니멀리즘도 그랬다. 그래서 당시에 짐이 좀 늘었는데, 지금은 더 늘었다. 다 고양이 짐이다.
고양이 용품은 부피가 크다. 그 중 최고는 캣폴이다. 긴 폴대를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 지탱한 게 캣폴이다. 고양이 화장실도 크기가 만만찮다. 그런 화장실만 3개다. 화장실은 '고양이 수+1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납장은 고양이 사료, 모래로 가득찬 지 오래. 구석구석에는 고양이 물그릇, 밥그릇, 정수기, 스크래쳐가 있다. 빈 구석이 없다.
구미를 들이기로 결정했을 때, 요미 용품을 같이 쓰려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요미 용품만큼 구미 용품이 필요했다. 화장실, 모래, 사료는 함께 쓴다 쳐도 캣폴은 안 사도 될 줄 알았다. 그런데 구미가 온 뒤로 요미가 캣폴을 이용하지 않는다. 서열에서 밀렸나? 불쌍한 요미. 캣폴이나 캣타워는 한두 푼이 아니다. 큰 맘 먹고 사야 한다. 자리도 확보해야 한다.
그렇다. 미니멀리즘은 오롯이 혼자 살아야 가능한 이상향이다. 나도 모르게 맥시멀리스트가 되어 간다.
아니다. 나는 이미 맥시멀리스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