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봉기 Sep 21. 2023

순간순간 유럽은 찬란했다.

우리의 삶도 찬란하다.

눈을 뜨니 7시 30분이었다.


8시 13분 열차를 타기 위해 여행자들과 호텔 로비에서 만나기로 한 시간이 7시 30분이었다. 여행자들이 묵고 있는 호텔과 내가 있는 호텔은 20분 거리에 있었다.


단톡방에 열차표를 올리고 <죄송합니다>라는 글을 남기고 눈에 보이는 대로 짐을 가방에 쓸어 담았다.


가방을 들고 호텔을 나오면서 <역으로 가 계시면 바로 따라가겠다>라는 글을 단톡방에 쓰면서 호텔을 나왔다.


밖은 아직 컴컴하였으나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복잡한 머릿속을 가다듬으며 기차역으로 가방을 끌고 가는데 이상했다. 하늘과 거리가 저녁처럼 포근했다. 사람들 역시 새벽부터 너무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꿈인가? 꿈이라면 제발 좋겠다고 스스로에게 속삭이며 길을 건너는데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단지 아침 7시 40분이 아니라 저녁 7시 40분이었다.


베니스 여행 2일 차.


오전에 투어를 하고 오후는 자유시간이라 호텔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은 뒤 잠들었다가 벌어진 소동이었다.


단톡방의 메시지를 지우고 호텔로 돌아가 가방을 두고 중국식당으로 갔다.


평소에 시키던 간단한 음식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 집에 맛있다는 마파두부와 볶음밥 그리고 오향장육을 시켜서 칭다오맥주와 함께 혼자만의 만찬을 즐겼는데 놀란 가슴이 내려가지 않았다.


다음날 로마를 지나 부다페스트에 도착하자 심한 감기몸살이 왔다. 투어를 겨우 진행하고 약을 먹고 침대에 누워서 다음날 아침까지 잤다.


힘들다든가 귀찮다든가 하는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저 깊은 잠에 몸을 맡긴다.


아침에 몸이 조금 회복되어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아내는 8차 항암을 하기 위해 병원에 막 입원했다고 한다. 오랜 투병으로 백형구 수치가 너무 낮아 백혈구 수치를 올리는 주사를 맞고 항암에 들어간가고 한다. 힘이 많이 빠진아내의  목소리에 감기몸살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오늘도 부다페스트는 빛나고 있다.



어부의 요새에서 바라보는 페스트 지역의 국회의사당과 부다와 페스트를 이어주는 세치니 다리는 고난의 역사를 이기고 찬연하게 빛나고 있다.


어둠이 깊으면 빛이 더욱 화려하게 살아나듯 야경의 국회의시당은 더욱 찬란하게 빛난다.



힘들고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서 오늘을 되돌아보면 오늘 우리도 빛나는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모른다.



로트렉은 삶이 힘들기 때문에
화려하게 그려야 하고
빨간색과 파란색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 오는 알프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