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안녕하세요?
귀국한 지 3주 만에 다시 유럽으로 왔다.
한 여름 더위가 뜨겁게 유럽을 달구어도 런던 특유의 싱그러운 바람으로 늘 여행자를 시원하게 했던 런던이 뜨겁다.
여행자들은 더위에 마주하며 빅벤과 국회의사당을 방문하였고 영국박물관과 켄싱턴 궁전을 여행했다.
런던 3일째 되는 날 그리니치를 방문해 천문대를 여행하며 지금 여기 내가 런던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했다.
런던을 지나 파리로 넘어오니 더위가 더욱 맹위를 떨친다.
8월 한여름의 햇빛보다 더한 햇살이 여행자들의 얼굴과 몸을 감싼다.
하지만 파리 특유의 빛깔과 색은 여행자의 발걸음을 멈츨 수 없게 한다. 화려한 빛깔의 베르사유가 여행자를 황홀하게 만들었다면 고흐의 두꺼운 붓터치가 살아있는 오르세 미술관은 여행자를 감동시켰고 오랑주리 미술관에 있는 마네의 수련은 그 장대함으로 여행자를 압도했다.
4박 5일의 파리를 떠나 스위스 베른에 뜨거웠던 열기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하루종일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가장 맑아야 할 스위스의 느닷없는 비는 여행자들은 당황하게 했다. 유럽의 정상 융프라우를 오르는데 비가 오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날 아침 불안함으로 융프라우를 오르는데 우리 중에 날씨 요정이 있어서인지 문뜩문뜩 알프스의 장엄한 자태가 그 속내를 보여준다.
하지만 융프라우 정상에 오르자 모든 세상이 운무에 가려 흐릿하고 희미하다.
융프라우 정상의 전망대와 얼음궁전을 보고 하이킹을 위해 다음역에 내렸다. 여전히 정상은 운무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발아래 알프스는 그 웅장한 자태를 그대로 나타낸다.
알프스 하이킹 길은 맑은 날에는 화창한 풍광을 자랑하지만 뜨거운 햇빛과 발아래 자갈 먼지로 여행자를 곤란하게 한다. 반면 흐린 알프스는 무시무시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며 시원하고 경쾌한 발걸음을 보장해 주며 오직 하이킹에만 집중하게 한다.
무아지경으로 알프스를 걷다 보니 어느덧 세상의 번민과 소리는 사라지고 풀밭 위에 풀을 뜯는 소의 방울소리만 고요하게 울려 퍼진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평화로움에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만난다. 지금 이 순간들이 힘든 세상을 버틸 수 있는 힘을 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자 마음이 차분하면서도 맑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