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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Apr 09. 2024

일상에 재현한 천국

스웨덴 국립미술관 요한 프레드릭 그루텐

아침에 일어나서 설거지를 마친 후 청소기를 밀려 집안을 청소한다. 부엌에서 시작해서 안방과 작은 방을 청소하고 거실을 청소한다. 어제도, 한 달 전에도, 일 년 전에도 매일 집안을 청소를 했던 아내의 손길이 느껴지면서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췌장암 진단을 받은 아내가 어제 병실에서 어린 자식들을 잘 부탁한다고 흐느끼는 순간들이 청소기의 <윙~>하는

소리와 함께 머릿속에 아련하게 떠오른다. 퇴원을 하고 집으로 온 아내는 아무런 감흥 없이 보낸 지난날의 일상을 소중히 추억하고자 평소처럼 외출을 가자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는 갑작스러운 외출에 옷을 차려입었지만 피곤해서 해먹위에서 눈을 감고 있다. 잠든 아이의 해먹을 흔드는 아버지는 외출차림처럼 정장을 입고 있으며 한 순에는 지팡이를 쥐고 있다.


정원의 입구를 바라보며 차가 오기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얼굴에는 외출에 대한 설레임은 없다. 멍한 표정으로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그녀는 리본이 있는 하얀 모자를 쓰고 세련된 드레스에 머플러까지 완벽하게 차려 입었다. 천막이 달린 테이블과 나무 의자 그리고 아기자기한 꽃들이 피어 있는 정원은 가족의 일상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스웨덴의 화가 그루텐의 <린세핑의 정원에서>는 우리에게 화려하지만 먹먹한 일상의 추억을 더 올리게 한다.


1858년 스웨덴의 남동부 린세핑에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요한 크루텐은 16세의 나이에 스톡홀름에 있는 스웨덴 왕립 예술아카데미에 입학하여 드로잉과 인물화 그리고 조경을 공부하였다. 1881년 가을, 학교로부터 아카데미의 정규 과정을 따르지 않는다는 경고를 받자 학교를 그만 두고 파리로 그림 여행을 떠났다.


1883년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린세핑의 미인대회> 에 참가하던 18세의 훌다 오토손을 만나 결혼을 하였으며 1885년 5월부터 부부는 덴마크의 스칸겐에 머무르면서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을 그리면서 풍경이 가진 생명력을 깨닫게 된다.


1889년 파리 살롱 전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그에게 예상치 못한 고난이 다가온다, 1891년 첫 아이를 가지지만 그해 아이가 사망하고 그해 사랑하는 아내마저 죽는다. 이제 그를 치유할 수 있는 것은 그림밖에 없었다.


그는 아내와 아이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그의 작품에 쏟아내며 꾸준히 전시회를 가졌다. 1932년 스토라 호텔 개업 80주년을 맞아 대형 그림을 작업하고 있던 그는 뇌졸중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 둔 날이었다.  



그루텐의 작품 <여름 풍경 속에 책을 읽고 있는 세여인>을 살펴보면 비탈길의 숲 위에서 편한 자세로 책을 보고 있는 세 여인이 보인다. 따스한 봄빛이 완연한 오후 시원한 그늘에 앉아 책에 몰입하고 있는 여인들의 모습에서 일상의 행복과 평안이 느껴진다. 따뜻한 봄바람을 맞으며 아무런 소음도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고 있는 여인들의 모습에서 인생의 달콤함이 느껴진다.  


그루텐의 또 다른 작품이 <산책하는 아이들>에서는 일상에 재현된 천국의 모습을 맛본다.  



더할 나위 없이 푸르고 화창한 날씨에 아이들 세 명이 서로 손을 잡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솜사탕 같은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 있는 푸른 하늘과 마을을 가로지르는 푸른 강 그리고 푸른 들판은 황토 길을 걷고 있는 아이들에게 축복을 내리고 있다. 주렁주렁 열매같이 열려 있는 바위들과 주황색 집 그리고 아이들이 걷고 있는 세 갈래 길은 천국으로 이어지는 길인지도 모른다.


이곳이
일상에 재현한 천국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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