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봉기 Oct 20. 2024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움

아름다운 삶

스페인 포르투갈 14일과 북유럽 14일 그리고 이탈리아 10일을 인솔하고 런던에 도착했다. 피곤한 몸이지만 출판 제안 때문에 3일 동안 계속 빅토리라 앤드 앨버트 (V&A) 박물관을 방문하였다. .


V&A는 인간의 아름다운 삶을 위한 모든 예술의 전시를 표방하는 미술관이다.  


하루종일 전시실을 돌며 박물관이 표방한 아름다운 삶을 위한 전시물을 관람하는데 도무지 마음에 와닿는 작품이 보이지 않았다.



르네상스 시대의 최고 작가인 라파엘로의 작품 앞에서 신비스러운 톤과 영적인 속삭임에 감동은 있었지만 아름다움은 느끼지 못했다.


또한 영국의 대표작가 터너와 컨스터블의 목가적이면서도다채로운 빛의 움직임 속에도 큰 감동은 없었으며 현대를 대표하는 로댕의 강력한 조각품과 화려한 보석 앞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몸이 피곤해서 모든 걸작들이 심드렁하게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이슬람에서 가장 크고 화려하며 아름다운 카펫을 찾았으나 큰 감흥이 없었고 미술관의 자랑인 아름다운 식당에서 커피 한잔을 하였으나 진한 커피향이 더 아름다웠다.



그외 V&A에서만 볼 수 있는 진귀한 작품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가슴 가득한 감동은 없었다.



박물관에서 3일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마지막 회화관을 나와 테피스트리 방을 지나는데 아름다운 꽃 밭에서 유니콘이 뛰놀고 한 무리의 젊은 연인들이 놀이를 하며 즐거워하는 장면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엄숙한 중세 시대에 화려하게 지어진 테피스트리를 보는 순간 마음이 밝아졌다. 그리고 아름다움은 장엄하고 웅장한 작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소박한 일상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를 먹는 순간부터 인간은 누구나 죄인이며 그래서 삶을 늘 엄숙하고 경건하게 살아야 한다는 기독교가 지배하는 중세시대에 푸른 풀밭에서 눈을 가린 채 자신을 짚은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는 단순한 놀이에 집중하며 즐거워하는 젊은 연인들의 모습에서 이 보다 더 아름다운 삶과 장면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소진실된 아름다움이 가슴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나자 마술처럼 지난 3일 동안 보았단 예술품들이 보석처럼 이름다워지는 기적이 일어났다.


박물관을 나서자 런던 특유의 상쾌한 바람과 오후의 햇살과 푸른 나무들이 모두 나를 향해 아름다움을 다투고 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과
그 길 위에 서 있는 나 역시 아름다웠다.



매거진의 이전글 피오르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