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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기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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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활발한골방지기 Dec 11. 2023

무엇으로부터 벗어나야 할까



많은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아직 어린 친구들 중에 유독 눈에 띄는 아이들이 있다.

창의력이 넘쳐나고 영특한 아이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그 아이들의 창의력과 반짝이는 눈에 점차 먹구름이 낀다.

커갈수록 '보통'의 아이들과 다를 게 없다.


그럴 때만 되면 티는 못 내고 속으로 참 안타까움을 표현하게 되고 사교육과 아이들마다의 독특함이 융합될 수 없음에 무기력함을 느낄 때가 많다.


하지만 집에서의 나 또한 우리 아이들에게 '평준화'가 되도록 교육을 하고 있었다.




사설로 이야기를 하자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시점에서 나는 어린 두 딸들에게 집에서는 뛰면 안 되고 뒤꿈치 소리를 내지 말라며 신신당부를 하며, 잘 되지 않을 때는 화도 냈다. 

매트를 깔아도 100% 방지가 되지 않기에 살살 걸어 다니는 법을 가르쳐야만 했다.


1990년대, 아파트에 거주하던 나에게 엄마는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발 뒤꿈치를 들고 걸어라."


그렇게 어릴 때부터 아파트에서 거주해 왔던 터라 지금까지도 무의식적으로 집에서는 뒤꿈치를 들고 걷는다.  너무나도 오래된 습관이라 의식하지 않았던 부분이었는데 큰 아이가 뛰기 시작할 때 즈음, 뒤꿈치를 들고 총총걸음으로 집 안을 다니는 모습에 다소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왜 그렇게 걸어?"

"엄마가 집에서는 이렇게 걷잖아."





나는 아파트에 사는 것이 편하고 좋아도 내 아이들을 위해 마당이 있는 주택에 살고 싶다. 뛰지 말라고, 발 뒤꿈치 소리를 내지 말라고 얘기하지 않아도 되며, 이웃에게 방해될 만한 소음에 예민해져 있지 않았으면 해서이다. 하지만 그만한 돈이 없기에 환경이라도 선사하고자, 아이들이 많이 사는 동네로 들어와 비싼 관리비와 대출 이자를 내며 아이들에게 '뒤꿈치 드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남편 또한 전원주택에서 아이들을 실컷 뛰게 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지만,

그 소망이 현실이 된다 해도 그때는 나도 남편도 지금보다 늙을 것이고, 두 딸들 또한 그때는 땀을 뻘뻘 흘리며 뛰는 나이가 아닐 것이란 걸 우리는 알고 있다. 


어느 날 큰 아이가 말했다. "엄마, 아빠는 나를 너~무 사랑해! 나도 엄마 아빠를 너~무 사랑해!"


결국 우리가 아무리 집에서 뛰지 말라 하고, 의자를 끌지 말라 하고, 집 안에서 줄넘기를 하지 않도록 하는 모든 제재가 있다 하더라도 엄마 아빠의 사랑이 중요하다는 것을 명치가 아프게 느꼈다.


나와 남편은 당장 이루지 못할 소망은 주머니에 고이 접어 넣어 두고, 현실에 집중하고자 했다.

그래서 주말마다 아이들과 외출하기로 약속했다. 되도록이면 자연 속으로, 아이들이 실컷 뛰어놀 수 있는 곳으로... 그것으로 우리는 현재에 만족하며 마음만큼 돈을 쓰지 못해도, 사고 싶은 것을 포기해야 해도 서로의 얼굴과 온기를 느끼며 행복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나는 오늘도 아이들의 주말을 위해 인터넷과 책을 뒤적인다. 

자유로운 마음을 온전히 느끼고 그 마음으로 인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맑아졌으면 하는 염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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