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어느 날 한 장면
어제 엄마랑 같이 공항에 갔다. 이모 만나러 3박 4일 일정으로 일본에 가시는 길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무려 칠십 중반 엄마 인생 처음으로 혼자 떠나는 해외여행이었다. 나와 이모의 배웅과 마중이 있었지만 칠십 중반인 엄마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일 수도 있는데 엄마는 쿨하고 빠르게 이 여행을 결정했고 용감하게 떠났다. 게다가 출국 당일 공항에서 예상 못한 여러 사건들이 있어 시간 촉박하게 겨우 출국장으로 들어갔는데 분주해서 짜증 내는 나와 다르게 엄마는 ”이런 것도 다 경험이다. 그렇지? 다음에 너희 여행 갈 땐 이렇게 안 할 수 있겠다. “며 경험하고 배웠다고 말했다.
평소 별 걸 다 걱정하던 엄마를 생각하면 이렇게 혼자 해외로 용감하게 떠난 엄마의 이번 여행이 내게는 다소 놀랍고 신선한 광경이었다. 거기에 뭔가 조금 웃기는 표현이지만 기특한(?) 마음까지 드는 기분이랄까. 평생을 함께해 온 엄마라서, 나는 내가 보고 경험한 것으로 엄마를 알아왔는데 지금까지 내가 몰랐던 새로운 모습의 엄마를 본다. 이것은 꽤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렇게 출국장 들어가는 길에 함께 줄 섰다가 문 앞에서 인사하고 줄 밖으로 나왔는데 엄마 뒤에 선 아저씨가 엄마랑 나를 번갈아보며 멋쩍게 쓱 웃길래 뭐지 했더니, 아니 웬걸. 코 끝이 살짝 빨개진 엄마 눈가에 눈물이 고여있었다. 방금 전까지 잘 다녀올게 하던 엄마가 나에게 데려다줘서 고맙고 고생했다며 빨간 코가 되어 손을 흔들고 있었다.
항상 걱정을 찍어내는 나를 보며 엄마를 닮아서 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홀로 떠나는 엄마를 보니 우리 엄마 나랑 다르게 생각보다 용감한 할머니였구나 했더니. 별안간 눈시울을 붉히는 엄마를 보니까 역시 내가 눈물이 많은 건 엄마를 닮아서였다. 걱정 많고 눈물도 많지만 생각보다 용감한 할머니, 우리 엄마. 건강하고 즐거운 여행하고 오셔. 내가 또 마중 나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