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어떤 새해 다짐
오늘 시금치 한 단을 샀다.
새해가 됐으니 어느새 결혼 10년 차. 그동안 주부 9단까진 아니어도 그냥저냥 살림하고 산다라고 말할 수준은 됐지만 아직도 요리할 때 손이 잘 가지 않는 식재료들이 있다. 가령 생선이라던가, 나물이라던가 하는 것들인데 그중 하나가 바로 시금치다.
시금치는 어쩐지 다른 것들에 비해 손이 더 많이 가는 느낌이랄까.(개인적으로) 해서 여러 해 내 살림을 해왔지만 시금치는 내 요리 재료 목록에 잘 오르지 않는 채소였다. 그래서 나는 여즉 시금치 다듬는 법을 잘 모른다.
그러다 오늘 아침 장을 보는데 진열대에 올려진 남해 시금치가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나는 시금치 한 단을 골라 장바구니에 담았다. 며칠 전 겨울엔 남해 시금치가 맛이 좋다는 누군가의 글을 봤던 기억이 났고 이제 새해니까 지금까지 안 하던 걸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게 비록 시금치 한 단을 사는 일이었지만.
시금치를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에코백에 담긴 물기 묻은 시금치 한 단이 어떤 용기처럼 느껴져서 마음에 주먹을 살짝 쥔 듯한 씩씩한 기분이 됐다. 올해는 고민하며 미뤄뒀던 일들에 작은 용기를 내보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금치 한 단을 사는 것처럼 누군가에겐 세상 별 것 아닌 일이어도 어쩐지 나는 고민만 하다 결국 덮어두고 시도하지 못했던 어떤 것들에 살짝 용기 내보는 사람이 되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