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평소엔 보이지 않았다
아니 때로는 신경을 쓰기에 귀찮았던 건지도 모른다
잘 살고 있다고
잘 견뎌 내고 있다고 생각하던
수많은 날 중 하필 그 하루
나는 무너졌고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세상도 남김없이 무너졌다
오롯이 혼자라고 생각했던 그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괜찮다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부축 여주던 존재
가족이었다
장녀로서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그 어떤 문제도 고민도
드러내지 않았었기에
충격적이었을 수도 있는 그 일을
아무렇지 않게 담담히
보담아 주는 가족이 있었다
마음속 깊이 새겨진
푸르뎅뎅하다 못해 까맣게 된 상처와
누구에게 감히 말할 수 조차 없는 실패감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었다
말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난 지금
이제 막 딱지가 앉아 여전히 아프지만
제법 단단해진 살갗으로
다시 세상에 발을 딛고 있다
마음속 어딘가 자리 잡은
무거운 추 같은 중심이
나를 이 전보다도 더 강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주고 있음을 느낀다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자신이 내린 결정에 책임을 지며 살아간다
하지만 대부분의 결정들은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전혀 알 수 없는 상태로
내려야 하기에
그 결정에 따른 어마 무시한 결과들이
때로는 우리를 너무도 세게 억누를 때가 있다
오늘도 내일도
내리는 셀 수 없이 많은 우리의 결정들이
더 이상 스스로에게, 그리고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