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끝에 걷는 산책은
마치 ‘오늘 하루도 잘 보냈어’라는
무언의 격려 같다
오전, 오후에 일에 치여 보지 못했던
생각보다도 더 두터운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과
미처 너무 늦어버려 다 떨궈내지 못한
낙엽을 대롱대롱 매달고 있는 나무들이
산책을 할 때야 비로소 내 눈에 소복이 들어온다
나의 하루, 나의 인생에서
앞만 보고 달리느라
나도 모르게 놓쳐버리고만 것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
때로는 모르는 척 고갤 돌려 버리는 일들도 있었을 테고
중요한지 알면서도
우선순위에서 밀려버린 일들도 있었겠지
그렇게 주먹 안의 모레처럼
반은 남아 있고 반은 흘려버린
나의 하루가 또 이렇게 지나간다
내 손안에 쥐어진 것들보다
의식하지 못하는 새에
흘려버려 진 것들에 감사해지는 요즘
내일도 조금 더 꼭 쥔 주먹으로
버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