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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te Jan 22. 2021

가족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평소엔 보이지 않았다

 아니 때로는 신경을 쓰기에 귀찮았던 건지도 모른다


잘 살고 있다고

잘 견뎌 내고 있다고 생각하던

수많은 날 중 하필 그 하루

나는 무너졌고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세상도 남김없이 무너졌다


오롯이 혼자라고 생각했던 그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괜찮다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부축 여주던 존재


가족이었다


장녀로서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그 어떤 문제도 고민도 

드러내지 않았었기에

충격적이었을 수도 있는 그 일을

아무렇지 않게 담담히

보담아 주는 가족이 있었다 


마음속 깊이 새겨진 

푸르뎅뎅하다 못해 까맣게 된 상처와

누구에게 감히 말할 수 조차 없는 실패감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었다 


말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난 지금

이제 막 딱지가 앉아 여전히 아프지만

제법 단단해진 살갗으로

다시 세상에 발을 딛고 있다


마음속 어딘가 자리 잡은

무거운 추 같은 중심이

나를 이 전보다도 더 강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주고 있음을 느낀다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자신이 내린 결정에 책임을 지며 살아간다


하지만 대부분의 결정들은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전혀 알 수 없는 상태로

내려야 하기에

그 결정에 따른 어마 무시한 결과들이

때로는 우리를 너무도 세게 억누를 때가 있다


오늘도 내일도

내리는 셀 수 없이 많은 우리의 결정들이

더 이상 스스로에게, 그리고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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