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지 운명인지
거의 일 년쯤 되었을까?
전 세계가 코로나로 일상생활을 잃어버린 지가..
나는 퇴사서를 제출하기 전,
6개월에서 1년 정도 전부터 퇴사를 언제 해야 할지,
어떤 일을 시작해야 회사를 나올 수 있을지 고민했었다.
그러다 그때는 미처 마지막인 줄 몰랐던
마지막 출장을 다녀온 그날 저녁,
저녁을 먹고 습관적으로 켠 뉴스에서 내가 출장을 갔던 도시의 공항에서
미국에서 첫 번째 확진자가 나왔다며 속보가 나오고 있었다.
그 뉴스를 본 가족들과 친구들에게서 쉴 새 없이 연락이 왔고
이렇게 갑작스럽게 미국을,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 덕분에 회사를 진짜 퇴사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 시작은 아빠였다.
아빠가 잘 아시는 후배가 면 공장을 한다며 면 마스크를 한국에서 미국으로 들여오는 게
어떻겠냐 라는 아빠의 제안으로 나의 두 번째 인생이 시작될 수 있었다.
그리고 곧 얼마 되지 않아,
오래 관계를 쌓아오던 손님들의 손세정제 요청으로
나는 당장 회사를 그만두어도 될 정도의 수입이 생기게 되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불안한 시장은 금방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 생각했고,
대비하기 위해 '나만의 제품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음 물건을 찾기 시작했다.
가끔은 몇 달 전, 일 년 전, 몇 년 전의 나를 생각할 때마다
인생이 이렇게 흐르는 것이 우연인지 운명인지 모를 때가 많은 것 같다.
'내 의지대로 살아지지 않는 것이 인생이구나' 싶다가도
나도 모르는 나의 적성대로, 내가 원하는 길로 자연스럽게 흘러들어 갔던
그 길을 되돌아보면 신기했다.
어떤 책에서 읽었던 것 같다.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가만히 있어도 오늘이 가고 내일이 오기 때문에,
사람은 자동으로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하루하루를 끌려가는 것과도 같다고.
그렇게 어차피 가지게 되는 오늘과 내일, 그런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가느냐로
몇십 년 뒤의 내가 만들어진다.
오늘도
내가 미처 의도치 않았지만,
좋은 선택들을 하며 하루를 보내고
미처 의도치 않았지만,
내가 원하는 길로, 바른 길로 잘 가고 있는
하루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