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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Nov 30. 2020

뉴욕 브런치와 뉴요커

감정 식탁/기대감

새소리에 잠이 깼다.

14시간 비행기에 앉아서 굳어진 근육과 벌서듯 치른 입국 심사로 뉴욕에 도착했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했는데 창 밖의 풍경을 보니 뉴욕이라는 실감이 났다.

오래된 아파트 창틀이 영화 속 뉴욕이었다.  친구가 나를 부른다.

“지영! 아침 먹어.”

내가 너무 곤히 자서 깨우지 않았다고 했다. 친구가 차려준 식탁에는 스크램블 에그, 구운 토스트

샐러드, 커피가 놓여 있었다. 누가 차려준 식탁이 낯설지만 행복했다.


뉴욕에 집값이 비싸 셰어 하우스가 흔하다. 유학생인 친구도 셰어 하우스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친구의 숙소는 공동주방과 공동욕실이 있고, 입주민들이 각자 사용하는 개인 방들이 있었다.


차려진 아침을 먹으면서 뉴욕에서 생활할 때 필요한 정보와 생활 팁을 말해 주었다.

음식점 팁 주기, 타인과의 거리 두기, 지하철에 위험한 시간, 물건 살 때 세금 계산하는 방법,

도둑에게 물건 지키는 방법, 경찰한테 도움 청하는 방법 등 관광객이라면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을 해주었다.

특히, 기침할 때 손을 대고 하는 한국 습관은 미국에서는 치명적인 실수라고 했다. 그래서 기침을 할 때 팔이나 어깨에 대고 하는 것이 에티켓이라고 했다.

친구는 기침 습관을 몇 번씩 당부했다. 그만큼 중요한

에티켓이었다.


친구는 깨어 있는 동안에 일분일초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시간에 쫓기듯 살아가는 것 같았다. 유학생활이 길어지면서 일하는 시간과 돈이 비례한다는

이야기했다. 외식을 할 때마다 팁을 주면서 식사한 지가 꽤 되었다고 말을 했다.

한국에서 있을 때 대기업에 다니며 편하게 지냈는데 유학 생활에 고달픔이 묻어나서 안쓰러웠다.


내가 필요한 것과 저녁 장을 봐서 숙소로 돌아왔다. 주방에서 식사 준비하는데 숙소를 같이 쓰는

룸메이트가 퇴근해서 들어왔다.

러시아에서 유학 온 여자였다. 금발에 큰 키에 하얀 피부색에 오뚝한 코와 파란색 눈을 가졌다. 그녀의

이름은 에레나였다. 반갑게 인사하고 그녀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우리가 주방에서 식사를 마칠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서로 시간과 공간에 간격을 두는 것이 뉴요커들의 삶에 방식이라고 한다. 같은 공간을 사용해도 부딪히지 않게 시간을 피해 주는 무언에 규칙들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90일 동안 뉴욕에 머무를 계획이었다. 그래서 간단하게 짐을 간단하게 챙겨 와서 필요한 것들을 사러 나갔다. 브루클린. 내가 있는 곳이었다. 맨해튼이 강남이라면 브루클린은 강북에 서대문, 연신내 정도이다.  서울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진 외곽지역이었다.


맨해튼 중심으로 가려면 지하철을 타야 했다. 지하철 역이 숙소 앞에 있었다. 오래된 계단을 올라 매표소에서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는 표를 구입하고 개찰구로 들어갔다. 외각 선이라서 플랫폼이 야외였다. 브루클린에 바다가 있어 그런지 겨울바람이 볼에 얼음 대는 것처럼 차가웠다.

친구는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지도를 보면서 길 찾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열차가 도착했다. 문이 열리고 빈자리에 앉았다.

내가 떠나 온 것을 제대로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한 공간에서 다채로운 인종을 마주 대하고 있었다. 집중해서 듣지 않으면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

내 반응에 친구가 괜찮다고 위로해주었다. 계속 있다 보면 사람들의 대화를 알아듣는 순간이 있다고 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동안 열차는 맨해튼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허드슨 강이 보이고 맨해튼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맨해튼 뷰에 넋을 잃었다.

하늘을 찌르듯 한 고층 건물들이 숲처럼 펼쳐 있고, 허드슨 강 위에 자유의 여신상이 햇살에 반짝인 물빛과 어우러져 한 폭에 그림 같았다..


맨해튼 다리를 지났나 지하로 열차는 들어갔다.  열차 안은 승객들로 채워졌다. 사람들이 내뿜는 체취는 각기 달랐다. 태국 음식에 고수, 중국에 향신료, , 버터처럼 느끼한 냄새가 났다. 이런 향들이 한 공간에서 나다니 신선한 충격이었다.

역사 밖은 노란 택시, 높다란 빌딩, 사람들, 푸드 트럭으로 거리는 활기찼다.



내 여행에 첫 번째 목표는 뉴욕 브런치 다 먹어 보기였다.

그래서 제일 먼저 유명한 브런치 맛 집 인 사라베스로 향했다. 미드나 영화에 자주 나오는 곳이었다.  유명세로 이미 매장은 만석이었고,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예약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삼십 분 정도 기다려서 자리에 앉았다.


매장 안은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연령이 다양했다.  모든 나이에 사람들이 사라 베스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금장 프레임이 벽을 장식하고 금색 조명이 달려 매장 안은 고급스러웠다.

체리 빛 원목 테이블에 물 잔과 식기 류가 가지런히 올려놓아져 있어 대접받은 느낌이었다.

슈트 입은 웨이트리스들이 분주하게 음식을 나르고 매장은 먹는 소리와 접시 소리가 리듬처럼 들렸다.


에그 베네딕트와 핫 케이크, 커피를 주문했다. 두 메뉴는 사라베스의 유명 메뉴였다.

친구는 식사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놓치지 않고 맨해튼 지도와 지하철 지도를 펴고는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체크하고 길을 가르쳐 주었다.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에그 베네딕트에 올려진 수란을 나이프로 가르고 노른자를 빵에 적혀 먹었다. 달걀 고소한 맛과 햄 짠맛이 빵에 고스란히 담겼다.

핫 케이크는 보기보다 더 맛있었다. 부드러운 카스텔라를 바싹 하게 구운 느낌이었다. 버터의 향미가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식사를 거의 마쳐 갈 때쯤 친구는 자신이 가르쳐 준 대로 팁을 계산해서 결제해보라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려운 일도 아닌데 그때는 떨리는 순간이었다.  웨이트리스에게 계산서를 달라고 해서 팁까지 계산해서 95달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팁을 18% 정도 주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했다. 팁은 메뉴 하나를 더 주문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낯선 문화를 아는 것이 여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매장을 나왔다.

관광객과 뉴요커들이 엉켜 있는 그물 같았다. 걸어서 길 구경, 사람 구경을 했다.

이렇게 나의 첫 번째 뉴욕 브런치가 끝났다.








추천 레시피


뉴욕에 브런치 메뉴에서 빠지지 않는 음식 재료는 달걀이었다. 이 세상에 닭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달걀이 빠진 식탁을 상상할 수 없다. 달걀에 관한 레시피는 무한대이다.

계란과 닭이 함께 하는 요리를 만들어 보았다. 디저트와 식사를 한 접시에서 해결할 있는 레시피이다.


뉴욕에서 콜라보하는 것을 보면서 영감을 얻은 레시피이다. 창의적인 식탁을 꿈꾸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크레페 치킨 스테이크

Galette de poulet grille


밀전병 같은 크레페는 내 요리에 잘 활용된다.

김처럼, 쌈처럼 활용하면 모양도 좋고,

속 재료에 풍미도 좋아진다.



달걀, 밀가루, 버터, 소금, 설탕, 우유를 넣고 크레페 반죽을 만든다. 가능한 얇게 만들어 놓는다.

닭 가슴살은 식감을 부드럽게 수비드 방식으로 만든다. 오이는 국수 모양으로 만들고, 레몬오일에

소금 간을 하고 절여 놓는다. 찬 오이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만들어 놓은 크레페 안에 피클 다진 것을 펴 바르고, 그 위에 닭 가슴살을 올려서 크레페로 잘

감싼다.  접시 바닥에 준비된 오이를 펴고 그 위 크레페로 감싼 치킨 스테이크를 올린다.

그 위에 크림소스를 올리고, 크렌베리, 아몬드 가루를 토핑 한다.

크레페, 닭고기, 오이 그리고 크림소스에 찍어 먹어 본다. 고소하고 부드럽고 상큼한 맛이

입안 가득 퍼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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