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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Dec 02. 2020

블랙의 뉴욕

불편한 뉴욕기억


감정 식탁/ 불편함


뉴욕에 신선함이 익숙해지면서 불편해지는 것들이 생겨났다.

뉴요커가 되어간다는 반증일까?

동전에 양면이 있듯이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존재한다.


뉴요커들에게는 1미터 프라이 빗이라는 말이 있었다. 자신이 있는 앞 1미터만 방해하지 않으면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1미터 밖에서 사람이 죽든지, 맞는지, 싸우든지 상관하지 않는다.


뉴욕 지하철은 출구 계단이 좁고 가파르다. 한 사람이 느리게 내려가면 뒤는 줄이 되어 버린다.

친구와 퇴근 시간이 맞아 저녁 먹고 숙소로 같이 들어가려고 만났다. 지하철을 타려고 계단을

내려가는데 할머니가 캐리어를 들고 힘겹게 천천히 내려가고 있었다. 우리 뒤는 내려오는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고 줄이 되었다. 보다 못한 친구는 그 할머니에 가방을 들고 계단을 내려

갔다. 나는 그분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들을 줄 알았다. 하지만 적반하장 내 물건을 손대는 더러운 황인종이라고 난리를 치면서 욕을 해댔다. 친구도 가만있지는 않았다.

그 할머니를 향해  당신 때문에 줄 선거 안 보이냐 고물 었다. 도와준 건데 너무 양심 없는 거 아니냐 소리쳤다. 그 할머니는 뒤 돌아보더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는지 거친 욕 몇 마디를 하고 가 버렸다.  

우리 때문에 길이 뚫렸다. 하지만. 그 할머니에 욕설에 저지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함께 공생하는 것을 모르는 뉴요커들, 그 할머니에 유색 인종에 대한 거부 감들이 뉴욕을 삭막하게 만든 것 같았다. 친구는 도와주지 말아야 하는데 답답해서 한국에서 살던 버릇 나왔다면서 후회했다.


친구와 뮤지컬을 보고 평소보다 늦게 지하철을 탔다 열차가 플랫폼에 정차하고 타려고 하는데

정말 비어 있는 열차 칸에 문이 열렸다. 타려고 하는 나를 친구가 내 팔을 잡고, 다음 칸으로

가자고 했다. 의아해하는 내게 손가락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오 마이 갓! 오 마이 갓! 빨리 피하자.”

고개를 저으면서 말하는 친구에 손 끝을 따라가 보니 술 취한 한 사람이 침대에 누워있는

것처럼 대자로 누워있었다. 그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치 그 사람의 전용 칸 같았다.

그래도 남은 자리가 많은데 그 칸에 사람이 타기는 하겠지 싶었다.

그런데 우리 같이 열차를 기다리던 사람들 역시 옆 칸으로 갔다. 나는 이상했지만 일단 사람들 따라

열차를 탔다.


“피하는 것이 상책이야”

친구는 말했다.


나는 옆 칸에 연결된 창으로 그 사람을 유심히 보았다. 술에 취해 있었고 조금 지저분할 뿐 폴로

점퍼와 리바이스 청바지를 입은 노숙자라 뉴요커가 아니라면 구분할 수 없을 거 같은 외양이었다.

우리가 내릴 때까지 그 열차는 그 노숙자의 전용 칸이었고, 아무도 그를 흔들어 깨우지 않았다.

범죄에 노출되어 있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묵인하며 지나치는 뉴요커들에 1미터 프라이 빗에

인간미 없는 차가움이 느껴졌다.


뉴욕에서 못 살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국적을 취득하지 않으면 불안한 삶을 살아야 한다. 옆방 에레나가 매주 소개팅 사이트에서

남자를 만나는 이유가 시민권자가 되려면 결혼만이 해결이라고 한다. 취업으로도 영주권을

갖기도 어렵다고 한다. 자유를 얻기 위해 온 나라에서 시민권을 얻기 위한 구속이 힘겨워

보였다.  


미국에 의료 보험 제도는 시민권 있어도 의료비 부담이 크다고 한다. 한국처럼 간단한 검사나

치료는 몇만 원인 것에 비해 미국은 3배 정도로 비싸다. 이런 현실에서 법적인 보호를 받지 하는

사람들은 병이 걸리면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민간요법으로 해결하거나 죽는 게 낫다고 한다.

이런 어려움이 이해가 되면서 금요일마다 시민권을 가진 남자와 소개팅을 하는 에레나가 이해가
갔다.

.

맨해튼에 사는 열명에 한 명은 에레나 같은 사람들이라고 했다.

생존을 위한 치열함은 식탁에서도 나타난다.

우리나라도 변화하고 있지만, 뉴요커는 자신에 식탁을 애인, 가족 아니면 공유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터치 페이를 한다.  이런 문화 안에서 만들어진 식탁 때문에 자신에 노동에 가격을 메

기는 팁 문화가 이해가 되긴 했다.


화려하고, 자유분방한 나라, 창조적인 나라 안을 깊숙이 들여다보니 얼음 속에서 사는 겨울왕국

같았다.  겨울왕국에서 살기 위해선 시민권이라는 갑옷을 입어야 한다.

나 역시 여기를 선택하게 된다면 이 갑옷을 입어야 한다. 입기 전까지 얼음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치열하고 차가워져야 한다. 이 생존을 위한 고독함을 짊어지어야 한다.

이런 선택을 하면서 이곳에서 살 수 있을까? 자꾸 고개가 저어졌다.

                                                                                       . 비싼 외식비, 느려 터진 인터넷, 낡은 아파트에 잘 열리지 않는 문고리, 금요일 밤마다 옆 방에

열리는 파티, 차가운 마룻바닥

뉴욕 생활이 불편하게 느껴질 때마다 한국이 그리웠다







추천 레시피


치열함 속에서 생존한다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이다. 잠깐 살아 보는 이방인에게도 느껴지는 숨 막히는 치열함이 무거웠다. 뉴욕 셰어 하우스 식구들에서 해주면 좋아했던 요리이다.

한국에 밥 힘을 느끼게 해주는 요리이다.


밥 힘이 필요한 생존 가들이여!! 밥 먹고 힘내세요.



토마토소스 필라프 앤 소시지
Riz pilaf aux tomates et à la saucisse

grillée


우리는 요리에서 고추장이 빠지지 않는 것처럼 서양요리에서 토마토소스가 고추장처럼 들어간다.  밥을 할 때 버터 한 조각을 넣고 하면 쌀이 코팅된 것처럼 윤기가 흐른다.

토마토, 마늘, 양송이버섯, 양파를 큐브 모양으로 썰고 버터에 볶는다. 육수를 붓고 토마토 페이스를 풀고 중 불로 졸인다. 만든 토마토소스에 밥을 넣게 소스가 베개 한다.

밥이 소스를 먹으면 파마산 치즈와 바질을 넣고 접시에 담는다.

필라프 위에 구워 놓은 소시지를 올려놓는다.

파슬리 가루로 토핑 한다.

우리나라 볶음밥 같은 비주얼이지만, 맛을 완전히 다른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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