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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Jul 16. 2021

내 생일 그리고 찾아오는 슬픔


감정 식탁/ 슬픈 무게감


일 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생일이 언젠가부터 반갑지만은 않다. 마흔이 지나고부터는 생일 케이크에

촛불도 줄여서 꽂고 나이를 외면하고 싶어 졌다.

생일 축하한다는 말에 손뼉 치면서 좋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해마다 찾아오는 생일이 무겁다.


10년 전 내 생일을 얼마 남겨 두지 않고 암 투명하시던 시어머님이 생사를 오가는 시간을

보내고 계셨다. 내 생일 전날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겨졌고 의사는 가족들에게 시어머님과의

이별을 준비하라고 했다.  어머님 병원에서 밤을 지내면서 나는 기도 했다.

 생일과 어머님의 기일이 같은 날이 되지 않게  

달라고...

해마다 찾아오는 내 생일이 시어머님 기일이면 슬픔 날이 될 것 같았다. 그 기도를 들으셨는지 내 생일

일주일 후에 우리와 작별하셨다.

7월은 내 생일, 시어머님 기일, 친정 엄마 생신이 한

달력 안에 모여 있다..


올해는 유난히 내 생일이 슬프다. 엄마가 생일선물을 물어보셨는데 나는 생일카드를 받고 싶다고 했다.

엄마는 빈 생일 카드와 예쁜 노트를 선물로 주셨다.

나는 엄마에게 빈 생일카드를 펼쳐서 내용을 써 달라고  했다. 엄마는 한참 망설이다가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물어보신다.

나는 엄마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축하 메시지를 써주면 된다 했다.

예전 엄마에게 생일 카드는 쓰는 일은  아주 쉬운 일이었고 , 문장력도 좋으셨는데 나무늘보보다 더 느리게 카드를 채우셨다.


 엄마의 선명한 기억이 흐려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슬프다. 생일 카드를 괜히 받겠다고 한 것도  후회가 됐다. 엄마에게 받은 생일 카드를 펼쳐 보는데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

나는 내 생일의 기쁨을 잃어버렸다.




추천 레시피


엄마라는 존재는 자식에게 큰 바다, 큰 산이다.

큰 존재를 잃어버리는 상실감은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이 상실감을 채울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추억으로 작은 위로를 채울 수 있는 레시피를 추천해본다.


거친 음식을 먹지 못하는 어릴 적 엄마의 정성이  담긴 음식을 떠 올려 보세요.

아이가 된 부모님에게 다시 돌려 드릴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답니다.






버섯 크림수프

Soupe à la crème de champagne


어릴 때 아파서 입맛이 없을 때 엄마는  분말로 된 크림수프를 우유를 넣고 끓여 주셨다.

고소한 크림 맛이 까칠 해진 입맛을  살포시 감싸서 편안히 먹은 기억난다.


달구어진 팬에 버터를 녹이고 버섯을 소금 간하면서 하고 볶는다.  버섯을 볶은 팬에  

준비된 크림소스와 우유를 넣고 중불로 뭉근하게 끓인다. 다 끓인 수프에 파마산 치즈와

파슬리, 후추로 토핑 한다.


버섯의 종류는  취향대로 다양하게 사용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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