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치매
봄부터 시작된 엄마의 치매가 내 삶을 흔들어 놓았다. 침착하려 애쓰고 있었지만 힘듦이 쌓였다.
타인 같은 가족과의 대화에서 나는 울음이 터졌다. 어린아이가 우는 것처럼 목 놓아 울었다.
그리고 나는 괜찮지 않다는 말을 계속 반복했다. 주변의 시선은 내 울음을 멈추게 하지 못했다.
오히려 내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봄부터 모아 두었던 내 눈물이 다른 사람들에게 옮겨져 눈물바다가 되었다. 부모 자리가 비어지는 슬픔이 모두의 가슴에 닿아 같은 마음이 되어 있었다.
목 놓아 울었더니 입은 마르고 목도 쉬었다. 지인이 건네 준 물을 마시고 눈물로 흐릿해진 눈을 떴다.
타인 같은 가족은 민망한 기색이었고, 나 역시 가족과 지인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인 것이 처음이라 민망했다. 하지만, 가슴속 얹어 있던 돌덩어리가 치워진 것 같아 후련한 기분이었다. 가슴도 비어지고, 속도 비어져서 배가 고팠다. 나는 배고프다고 밥을 먹자고 했다. 눈물로 어색한 분위기도 벗어나고 싶었다.
우리는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따듯한 설렁탕 국물이 온몸으로 퍼졌다.
식탁에 함께한 지인들은 설렁탕 한 그릇을 비우는 동안 아무 말없이 먹는 일에만 몰두했다.
나는 슬픔에 동참해주는 조용하고 숙연한 식탁에서 위로를 받았다.
슬픔이 찾아와도 멈출 수 없는 일상은 어느 순간 댐이 무너지듯 허물어지는 시간이 온다. 이런 순간이 찾아왔다면 타인의 체온을 빌려야 한다. 타인의 손길에 기대어 마음껏 슬퍼해 보자.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된다. 창피함보다 가벼움을 선택해 보면 어떨까?
장마철에 버섯은 비와 습도 때문에 진한 향이 나지 않는다. 강한 비로 젖어진 땅이 햇빛으로 습기가 줄어들면
버섯의 조직이 단단해져 향을 머금게 된다. 그래서 가을이 될수록 버섯 맛과 향이 좋아진다.
슬픔으로 젖어진 가슴은 따듯하게 만든 국물요리가 필요하다.
달구어진 팬에 버터를 두르고 버섯을 볶는다. 팬에 가을을 머금은 버섯 향을 입힌다. 수분이 빠지고 버터로
볶아진 버섯은 다른 그릇에 옮겨 놓는다. 버섯 향이 입혀진 팬에 양파, 저민 마늘, 바질 넣고 볶다가 삶아 둔
파스타를 넣고 생크림, 육수를 넣고 끓인다.
파스타 면에 육수가 스며들 때 볶아 놓은 버섯을 넣고 2-3분 뜸을 들인다.
그릇에 옮겨 파마산 치즈와 바질 가루로 토핑 한다.
스푸처럼 떠먹는 파스파면은 펜네처럼 속이 비어 있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