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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로 Apr 21. 2023

<스즈메의 문단속>의 진주인공은 따로 있다

신카이 마코토물을 그닥 즐기지 않는 한 관객의 감상기

*이 글은 영화 커뮤니티 무비코리아(무코)와 키노라이츠의 상상마당 시네마 초대이벤트(https://muko.kr/1809091)에 참석한 후기로 쓰는 글이다. 글내용에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의 스포가 있다.



나는 아무리봐도 이 작의 주인공을 스즈메로 꼽으며 보기가 힘들었다. 그렇다고 스즈메가 한눈에 반해버린 남주인 소타도 주인공으로 삼긴 어려웠다. 나는 단언컨대 <스즈메의 문단속>의 진짜 주인공은 냥신 다이진이라 하련다.

귀엽지 아니한가?! 필자는 얘를 냥신이라 지칭하련다.


냥신 다이진이 진주인공인 이유, 많다. 귀여워서? 깜찍해서? 매력적이어서? 사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이유는 된다. 설득력이... 있어! 


하지만 좀 더 진중하게 접근해보아도 나는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본다. 그 이유를 차분하게 살펴 보려 한다. 


나의 감상에 대해 말하기 전에 몇가지 밝혀둘 것이 있다. 


필자는 여러 문화매체를 즐김에 있어 오타쿠 같은 감성에는 낯설어하는 편이다. 그러니까 그게 완전 싫다라기보다는 그쪽 장르물이라는 데서 뭔가 더 호소력을 느끼지는 못한다에 가깝다. 오타쿠물이든 아니든 좋고 재밌고 잘 만든 작이면 다 좋아한다 해야할까. 


그런 내 나름의 기준에서 보면 신카이 마코토의 작은 실망스럽던 편에 가까웠다. 맨 처음 보던게 <언어의 정원>인데 일본애니계에서 워낙 유명하대서 보러갔었지. 그런데 스토리 전개가 음... 이 글로 길게 얘기할건 아니지만 도저히 납득이 안됐다. 저건 사람 감정을 드러낸게 아니다. 2D세계의 상상속에서 그려낸 캐릭터들의 충동적 돌출만 보였다. 감정이 불현듯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긴 하는데 그게 도저히 설득이 안된다. 

누군가의 눈이라도 금세 매료시킬 미적인 작화로 채색된 스크린을 보면서도 계속 드는 생각은, 아니 쟤는 왜 저기서 급발진 하는건데?! 


설득이 안되니 이입이 안되고 몰입이 안되고 이야기와 관객으로서의 내가 조응하지 않고 따로놀게 된다. 물론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특유의 작화는 대단하다 느꼈지만. 나에게는 그냥 그게 다였다. 그림만 이쁜 애니. 여러 프레임으로 나뉜 작화만 보여주는 갤러리같은 영화. 그런데 이런 평은 옛날에 한국 애니메이션의 어느 '대작'에서도 접했던 기시감이 있다.

아는 사람은 안다는 괴작?! <원더풀 데이즈>. 당시 기준으로도 주된 평가가 ‘작화는 깔게 없다.’


그래서 한동안 신카이 마코토를 볼일은 없었다. 그래서 이번작도 패스하려 했던게 사실이다. 나의 구미를 당기는 감독이 아니니까, 신카이 마코토는. 너무 덕후 영화다. 이쪽 세계에 감수성을 충분히 적셔놓은 관객층에겐 그게 도리어 매력적일수도 있을게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관객층에게는… 그래서 그건 신카이의 극명한 장점이자 단점이 된다. 


주인공이 누군가에게 무조건 한눈에 반하는건 이전작들과 다를바 없이 <스즈메의 문단속>에서도 반복된다. 솔직히 말하자면 주인공이 남자에게 반하고 그를 찾아 학교 가던 길을 거꾸로 돌아갈 때부터 나의 관람은 이미 갈길을 잃었다. 아니, 저런다고 등교를 째고 치마교복에 구두신은 중학생 여자애가 굳이 폐허로 산을 타고 올라가서 고인 흙탕물에 발을 담가 건너면서 이런저런 위험을 감내한다고? 내가 사람 마음에 대해 알던 로직이 통째로 뿌리뽑히는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이 영화를 놓을 것인가. 육체는 관객석에 끝까지 앉아있을지언정 감상하는 내 정줄은 얼마든지 놓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진 않았다. 끝나고 바로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자리도 있었다. 무엇보다 이건 초대이벤트로 온 ‘공짜영화’다. 이렇게 감상을 놓는건 초대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혹은 갑자기 공짜로 영화를 보는 기회를 얻은 이 행운을 대하는 적절한 태도가 아니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든 이 영화를 끝까지 붙잡고 갈만한 포인트를 찾으려 했다. 다행스럽게도 그 지점은 머잖아 찾아왔다. 


단언컨대, 이 녀석이 나의 감상을 구원하였다. 


이 녀석을 볼때부터 나는 이 작의 주인공을 스즈메로 생각하며 보지 않았다. <스즈메의 문단속>(이하, <문단속>이라 줄여서 지칭.)의 진짜 주인공은 냥신 다이진이라 여기며 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왜 하필 다이진인가. 


스즈메가 소타에게 한눈에 반하면서 시작하는 또 하나의 이 마코토식 영화를 내 나름대로 ‘설득력있게’ 감상하기 위해 소타에게 이입하려 이야기를 쫓아가보려고도 했다. 그런데 이쪽도 소타가 스즈메의 마음을 느끼고 받아들이는 순간은 여전히 설득이 잘 안되긴 했다. 둘이 함께하는 긴 여정에서 소타의 마음이 서서히 스즈메에게로 넘어가는 '과정'을 찾기 힘들다. 그러니까, 소타가 스즈메의 마음을 확인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막판의 회상 한 방에 응축되어 나온다. 그게 논리적으로 아예 불가능한건 아닐거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인간감정의 흐름은 여기에도 없다. 내가 지금까지 겪어본 한에서, 이런 상황을 함께 하는 두 사람의 마음이 다가가는 과정은 0에서 1로 순식간에 도약하는 디지털 소자로 빗대긴 어렵지 않을까라는게 내 생각이다. 그런 마음의 이동을 인지할만한 '단초'라도 그 과정에 있어야 한다.


허나 다이진의 경우는 달랐다. 영화상에서의 약간의 재료를 가지고 이야기 밖의 진상을 상상해보면서 <문단속>을 보면 다른 인물과 달리 이 녀석의 행보는 납득이 되는 측면이 있다 해야할까.


(다음글로 계속)

https://brunch.co.kr/@ganro/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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