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프로젝트 : 58]
[Archive 058] 1997, Designed by Samsung. ⓒ Dong Jin Kim
마지막 프로젝트가 공개된 이후 2년여의 시간이 흘렸고, 그 사이 회사 사정은 크게 달라졌다. 1994년 4월 새로이 출범한 삼성자동차는 동년 12월에 삼성중공업으로부터 전기차 프로젝트를 그대로 이전받게 되었다. 사실 전기차는 삼성그룹이 정부를 상대로 자동차 산업 진출에 대한 열망을 보여주기 위한 구실에 불과했었다. 하지만 진출 허가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덩달아 축적된 기술력이 당대 경쟁 브랜드를 압도하게 되자 삼성차는 이후로도 전기차 개발을 지속했다.
삼성차는 1996년 12월 17일 그룹 본관 지상주차장에서 SEV-4를 공개하고 시승회를 가졌다. SEV-4는 1994년 10월부터 아메리곤(Amerigon)사와 휴즈(Hughes)와의 협업을 통해 2년여간 100억을 들여 개발되었다. 배터리는 전작과 동일하게 50 암페어 밀폐형 납축전기 28개를 장착해 총 336 볼트의 용량을 확보했고, 수랭식 유도전동기를 맞물려 가정용 220 볼트 전압으로 6시간 충전 시 최고 속력 120km/h, 최고 출력 72 kwh/ 3600 rpm, 최대 150km 주행이 가능하다. 효율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회생제동을 적용하고 알루미늄 프레임과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FRP) 재질의 보디를 사용하여 1,620kg의 경량화를 실현했다.
SEV-4는 충돌 시 문제점을 고려해 절연 안전장치와 간편한 배터리 충전 및 정비, 교환 장치를 구비했다. 미국 연방 자동차 안전기준(FMVSS)에 따른 시뮬레이션 검증을 거쳤고, 수차례 실 주행 테스트를 통해 마침내 정부로부터 형식 승인을 획득해 일반 도로에서도 주행할 수 있게 되었다. 서스펜션은 앞 뒤 각각 더블위시본, 토션빔을 장착했고 트레드는 앞 뒤 각각 1445, 1420mm이다. 비록 실제 판매는 성사되지 않았지만 2,500만 원이라는 가격에 민간 판매를 진행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4년간 이어진 'SEV (Sansung Electric Vheicle)' 프로젝트는 SEV-4를 끝으로 끝을 맺었다. 삼성차는 1997년 초 전기차의 상용화 가능성을 실험하기 위해 40여 대의 SEV-4를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의 A/S차량으로 시범 배치시켰다. 삼성차는 SEV-4가 단거리 위주의 도심 주행을 거뜬히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SEV-4는 짧은 주행거리와 열악한 충전 인프라, 그리고 잔고장이 발목을 잡아 결국 얼마 버티지 못하고 애물단지 신세가 되었다. 그렇게 실험은 '전기차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뼈아픈 결론만을 남겼다. 이윽고 IMF 사태로 재정에 적신호가 켜진 삼성차는 효용 가치가 없는 SEV 프로젝트를 공식적으로 폐기했다. 버려진 SEV-4들은 이후 대학에 실습용으로 기증되며 전국으로 흩어졌고 현재는 르노코리아에서 자체 소장 중인 빨간색 컨버터블 한 대가 유일하게 남아있다.
SEV-4 제원
전장: 4,055 mm
전고: 1,660 mm
전폭: 1,520 mm
전축: 2,485 mm
현재 소재: 르노코리아 갤러리
한국경제 '[산업II면톱] 삼성자동차, 전기차 'SEV-IV' 실용화' 1996.12.17
매일경제 '삼성차 전기자동차 상용화' 1996.12.18
서울경제 '삼성,전기자동차 실용화/「SEVⅣ」 어제 공개발표회' 1996.12.18
경향신문 ''삼성 전기자동차' 거리에 첫선' 1996.12.18
한겨레 '전기차 국내 첫 실용화' 1996.12.18
매일경제 '전기자동차 출퇴근시대 눈앞' 1997.03.24
매일경제 '전기차 21세기 도로 누빈다' 1997.11.12
연합뉴스 '삼성, 승용차 스포츠카 등 첫 공개' 1997.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