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식테이너 김승훈 Jul 31. 2023

혹시 특별한 징크스가 있나요?

징크스 이야기 | 사심 史心 인문학 12화

여러분들 살면서 어떤 일들이 특정한 방향으로 흐르면 잘 되거나, 잘 되지 않는 일들이 뭔가 공식처럼 있지 않았나요? 이런 경우들을 징크스(Jinx)라고 하는데, 불길한 징후나 불운 등을 뜻하는 말이에요. 어원은 딱따구리의 일종인 새 개미잡이에서 비롯되었다고 해요. 고대 그리스에서 점을 칠 때 개미잡이를 활용했다고 해요. 머리도 뱀처럼 생겼고, 움직임도 뱀 같다고 불길한 새로 취급했어요. 그리스어로 Junx, 라틴어로 Jynx라고 했던 것에서 영어로 Jinx가 됐어요. 이런 역사적 기원이 있었기에 미신이라는 뉘앙스가 담겼다고 해요.

그렇기 때문에 인과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현상은 징크스가 아니에요. 징크스는 주관적인 느낌이 담겨야 하구요. 다만 이 것이 너무 반복적으로 적중되면 그런 경험으로 인해 편견, 고정관념 또는 불문율이 생기기도 해요.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징크스를 ‘잘못된 조작적 조건 형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미신적 행동’의 일종으로 봐요. 징크스의 예시로는 시험 때마다 답안지 표기에서 실수를 일으켜 점수가 깎이는 것, 스포츠 팀이 특정한 조건이 생기는 날에는 경기에 지는 것 등이 있죠. 이런 것 때문에 스포츠에서는 선수들이 사소한 미신적 요소들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어떤 선수는 성적이 좋을 때 수염을 깎지 않고 기르는 경우도 있고, 어떤 선수는 배트에 묻은 흙을 닦지 않는 경우 등 여러 가지로 징크스를 활용하기도 해요.


이렇게 이쁘게 만들 수 있는데, 시험 때 망치는 것도 징크스 ⓒ 지식테이너 김승훈

사실 대부분의 징크스는 통계적으로 특별한 건 없어요. 다만 징크스가 유명해지는 것은 언론에서 그렇게 띄우기 때문이죠. 한때 특정 야구 팀이 화요일만 되면 지는 징크스라든지... 특히 스포츠처럼 승부나 경쟁이 과열되는 쪽에서 객관적인 실력이나 환경 이외의 운, 컨디션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생기는 경우 이런 징크스가 많이 활용돼요. 불안한 요소들을 극복하기 위해 징크스를 선수들이 스스로 만들기도 해요. 자기최면으로 버릇을 들이는 거죠. 김연아 선수의 경우도 가톨릭 세례를 받았는데(김연아 선수의 세례명은 스텔라), 경기를 위해 얼음 위에 올라갈 때마다 손으로 성호를 긋는 모습을 통해 경기를 할 때마다 기도를 하죠. 이런 것도 일종의 징크스 활용이라 볼 수 있어요.

다만 징크스를 좋은 경우를 찾는 경우보다 안 좋은 경우를 찾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사람들의 심리가 다른 사람들의 징크스를 찾는 경우가 많아서 그래요. ‘~의 저주’라 알려질 정도로 징크스가 지독한 경우도 있어요. 그리고 그 저주가 몇 년 동안이나 이어질 수도 있고, 수십 년 동안이나 이어질 수도, 수백 년 동안이나 이어질 수도 있어요. 이런 저주들에 대해서는 사실 풀자면 한도 끝도 없긴 한데, 일단 몇 가지는 이따가 풀어 볼게요.


가수들의 경우는 삶이 노래 제목을 따라간다는 징크스가 있는데, 노래 제목 때문에 가요 순위 프로그램의 성적이 좌우되기도 했어요. 대표적으로 보아 씨(1986.11.05 ~)가 2002년에 <No.1>을 발표했는데, 월드컵 개최 직전에 가요 순위 프로그램 1위를 휩쓸며 분위기를 탔고, 여세를 몰아 연말 시상식에서 대상까지 받았으니까요(당시 만 16세로 방송 3사 시상식 역대 최연소 대상 수상 기록). 노래 제목 그대로 넘버 원이 된 거죠.

가수들의 경연이나 지망생들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그랬구요. 지금이야 가수로 열심히 활동하는 백아연 씨(1993.03.11 ~)가 K팝스타에서 3위에 그쳤던 이유 중 하나가 그 때 선곡 했던 노래가 2AM의 댄스 곡이었던 <잘못했어>(2010)였거든요. 그 노래를 불렀던 날 백아연 씨는 3위에서 멈췄고, 박지민 씨와 이하이 씨가 결승에 올라갔죠. 그 노래의 시작부터 가사가 이렇거든요. 내가 잘 잘 잘못했어~...

<나는 가수다> 시리즈에서도 그런 경우가 많았어요. 김조한 씨가 <아름다운 이별>(1995)을 선곡해서 불렀다가 7위를 했는데, 1차 경연까지 합산 점수 꼴찌로 제목 그대로 아름다운 이별을 했죠. 밴드 자우림도 <뜨거운 안녕>(1966) 선곡했다가 그 경연 7위 해서... 첫 라운드에 광탈 할 뻔했죠(자우림은 다행히 1차 경연 때 1위 해서 살아 남았는데, 공교롭게 그 라운드에서 역시 밴드였던 YB가 탈락해서 명예 졸업에 삐딱하게 실패).

인생을 즐기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 노래가 역주행으로 발표 10년 뒤 리듬 게임에 나올 줄은... ⓒ 지식테이너 김승훈

신승훈 씨(1966.04.11 ~)의 노래 중에는 <보이지 않는 사랑>(1991)이 있는데, 지금까지 결혼을 안 했다고... 김현정 씨(1976.04.04 ~)의 경우도 데뷔 곡이 <그녀와의 이별>에다가 후속 곡이 <혼자한 사랑>(이상 1997), 2집 타이틀 곡이 <되돌아온 이별>(1999), 4집 타이틀 곡이 <떠난 너>(2001, 심지어 본인 작사) 등이어서 그런가 아직도 결혼을 안 했다고... 3집 타이틀 곡 <>(2000) 때문인가 다쳐서 멍이 들 때가 많다고 하더군요. 리메이크 곡 <아파요>(2005) 때문인가 2006년에 건강이 안 좋았었다고...

다만 예외도 있어요. <화려한 싱글>(2003) 노래로 유명한 양혜승 씨(1970.10.19 ~)는 시작부터 "결혼은 미친 짓이야~"를 시전했는데, 이후 2010년대 이후 돌싱들이 많아지면서 시대를 앞서간 노래로 지금도 많이 회자되고 있죠. 그야말로 그녀의 인생곡이지만, 정작 양혜승 씨는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고... 물론 결혼 앞두고 노래방에서 이 노래 부르는 건 조심해야 되긴 해요. 정확히 누군지는 기억 안 나는데 결혼 앞두고 <도전 1000곡>에 출연했던 연예인이 <화려한 싱글>이 걸리자 결혼 앞둔 새신랑이라면서 노래 부르는 걸 포기했던 에피소드가 있어요(신혼인데 조심해야지). 뭐 그렇다는 얘기...


나 같은 경우도 살면서 이런저런 징크스들을 많이 겪었다고 생각해요. 학교에서 뒷자리에 앉는 것을 싫어했던 이유 중 하나가 학교 폭력 피해자였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뒷자리에 있으면 수업 중에 다른 애들 때문에 너무 분심이 생겼거든요. 누군가와 대화를 하면서 티키타카를 하는 것도 좋아하다 보니까, 선생님들과도 티키타카를 하고 싶어했구요. 다만 나도 코드가 맞지 않는 선생님과의 티키타카는 힘들었어요. 다른 사람들의 잘못이 더 큰데 나만 혼냈던 선생님에게는 감정이 좋지 않았으니까요.

지금도 신경이 많이 예민하다 보니, 신경을 쓰는 것이 많고 생각이 많아지죠. 다만 심사숙고한 끝에 나와 맞지 않다는 판단 하에 그 것을 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많이 내리곤 해요. 이럴 때 징크스도 결정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

작가의 이전글 매 순간 다가오는 두려움, 마냥 피할 수는 없는 선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