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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테이너 김승훈 Jun 01. 2023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관은?

가치와 가치관 이야기 | 사심 史心 인문학 5화

가치(Value, Worth)는 눈으로 보이는 가치가 있고, 눈으로 보이지 않는 가치가 있어요. 어떤 물건이 지니고 있는 쓸모(값어치)를 뜻하기도 하고, 사람이든 동물이든 물건이든 사람과의 관계에 의해 지니게 되는 중요성(의의)을 뜻하기도 하고, 사람의 욕구나 관심의 대상 또는 목표가 되는 것을 뜻하기도 해요(예를 들자면 경쟁을 통한 수상의 목표라든지). 이로 인하여 가치는 예술, 문학, 인류학 등 여러 분야에서 다뤄지는 연구 대상이 되는 거죠.

궁극적 가치는 존재의 바람직한 최종 상태 또는 개인이 일생 동안 얻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말해요. 대표적으로 예를 들자면 삶에서 추구하는 나 자신의 행복, 우리가 살고 싶어하는 행복한 세상,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과 예쁘게 사랑하고 결혼하여 꾸리고 싶은 행복한 가정 등이 될 수 있겠죠?

절대적 가치는 다른 원리나 관계와는 상관없이 그 자체로도 타당성을 가지는 가치를 말해요. 사람의 궁극적 가치인 행복과는 별개로 가치가 있는 것이죠. 성(聖)은 종교적 가치를 뜻하는데, 이 가치를 실천하며 다른 신자들에게 모범이 되는 사람들을 성인이라고 하죠. 진(眞)은 지적 가치를 말하며, 선(善)은 도덕적 가치, 미(美)는 미적 가치를 말해요. 이 3개를 한 단어로 모아 진선미라고 하는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용어죠? 지금은 지상파에서 중계하지 않는 미스 코리아 선발 대회.

본질적 가치에는 자유, 평등, 박애, 정의, 인권, 공익 등이 있어요. 이러한 본질적 가치들은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따라 얻을 수 있기도 하고, 잃을 수 있기도 해요. 우리가 일본에게 자유를 빼앗기고, 이로 인하여 평등하지 못한 시대를 겪었잖아요? 이 본질적 가치는 완전하게 이루기는 다소 어려워요. 예를 들자면 어떤 사회가 누구에게는 평등해 보이지만, 다른 누구에게는 평등하지 못할 수도 있거든요. 일반적인 사람들이 기회를 얻는 데 있어 평등하다 생각할지 몰라도,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 기회가 일반적인 사람들에 비해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평등한 기회가 주어졌다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내가 어릴 때부터 ADHD를 갖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이후 생각하는 폭이 더 넓어졌는데, 세상에 보이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 누구에게는 이용이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항상 들어요.

수단적 가치는 궁극적 가치를 얻기 위한 본질적 가치를 지키는 수단이 될 수 있어요. 그 수단적 가치로는 민주성, 정당성, 합법성, 적합성, 효과성, 능률성, 효율성, 경제성, 생산성, 합리성 등의 요소들이 있어요.

각 분야에 따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달라질 수 있어요. 경제적으로 가치를 많이 창출한다는 것은 소비자의 지갑을 잘 열게 만든다는 것을 뜻하거든요.


세상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가치관 ⓒ 지식테이너 김승훈

가치관은 가치에 대한 관점을 말하기 때문에 가치 의식이라고도 불러요. 영어로는 가치를 뜻하기도 하는 Value에요. 특정한 행동 방식과 존재 양식이 그 반대의 것보다 개인적, 사회적으로 더 바람직하다는 기본적인 신념을 말해요. 가치관은 사람의 인생관 및 세계관과 어우러져 사람 개인의 사고, 자세, 행동, 판단과 방향을 좌우 할 수 있어요.

가치관은 사회의 사상일상 생활의 의식결합 속에서 형성돼요. 그 개념은 두 가지의 측면이 있어요. 첫째, 그것은 어떠한 행위가 옳고 어떠한 행위가 틀린 것이냐 하는 도덕적 판단의 기준이에요. 이 도덕적 판단의 기준은 사회가 판단하는 기준선과 나의 기준선이 다를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는 도덕적으로 이해 할 수 없는 어떤 사람의 행동이 다른 누구에게는 도덕적으로 이해 할 수 있는 행동이 될 수도 있다는 거예요. 내가 갖고 있는 도덕적 판단의 기준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다소 엄격한 편이기는 해요. 나도 그 엄격한 기준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이구요. 둘째, 어떠한 상태에 대한 행복 여부를 판단하는 가치관이에요.  도덕적 판단의 기준과 행복 판단의 기준은 서로 작용하며 생활이나 행동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돼요.

선과 악의 판단은 입장이 다르면 그 판단의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어요. 예를 들자면 이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시기에 수사를 받고 구속되어 실형을 살았는데, 정권이 바뀐 뒤 사면 & 복권까지 이뤄지는 사람들 많잖아요. 때문에 좋고 나쁜 것을 확실하게 가릴 수 있는 권위 있는 존재는 찾을 수 없어요. 아무리 공정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법이라고 해도 그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판단하는 방향에 따라 유죄와 무죄 여부가 달라지잖아요. 그래서 판사나 검사라고 해서 그 사람이 깨끗한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뭐 역사상 최초로 검사 출신 대통령이 집권하는 시대를 살아서 하는 얘기는 아니고... 그래서 사람들은 “나”의 행복이라는 측면에서만 생활의 기준을 찾게 돼요. 그러나 사회와의 결합 관계를 잃은 가운데에서 구하는 이 기준은 안정적이지 못하고, 그 만큼 사람들을 불안으로 몰고 가는 원인이 되기도 해요.

가치관에 대한 주요 이론을 연구한 학자들은 이런 연구들을 했어요. 밀튼 로키치(Milton Rokeach, Poland → USA, 1918.12.27 ~ 1988.10.25)는 상대적 중요성에 따라 삶의 최종적인 도달 목적이 되는 궁극적 가치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선호하는 방식인 수단적 가치관으로 분류해요. 고든 올포트(Gordon Willard Allport, USA, 1897.11.11 ~ 1967.10.09)는 직업의 차이에 따라 이론적, 경제적, 심미적, 사회적, 정치적, 종교적 가치관으로 분류해요. 헤이르트 호프스태터(Geert Hofstede, Netherlands, 1928.10.02 ~ 2020.02.12)는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불확실성의 회피, 권력의 거리, 장기적 지향성과 단기적 지향성, 남성주의와 여성주의 등 5가지의 차원에서 국가 별 가치관의 차이가 있음을 밝혔어요(표본 대상은 1970년대 IBM의 40개국 종업원 11만 6천 명). 이후 로버트 하우스 연구 팀은 1990년대에 62개국 825개 조직을 대상으로 자료를 수집하여 호프스태터의 연구에 살을 붙였는데, 이 때 적극성, 성평등성, 인도주의 지향성, 성과지향성 등과 같은 변수에 따라서도 국가 별 가치관과 차이가 있다는 내용을 추가했어요.


가치관을 지키기 위한 활동 ⓒ 지식테이너 김승훈

내가 갖고 있는 가치와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할게요. 물론 내 궁극적 가치는 나 자신이 행복하고 싶고, 우리나라가 행복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고, 그런 행복한 세상에서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과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당연한 얘기...

내가 살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자연스럽게 묻어 나오는 사람이에요. 어릴 때부터 많은 상처를 받아오면서 살았고, 이 때문에 나는 애착을 둘 곳을 쉽게 찾지 못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도덕적 판단의 기준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많이 엄격했고, 나 자신도 그런 점에서는 최대한 빈 틈을 보이지 않으려고 해요. 다만 삶에서 선택 과정의 번뇌로 인해 결정을 쉽게 못하는 아쉬운 면도 있죠. 대통령 선거만 해도 도대체 어떤 사람이 내 판단 기준에서 좋은 사람인지 확신이 안 될 정도니까, 물론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덜 나쁜 사람일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에게 투표를 하겠죠. 아니면 “가장” 나쁜 사람의 당선을 막기 위해 그 사람을 저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항마에게 투표를 하든지...

가치관에 대하여 어릴 때부터 많이 생각을 했다 보니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고, 결국 이로 인해 생각이 너무 많아지고, ADHD라는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만성 우울을 달고 살게 된 것 같아요. INFP 인프피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의 모습이 “사람다운” 모습을 가진 사람인데, 그 “사람냄새”의 기준이 다른 사람보다 많이 까다롭다고 해요. 게다가 나는 I와 N, F, P 4가지 요소 모두가 짙은 색을 가진 인프피 오브 인프피라서 그 것에 대하여 더욱 민감한 것 같아요. 항상 여린 마음과 공허한 기운이 일상이라 뭔가 조금이라도 밝은 느낌이 오면 신기한 삶. 그래서 새로운 애착 관계를 형성하기 힘들고, 상처를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우리가 살면서 지켜야 할 가치관이 최소 한계는 있는데,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면 사람이 사람다운 가치관을 지키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내가 걱정하는 요소들에 대하여 다른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길 때, 나는 우울한 감정의 더 깊은 곳으로 빠져드는 것 같아요. 그 만큼 우리나라가 다른 사람의 상처를 생각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 아닐까요? 어쩌면 우리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 중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나에게 상처를 주고 있을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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