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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먼트그래퍼 Jan 02. 2021

똑똑똑, 커피의 연금술사에 도전하다

각자 인생에서 커피는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가?


강사님의 질문에서 그간 커피에 대한 인식의 변천사가 쭉 스쳐 지나간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커피에 대해 별로 관심 갖지 않았었고 내 기호에 맞는 음료도 아니라고 손사래 친 적도 많았다. 유난히 카페인에 취약한 장 건강 덕분에 일부러 커피를 멀리했던 영향도 컸고 어릴 적 처음 접했던 믹스커피와 캔커피의 텁텁한 뒷맛은 커피를 더 꺼리게 하는데 충분했다. 그렇게 커피에 대한 첫인상을 바꾸긴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카페인이 있더라도 커피보다는 홍차를 선호했다. 어릴 적부터 영국 덕후인 관계로 녹차와 달리 찬 성질이 없고 따뜻한 성질에 깔끔한 뒷맛을 갖는 홍차에 더 매력을 느꼈다. 게다가 붉은빛의 아름다움도 홍차를 선택하는 데 한몫했다. 영국이나 싱가포르 여행에서 고급진 잉글리시 블랙퍼스트나 얼그레이 홍차는 꼭 사고야마는 나였다.

대학생 때 스타벅스가 이화여대 1호점을 내면서 이대 다니는 친구들 덕분에 처음 마셔본 원두커피의 맛은 실로 쓰디쓴 사약 같은 맛이었다.  그 후로 난 강한 로스팅을 하는 스타벅스를 특유의 쓴 맛에 카페인 강한, 게다가 비싸기까지 한 커피로 터부시 해버렸었다. 한때 스타벅스 가는 여자는 된장녀라며 사회적 지탄을 받았던 적도 있었기에 어쩌다 마시는 모임용 음료 정도로 카페모카 류의 달달한 커피 위주만 마셨다. 만약 원두커피를 마시는 상황이라면 에스프레소 커피보다는 핸드드립 커피를 선택했다. 마일드하고 깔끔한 데다가 풍부한 커피 향을 즐길 수 있는 핸드드립 커피에 더 맘이 갔기 때문이다.

그러다 국내 에스프레소 커피 시장 규모가 커지고 삼십대부터 해외여행과 출장이 잦아지면서 자연스레 에스프레소 커피를 접하는 기회가 많아지게 되었다. 자의반타의반 마실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할까. 여행이나 출장을 가면 늘 조식을 챙겨 먹게 되는데, 따뜻한 커피를 시작으로 아침을 깨우는 문화에 나도 모르게 익숙해진 모양이다. 입맛도 경험한 대로 만들어지는 걸 새삼 느꼈고 이렇게 모닝커피맛에 차즘 눈을 뜨고 있었다. 특히 식사 후 텁텁한 입안을 개운하게 만드는 매력은 홍차에서 느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삼시세끼 밥은 안 챙겨 먹어도 1일 1 커피를 챙기는 시대에 살면서, 특히 직장생활 중 점심식사 후 커피 브레이크는 없어서는 안 될 힐링타임으로 자리매김한 것도 어느 정도 작용했으리라. 단순히 음료가 아닌 힐링의 이미지로 변해갔는데, 그럼에도 불구라고 나의 가슴 두근거림과 활발한 장운동을 불러일으키는 커피 속 카페인에 대한 두려움은 늘 가슴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스타벅스의 1/2 디카페인 커피는 실로 내게 신박한 아이템이었다. 카페인을 적절히 조절하고 싶었던 내게 스타벅스의 기존 부정적 이미지는 어느새 고객 맞춤형 이미지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너무 쉽게 호갱님이 돼버린 경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다 맛본 스타벅스 헤이즐넛 시럽과 혼잡한 점심때 유용한 사이렌 오더 주문방식은 나를 더 호갱님의 길로 들어서게 만들었다. 그렇게 최근까지 아메리카노를 자주 마시게 되었고, 어릴 적부터 우유는 잘 마시지 않아 라떼는 여전히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커피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나이가 들수록 좀 더 맛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라떼가 참 고소해"라는 말을 들을 때 과연 어떤 것인지 종종 궁금해지는데, 경험의 역치 법칙이 미각에 작용하는지도 모르겠다. 좀 더 다양한 커피맛을 직접 컨트롤해보고 싶었고 무엇보다 제대로 알고 마시는 것과 모르고 마시는 것은 천지차이라는 생각에 바리스타 세상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에스프레소 추출 디테일부터 매장 실전용 정보까지 알려주시는 백종원 같은 강사님 덕분에 신맛, 쓴맛, 단맛의 밸런스 모두 잡는 완벽한 에스프레소를 추출해낼 것만 같다. 다만, 포터 필터를 드는데 왜 이리 손 힘이 딸리는지 왼손 근력부터 해결하는 게 우선이다. 바리스타 자격증 첫 수업, 커피의 연금술사 도전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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